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배 위에서 태어났다?...홍차 탄생의 진실은

[ 문기영의 홍차클래스] ‘중국 녹차가 발효돼 홍차 됐다’는 건 속설 유럽인들 기호 맞추려 찻잎 산화 100% 시켰을 수도 살청과정 없는 홍차 제조는 인도 아삼에서 처음 진실은 모호... 인도양 탄생 전설은 이어질듯

더위와 습도로 적도 근방 어디에서 녹차가 발표되어 홍차로 변했다는 오래된 전설. 사진=구글
더위와 습도로 적도 근방 어디에서 녹차가 발표되어 홍차로 변했다는 오래된 전설. 사진=구글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중국에서 출발하여 영국으로 가는 배에 실린 녹차가 적도 근처를 지나면서 더위와 습도로 인해 발효되어 홍차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홍차 탄생에 관한 전설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이야기가 이처럼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흔이 다 되신 어르신도 젊었을 때 들었다고 하시는 거로 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회자 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부터 유래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일제때 들어온 인도양說...진실은 따로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전설이다. 홍차는 찻잎을 (효소)산화시켜 만든 산화(酸化)차다. 찻잎을 고온의 솥에서 덖거나 증기로 찌는 살청과정을 통해 (산화에 꼭 필요한)효소를 불활성화 시켜서 만든 것이 녹차다. 따라서 비산화차인 녹차를 아무리 덥고 습한데 두어도 홍차가 되지 않는다.

반면 크게 보면 녹차라고 분류할 수 있는 차를 발효시켜 만든 차도 있는데 이것이 흑차(黑茶)다. 따라서 이 전설에서 차라리 녹차가 발효되어 흑차가 되었다고 하면 비록 현실성은 전혀 없지만 논리적인 가능성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홍차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 전설에도 어느 정도 진실 혹은 사실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있는 진짜 차는 녹차, 홍차, 우롱차, 흑차, 백차, 황차 이렇게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들 차 모두는 중국에서 탄생했다. 그렇게 알려져 있고 대체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홍차는 어떻게 보면 다른 차들과는 달리 중국에서 탄생했다는 주장이 100%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롱차가 홍차 아니었을까

앞에서 언급된 전설에서도 중국이 아닌 (당시 항로에 근거하여 보건데 아마도 인도양의) 적도 근처 어딘가에서 녹차가 홍차로 변했다고 되어있다. 즉 홍차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녹차는 이론적으로 산화도가 0%인 비산화차다. 홍차는 이론적으로는 산화도가 100% 인 완전산화차다. 우롱차는 부분산화차로 산화도가 10~15%에서 70 ~80%까지 이른다. 여기서 말하는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크게 의미는 없다.

차 연구자들에 의하면 1610년경 처음으로 녹차가 유럽으로 가고, 약 30~40년 후에는 그 무렵 푸젠성에서 처음 만들어진 부분산화차가 또 다시 유럽으로 갔다고 한다. 당시 중국에서 유럽까지는 배로 1년 ~1년 반 정도 걸렸으며 중국내 차 생산지에서 항구까지의 운송여건 등을 고려해 보면 유럽인들이 마신 차는 생산된 지 최소 2~3년은 지난 것일 수도 있다.

대만 우롱차 '동방미인'. 우롱차중 산화가 많이 된 편에 속한다. 살청과정이 있다. 사진= 문기영
대만 우롱차 ‘동방미인’. 우롱차중 산화가 많이 된 편에 속한다. 살청과정이 있다. 사진= 문기영

차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맛과 향이 나빠진다. 그런데 “산화과정”을 거친 차는 맛과 향이 나빠지는 속도가 느려진다. 산화의 속성이 그렇다.

그렇다면 유럽인(혹은 영국인) 입장에서는 산화되지 않은 녹차보다는 어느 정도 산화된 부분산화차가 더 맛있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럽 소비자들이 부분산화차를 더 선호하게 되었고 수입하는 사람들도 중국인들에게 녹차보다 부분산화차를 더 요구하게 되었다.

산화의 속성을 알고 있던 중국생산자들은 유럽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산화정도를 점점 더 높였고 결국 100% 산화시킨 홍차가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차 연구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따라서 유럽인들이 홍차라고 마셨던 것이 현재 관점에서 보면 상당기간 부분산화차(우롱차)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완전산화차라는 의미에서의 홍차는 유럽인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중국인들이 점점 더 발전시킨 것이 된다.

비록 부분산화차를 처음 만든 곳은 중국이지만 홍차로 완성시켜 가는 데는 유럽인들의 역할도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 당시 중국인은 녹차를 주로 마셨고 산화된 차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다.

진실 그 너머...인도양 탄생 전설

학자들에 의하면 모든 신화와 전설은 완전 허구라기보다는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홍차가 탄생한 곳이 중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그 중간쯤 되는 인도양의 바다라는 앞의 전설이 상당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100% 산화시킨 완전산화차라는 의미에서의 홍차는 중국이 아닌 인도 아삼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다.

살청은 고온의 열로 찻잎 속 효소를 불활성화 시키는 과정이다. 사진= 구글
살청은 고온의 열로 찻잎 속 효소를 불활성화 시키는 과정이다. 사진= 구글

차 가공과정에서는 살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녹차는 가공과정 초기에 살청이 있고, 부분산화차(우롱차)는 중간쯤에 있다. 홍차는 살청과정이 아예 없다. 과거 중국에서 홍차라고 생산한 것은(아무리 산화도가 높다 하더라도) 가공과정에 살청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아예 살청과정이 없는 홍차는 1860년대 전후 인도 아삼에서 영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앞 주장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찻잎이 산화되어 홍차가 되고 있는 모습. 사진= 문기영
찻잎이 산화되어 홍차가 되고 있는 모습. 사진= 문기영

차에 있어서는 진실도 중요하지만 전설도 중요하다. 더구나 진실이 모호할 때는 전설이 더욱 중요해 질 수 있다. 홍차가 인도양 한가운데서 탄생했다는 전설은 아마도 100년 후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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