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티’ 유행인데, 홍차 시장을 막는 것은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영국 밀크 티, 일본의 로얄 밀크 티 우리도 유행하는데...비싼 가격에 막혀 녹차와 홍차는 같은 시장...손잡아야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밀크 티 마시기에 좋은 계절이다. 밀크 티(Milk Tea)는 홍차에 우유를 넣은 것이다. 10년 전 쯤부터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해서 지난 몇 년 간 계속해서 밀크 티가 대유행이다. 영국인을 포함한 서양인들은 홍차를 마실 때 대부분 우유와 설탕을 넣는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취향에 따라 적당량의 우유(그리고 설탕도)를 첨가한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마실 때 우유(혹은 커피크림)와 설탕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밀크 티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음용자가 우유와 설탕을 넣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밀크 티는 영국식이 아니라 소위 ‘로얄 밀크티’라는 것이다. 로얄 밀크티(Royal Milk Tea)는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새로운 종류의 음료다. 교토에 있는 립톤(Lipton)이라는 홍차 샵이 1965년에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립톤 샵은 1930년에 오픈해서 현재도 교토에 3개 매장이 있다.
‘밀크 티’와 ‘로얄 밀크 티’의 차이점은 먼저 만드는 방법에 있다. 영국식 밀크 티는 ‘우린’ 홍차에 우유를 넣는다. 반면 로얄 밀크 티는 밀크 팬 같은 용기에 우유와 홍차 잎을 넣고 불 위에서 같이 ‘끓이면서’ 그 과정에 차가 우려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물론 로얄 밀크 티 만드는 방법에 합의된 레시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물과 홍차 잎을 함께 끓이면서 차가 어느 정도 우려져 나온 후 우유를 넣어 좀 더 끓이는(혹은 끓기 직전까지) 방법도 매우 일반적이다.
‘끓여서’ 아주 진하게 우려져 나온 홍차에 우유와 설탕이 조화된 이 맛은 이국적이고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것을 차갑게 마시면 아이스 밀크 티가 된다.

그렇지만 밀크 티 혹은 로얄 밀크 티는 홍차 본연의 맛과 향을 알 수 있는 음료는 아니다. 다만 로얄 밀크티를 통해 홍차의 맛과 향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고 익숙해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로얄 밀크 티를 계속 마시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홍차의 맛과 향이 궁금해지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한다. 국가별 원두소비량으로 보면 세계 12위권이고, 연간 1인당 음용량 기준으로는 세계 11위권이다. 이런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필자가 생활하는 홍대 지하철 역 인근은 그야말로 수많은 커피전문점의 각축장이다.

믹스커피의 공헌
오늘 날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이렇게 크고 고급화된 데는 믹스커피의 공헌이 크다.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분말 커피크림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1회분으로 편리하고도 아주 맛있게 만든 것이 믹스커피다. 맛도 있고 마시기도 편리하니 마시는 양도 늘어났고 마시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그 다음에 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고자 하는 고급화 단계가 온다. 지금 우리나라 커피 시장 모습이다. 따라서 지금 로얄 밀크 티를 마시는 젊은이들은 모두 다 미래의 차음용 후보자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로얄 밀크 티 유행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차 음용인구 역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차 마시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 등 다양한 차를 즐긴다. 하지만 차 음용인구가 더 늘어나고 차 시장이 더욱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걸림돌 하나를 없애야 한다. 비싼 차 가격이다.
차는 기호음료다. 일상적 기호음료는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따라서 차 음용인구가 많은 중국, 인도, 터키, 영국 등에서 판매되는 차 가격은 매우 낮다. 영국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홍차 티백의 개당 가격이 40~5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장 대표적인 믹스커피의 개당 가격도 120원 전후다.
차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수입되어 판매되는 (거의 모든) 홍차가격은 현지 가격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비싸다(물론 다른 종류 차들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최소 2배에서 심지어 3~4배까지 높다. 수입된 홍차 가격이 이렇게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수입관세 때문이다. 홍차에는 40% 관세가 부과된다. 커피의 경우 생두 기본세율이 2%, 볶은 원두가 8%에 불과하다. 같은 기호 음료임에도 불구하고 홍차에는 터무니없이 높은 관세가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 정책 목적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차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녹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홍차를 다류(茶類)로 분류하여 녹차의 경쟁제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직접 경쟁이 되는 수입 녹차는 513.6%라는 아주 높은 수입관세가 붙는다.
녹차의 경쟁 제품은 홍차를 포함한 다른 종류 차가 아니다. 경쟁 관계로만 여긴다면 시장을 너무 좁게 보고 있는 것이다.
커피 마시는 사람이 녹차 마실 가능성보다는 홍차 마시는 사람이 녹차 마실 가능성이 더 크다. 이건 10년 이상 차를 공부하고 차를 교육하고 차를 마시면서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이다. 차를 마시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녹차도 마시고 홍차도 마시고 우롱차도 마신다. 홍차를 통해 차를 처음 접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녹차를 포함한 다른 차에도 관심을 가진다. 이건 모든 차의 경우에 다 해당된다.

처음 마시기 시작한 차가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나머지 차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히려 커피를 주로 마시는 사람이나 차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막연하게나마 차에 거리감을 느낀다. 따라서 홍차(혹은 다른 차들을)를 녹차의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처음부터 음용기회를 빼앗거나 막게 되면 미래의 녹차 음용자가 될 수 있는 후보자들을 막는 것과 같다.
모든 종류 차에 종사하는 분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지 말고 오히려 힘을 합해 커피나 탄산음료, 주스, 술 같은 경쟁음료로부터 음용자들을 빼앗아와야 한다. 혹은 차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차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은 차 마시는 인구를 늘여야한다. 차 시장이라는 전체 파이를 키워야 녹차 시장도 커지고 홍차 시장도 커지고 다른 차 시장도 클 수 있다. 녹차와 홍차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도울 수 있는 보완관계에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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