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홍차여행① 리조트가 들어선 다즐링 다원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세계3대 홍차중 하나 ‘다즐링 홍차’ 다원 절반이 매물로...임금체불 심각 네팔홍차 등에 밀려 경쟁력 잃어가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가 지난 4월6일부터 18일까지 아카데미 졸업생들과 인도홍차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기를 3편에 나누어 싣는다.-편집자주
다즐링 차 산업의 침체
인도의 대표적인 홍차산지는 흔히 다즐링, 아삼, 닐기리 세 곳으로 꼽는다. 그 중에서도 다즐링(Darjeeling)에서 생산되는 다즐링 홍차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고급홍차를 주로 마시는 일본, 독일은 특히 다즐링 홍차를 좋아한다. 하지만 다즐링 재배면적은 인도전체 차 생산지의 3% 정도이고 생산량은 0.5% 수준에 불과하다. 참고로 2022년 인도전체 차 생산량은 132만톤, 다즐링 생산량은 6500톤이다.

이렇게 적은 생산량으로 세계 3대 홍차중 하나로 대접받는 것은 그만큼 맛과 향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다즐링 홍차가 지금 심각한 위기 속에 있다. 2010~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다즐링의 평균생산량은 8000톤 수준이었다. 2017년 정치적인 이유로 대 파업이 있어 생산량이 2800톤에 머물면서 해외 수출시장을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대신 다즐링홍차와 맛과 향이 유사한 네팔홍차가 뜨고 있다.
다즐링 다원 노동자들의 평균 일당은 2022년기준으로 582루피로(9300원) 정도다. 이는 현금으로 받는 232루피와 주거, 교육 등을 포함하여 무상으로 지원되는 모든 생필품을 현금으로 환산한 350루피를 합한 금액이다. 인도의 모든 산업군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임금 수준이다. 이런 열악한 조건이 2017년 파업에 다원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근로의욕이 없는 차 노동자들의 무단결근이 빈번해 이 또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생산비가 오르면서 판매가격도 인상되었다. 여기에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로 주요 소비국인 유럽 국가들의 다즐링홍차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었다. 원래도 적은 생산량인데 이런 이유들이 겹치면서 지난 몇 년간 거의 20% 가까이 생산량이 줄었고 회복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위기의 다즐링 다원
인도의 다원은 정부로부터 30년, 90년 등 장기로 임대받아 운영한다. 그리고 다원으로 임대 받았을 경우,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하며, 양도는 가능하나 양도 시에는 전체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 이런 제약 속에서 경영의 어려움이 지속되다 보니 투자는 커녕 대부분의 다원이 임금 체불이 심각한 상태이다. 생산을 포기하는 다원들도 늘어났고, 다즐링 다원 절반이 매물로 나와있다는 자료도 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홍차 생산지로서의 다즐링, 그리고 다즐링 홍차는 거의 초토화 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다즐링 차 산업을 구하고 다원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2019년 다즐링 지역이 속한 서벵갈 주정부는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다원 면적의 15% 혹은 150에이커까지 차 관광, 교육기관, 문화/전시 센타 등 다른 용도로 전용이 가능하게끔 허용한 것이다.
다즐링 지역은 홍차를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홍차생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이 더위를 피하는 휴양지로 건설한 도시다. 중심지인 다즐링 타운은 약 1900m 고도에 위치하면서 150년 전쯤에 만들어진 고풍스런 호텔도 많이 있고, 수준 높은 기숙학교도 많이 있다. 따라서 지금도 인도인들에게는 관광지로 유명하고 특히 여름 휴양지로는 인기 있다. 1840년대 이후 영국인이 인도의 여러 지역에서 홍차생산 가능성을 알아보던 중 다즐링에서 생산되는 홍차가 고지대 특유의 맛과 향으로 알려지면서 홍차산지로도 유명하게 된 것이다. 다원도 대부분 1000~ 2000m 사이에 위치한다.

다즐링 다원 속의 타지(Taj) 리조트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주정부가 다원의 어려움을 타개할 목적으로 새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아마도 경제발전으로 인도에도 부유층이 상당히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 조치 발표이후 가장 먼저 인도의 최고급 호텔 체인인 타지가 마카이바리 다원에 스파와 수영장까지 갖춘 최고급 리조트를 만들었다(Taj Chia Kutir Resort & Spa, Darjeeling). 마카이바리 다원은 다즐링 쿠르세웅 지역에 있는 아주 유명한 다원이다.
일반인이 묵기에도 터무니없이 비싸고 단체로 홍차여행을 떠난 우리팀(17명)에게도 전혀 가당치 않은 가격이었지만, 다원 한가운데 있다는 매력 때문에 하루 사치를 했다. 4년 전인 2019년에 방문했을 때 짓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공간으로 변할 지는 정말 상상을 못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최고였다. 리조트 자체도 좋았지만 풍광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 사방이 차나무로 둘러싸여 홍차를 사랑하는 우리 같은 애호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런 공간이었다. 특히 차나무로 뒤덮힌 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성공적이란 판단이 섰는지 이미 다른 다원에서도 이런 고급 시설을 짓고 있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다즐링 홍차여행을 간 필자의 마음은 매우 불편하기만 했다. 하루 숙박비가 다원노동자들의 3개월 임금과 맞먹고 맥주 한 병이 하루 일당보다 훨씬 비싼 호텔과 그 옆에서 망태를 지고 차를 따러 가는 노동자들이 한 앵글에 잡히는 현실이 머무는 내내 마음을 아주 복잡하게 했다.
주 정부는 이런 변화를 통해 다원과 다원노동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그 의도대로 될지 아니면 이미 다원 일에 관심을 잃어가는 다원노동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더욱 더 빨리 다원으로부터 떠나갈지 알 수 없다. 부디 모두가 만족하면서 우리는 계속 맛있는 다즐링 홍차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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