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홍차시장 ‘고급화’ 바람...유니레버 시대 끝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수십년 주도한 유니레버’ 시대의 마감 지난 6월 34개 차브랜드 일제 매각 무엇이 유니레버를 움직이게 했을까
유니레버는 왜 긴장했을까
우리나라에서 도브(Dove) 비누 판매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 유니레버(Unilever)는 세계에서 가장 큰 차(Tea) 회사이기도 했다. 1972년에 립톤(Lipton)을, 1984년에는 영국에서 가장 큰 차 회사인 브룩본드(Brooke Bond)를 인수했다. 그 이후 최근까지 매출액 기준으로 전 세계 차 시장 점유율의 10~12%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차 회사였다.
립톤, PG팁스, 타조(Tazo), T2, 푸카(Pukka) 등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차 브랜드들은 거의 다 유니레버가 소유하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 유니레버가 앞에서 언급한 브랜드를 포함하여 소유하고 있던 차 브랜드 대부분인 34개를 올해(2022년) 6월 30일 매각했다. 이것은 전 세계 차 업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10여 년간 차음용 방식의 변화로 차 시장에서 누적된 흐름으로 인한 자연스런 결과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강의나 글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차의 고급화와 다양화 추세를 강조해 왔다. 유니레버의 차 사업 포기는 이 고급화와 다양화 추세를 드마라틱하게 반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커피 시장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 일류 커피 브랜드들은 거의 다 들어와 있다. 커피 음용자들 역시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서 다들 일가견을 가진다. 하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믹스커피가 대세였다. 매우 짧은 시간에 커피 음용 방식이나 품질에서 변화가 있었다.
홍차의 나라 영국은 1968년만 하더라도 티백 음용 비율이 3%에 불과했다. 하지만 티백의 장점이 알려지고 1970년대를 지나면서 티백 음용 비율은 95% 수준이 되어 최근까지 유지됐다(하루 100잔이 음용되면 티백 형태로 95잔이 음용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티백 당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이 티백을 우린 강한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마시는 것이 오랫동안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의 홍차 음용 표준 방식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믹스커피라고 보면 된다.
유니레버가 판매하는 차는 2/3정도가 홍차였고, 대부분 티백 형태였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난 50년 이상 홍차는 주로 티백 형태로 음용되었다. 즉, 유니레버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

변화의 움직임들
그런데 약 10년 전부터 이런 음용 방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변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큰 것은 건강에 대한 우려로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으려는 추세다.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고 마시려면 강하게 우러나는 티백은 적당하지 않다. 그러면서 홍차 본연의 맛과 향을 알 수 있는 고품질 홍차를 찾게 되었다. 동시에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고 마시는 다양한 종류의 차 특히 녹차, 우롱차 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카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카페인 없는 허브 차에 대한 수요 역시 커지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콤부차(Kombucha)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료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의 차(Tea)에 대한 취향이 다양해진 것이다. 티백은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이다. 이 티백으로는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유니레버가 지난 50년 이상 해온 사업 방식에는 부정적 트렌드다.
그동안 세계 차 시장은 유니레버, 타타그룹(Tata Consumer Products Limited), 트와이닝(Associated British Foods), 네슬레, 티바나(스타벅스) 등이 좌우했다. 이들은 인도, 스리랑카, 케냐 등에서 벌크 단위로 홍차를 값싸게 수입해 블렌딩, 패키징, 마케팅을 통해 이익을 남겼다. 이 회사들 역시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물론 이런 대기업들은 변화하는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말 크기 찻잎이 들어있는 사각형 티백을 홀 립(Whole Leaf) 크기 찻잎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삼각형, 사각형 고급티백으로 대체하는 전략이다. 또한 홍차 이외에 녹차, 허브차 등 다양한 제품들도 판매목록에 올리고 있다. 트와이닝, 아마드(Ahmad Tea) 등 주로 수퍼마켓용 티백을 생산하던 회사들은 새롭게 고급 제품 라인을 출시하고 있다.
유니레버 역시 지난 10년간 고급화 노력을 해오긴 했다. 호주의 유명한 차 브랜드 T2(2013년)를, 스타벅스로부터는 타조(2017년)를, 그리고 영국의 유기농 허브 차 회사인 푸카(2017년)를 인수 합병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난 20년간 아주 많은 프리미엄 차 브랜드들이 새롭게 생겨났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TWG(2008년), 스티븐 스미스 티 메이커(Steven Smith Teamaker· 2010년). 피 앤 티(P and T· 2012년), 데이비드티(DavidsTea· 2008년) 등을 포함하여 수많은 신생 브랜드들이 있다. 영국, 프랑스 등의 오래된 브랜드들 중 리브랜딩(Rebranding)을 통해 새롭게 단장한 곳도 많다.
여기에 더하여 고품질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겨냥한 소규모 프리미엄 차 회사들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생겨났다. 인도의 티박스(Teabox)는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면서 신선한 홍차를 유통단계(유럽회사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싸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필자도 자주 이용하는데 가성비가 훌륭하다.
물론 유니레버가 차 사업 전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네팔에 있는 회사와 펩시코(PepsiCo)와 합작하여 설립한 RTD(Ready-to-drink의 약자로 유리병이나 캔,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 차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회사는 매각하지 않았다. 이들 국가와 RTD 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차시장도 변화 중
유니레버로 대표되던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의 효용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티백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한 차로 전환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
유니레버로부터 34개 브랜드를 인수한 곳은 CVC Capital Partner라는 일종의 사모펀드다. 34개 브랜드를 아마도 분리해서 재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각 브랜드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20~30대 젊은 세대가 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고품질의 다양한 차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있다.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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