코로나 시대에 홍차 소비 늘어난 이유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봉쇄조치 들어갔던 영국, 홍차 소비 50% 증가 ‘심리적 안정과 위로’ 위해 홍차 많이 마셔 커피·술 대신 차 마시며 코로나 이겨내자

한잔의 차가 주는 평온함을 느끼면서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보자. 사진= 구글
한잔의 차가 주는 평온함을 느끼면서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보자. 사진= 구글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영국은 홍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1700년 무렵부터 중국에서 수입한 홍차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처음에는 상류층 음료였다. 1860년경 식민지인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수입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저렴해져 1890년경부터는 전 국민이 즐겨 마시는 국민음료가 되었다.

196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수출된 차의 43%를 영국이 수입했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차 수입량 세계 1위가 영국이었다. 최근에는 미국, 러시아, 파키스탄 다음으로 4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으로 국가별 소비량 11만3천 톤으로 2위인 독일의 1만9천 톤 보다 거의 6배나 많아, 유럽전체 소비량의 절반이상을 영국이 소비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영국인의 홍차 소비량은 전년보다 약 50% 증가했다. 사진= 구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영국인의 홍차 소비량은 전년보다 약 50% 증가했다. 사진= 구글

봉쇄조치 반복되는 홍차의 나라 ‘영국’

최근에는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홍차소비량이 정체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커피보다는 홍차 소비량이 훨씬 더 많다. 성인 인구의 86%가 차를 마시고, 53%는 매일 마시고, 55세 이상에서는 60%가 매일 마신다. 정말 홍차가 나라가 맞다.

2019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강력한 봉쇄조치(Lockdown)는 영국인들의 홍차음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시점이나 자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2020년 홍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평소 연간 약 360억 잔이 소비되었는데 2020년에는 약 610억 잔이 소비되었다는 자료도 있다.

봉쇄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홍차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다. 증가 이유로는 자신의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위해서가 1위였다. 다음이 수분섭취, 그리고 친구/가족간의 교류를 위해서가 세 번째 이유였다. 뜻밖에도 건강 같은 이유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홍차 마시는 이유 1위는 ‘심리적 안정 위해’

음용 빈도가 늘어난 이유 1위가 “자신의 심리적 안정과 위안” 이라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영국이 홍차의 나라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가 더 클지도 모른다. 위에서 본 숫자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있어 홍차는 단순한 기호음료 이상이기 때문이다.

1941년 독일의 런던 공습 후 파괴된 집더미 위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여인. 사진= 구글
1941년 독일의 런던 공습 후 파괴된 집더미 위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여인. 사진= 구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침공으로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웠을 때도 비록 배급 형태이지만 홍차는 꾸준히 공급했다. 영국인들에게 한 잔의 홍차가 주는 심리적 안정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특히 전장에 나간 군인들에게는 무제한으로 공급되었는데 영국수상 원스턴 처칠은 “홍차는 영국군인들에게 총알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Tea is more important to the British soldiers than munition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몇 년 전 개봉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덩케르크Dunkirk>에서 보면 구조된 영국 군인들에게 제일 먼저 주어지는 것이 한 잔의 따뜻한 홍차였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의 공습으로 런던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필자가 본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은, 폭격으로 다 부수어져 잔해만 남은 집 위에 걸터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는 어느 여성 모습과 그 아래 설명이었다.

”삶이 당신을 아주 녹초로 만들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차 마시는 것 뿐이다(When life stresses you out, the only thing left to do is drink tea! Drinking tea in London during the Blitz [June 1941]“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한 잔의 홍차를 위로로 삼고 용기를 내라는 뜻일 것이다.

덩케르크에서 철수한 영국 군인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 구글
덩케르크에서 철수한 영국 군인들에게 차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 구글

물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전쟁에 비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위기임은 틀림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겪고 있으니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영국인에서 홍차는 미국인에게는 어머니가 끓여주는 <닭고기 수프>,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할머니 약손>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물성적인 효과도 중요하겠지만 심리적, 정서적인 위안과 치료가 된다는 의미에서다.

커피·술 보다 ‘차’가 긴장완화에 도움

물론 물성적으로도 홍차에는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아주 중요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홍차뿐만 아니라 차나무 잎으로 만든 진짜 차는 효능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차의 주요한 성분 중 하나로 테아닌(Theanine)이 있다. 테아닌은 알파 뇌파(Alpha brain wave) 활동을 촉진시켜 긴장완화를 통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고,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 수준을 높인다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 자료가 많다.

커피 또한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주요 성분인 카페인이 중추신경 자극제로써 흥분, 각성 효과가 있어 심리적 위안과 안정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심리적 위안과 안정에는 술 또한 중요한 역할 하지만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벌써 1년 반 이상 우리도 코로나와 싸우고 있고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 무더운 여름, 4단계 한가운데서 고립감, 단절감, 불안감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다.

차가 주는 미덕으로 자신의 일상과 평상심을 유지하고 그 안정감으로 혹은 한잔의 차로 사랑하는 이웃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달해보자.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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