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원 아내의 걱정...”서울가면 부동산에 빠질까봐”

[신나리의 피라미드에서 아침을] 귀국 앞둔 주재원 아내의 두려운 심경 한국서 ‘부동산’ 욕망에 다시 빠질까 두려워 “최고 아파트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요”

국내 부동산시장 과열을 보는 해외 주재원 가족들의 심정도 착잡하다. 부동산 소유 욕망에 다시 빠져들까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부동산시장 과열을 보는 해외 주재원 가족들의 심정도 착잡하다. 부동산 소유 욕망에 다시 빠져들까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다. 사진 = 연합뉴스

[신나리 이집트 통신원] “최고의 아파트는 뭘까요?”

저는 이집트에 있는 국내기업 지사의 주재원 아내입니다. 올연말이 되면 5년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 잠을 못이룰때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고국의 부동산 때문이죠.

16년전 부동산 투자 입문했는데

“우리, 집구경하러 갈까?” 2005년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장마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날, 약혼자였던 남편과 저는 서울의 한 뉴타운에 집구경을 갔습니다.

내 손에 있는 돈, 남편 손에 있는 돈으론 턱도 없었지만 새 아파트에 살고싶다는 마음에, 서울에 집을 마련한다는 꿈에, 대출이라는 절호의 찬스에 기대어 200만원 가계약금을 걸고 덜컥 아파트를 계약했습니다. 남편은 부동산 가게 밖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쩔려고 너...집을 사냐...왜...사고를 치냐”며.

그 이후 몇년동안 국민은행 시세표를 보면서 집값이 오르고 대출을 갚으며,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갔더랬죠. 분양권을 사고 팔기를 수차례, 재개발 입주권을 사고팔며 더 큰집, 더 비싼 집으로 우리는 전진하고 또 전진했습니다.

조금씩 돈을 모아 또 투자를 하고, 더 좋은 곳으로, 더 가치있는 곳으로 옮겨가며 투자를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죠. ‘임장’을 가고 다음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에 나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신기했습니다. 그들은 아예 버스를 대절해 투자 여행도 다녔습니다. 따라갈 수 없었지만 그들의 대담한 투자가 멋져보였습니다. 저는 고작 한 두 채의 아파트를 옮겨타고 갈아타는 정도를 할 뿐이었습니다. 제 경제적 여력을 넘어서는 부채는 족쇄가 된다고 믿었기에 어느 선에서 멈췄습니다. (결혼 초 무거운 대출이자로 고생을 해봤기 때문이죠.)

이렇게 산 세월이 결혼한 횟수 만큼이니 벌써 16년째 입니다. 저희 가정은 중국 상해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다가 들어와 경기도 일산에 살았고, 이집트로 나온지 올해로 5년째입니다. 그 세월동안 제 손을 거쳐 간 등기부등본이 몇개였나 세어보기도 합니다. 야, 많기도 많네라며 신기해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중고차를 좋아합니다. 새 차는 사자마자 그 가치가 떨어져서 1년만 지나도 새차 가격의 30% 정도가 떨어지니 황당한 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금이나 아파트는 사면 살수록 가치가 올라가니 돈을 넣어도 아깝지 않은데, 새 차는 황당한 투자라는 생각이 제 뒷목을 잡게 합니다. 그래서 새차타기를 즐기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새 차도 사고 새 아파트도 살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다 하겠지만, 저의 경제적 여건은 항상 한계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다 하면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새 차를 포기한 면도 있죠. 그러면 옷은 어땠을까요, 다른 물건들은 어땠을까요.

‘욕망의 늪’에 빠진 기분...헤어날수 있을까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지금, 저는 멈출 수 없는 ‘욕망의 늪’에 빠진 기분입니다. 저는는 오랫동안 아파트를 사는(live) 곳이라는 생각 뿐만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지만, 이번 투자가 끝나기도 전에, 이번 아파트에 살아보기도 전에 또 더 좋은 상급지로의 이동을 꿈꾸고 있습니다. ㅠㅠ

이 욕망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그 끝이 오면 제가 새 차를 살 수 있을까요? 그런데 끝이 있기나 할까요?

제가 살던 동네를 가보면 ‘강남 어디에 사는 아줌마들은 이렇더라’하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공부시키고, 무슨 이야기를 나눈다며 서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그들이 부러운 거지요. 그래, 우리도 그렇게 되고 싶은 거겠지요. 남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거겠지요.

요즘 사람들이 좋은차, 외제차을 타는 이유가 승차감보다는 하차감 때문이라고 하던데, 제가 자꾸 아파트를 갈아타는 것도 남들 앞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싶은 마음, 그 욕망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돌아보곤 한답니다.

‘지금 있는 집동네(한국에 사둔 집)에 살면 어때’ 하면서도, 저기 강 건너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이는 저 동네의 새 아파트들이 왜 자꾸 눈에 들어오는지요. 거기에 가려면 또 절약하고 대출금 갚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ㅜㅜ

이집트에서 잠못 이루는 밤

결혼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은 두렵습니다.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의 공부, 학교 동네, 아파트, 차 등등 소유하는 것으로 사람을 저울질하는 곳으로 돌아가기가 두렵습니다. 저도 동화되고 똑같이 흔들릴까 봐서요.

사람들이 최고의 아파트를 찾아서 다닌다는데, 도대체 왜 꼭 최고의 아파트를 찾아서 거기에서 살려고 아둥바둥해야 할까요? ‘최고의 아파트’라는 게 사실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요? 마치 파랑새 같은, 아니면 신기루 같은 건 아닐까요. 어쩌면 제 가까이에 있는 그 곳이 파랑새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닐까요.

하루 밤이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하루 더 다가옵니다.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이집트를 떠난다는 홀가분함보다는 ‘욕망의 전차’ 같은 한국향(向) 비행기에 오르는 두려움이 차츰 짙어지겠지요. 싱숭생숭한 밤에, 부동산을 향한 저의 욕망이 조금씩 옅어지길 빌어봅니다.

글쓴이

신나리 칼럼니스트

신나리 이집트 통신원은 한국에서 '신나리 영어교실'을 운영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뜻밖의 이집트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불안한 속에서도 씩씩하게 두 아이를 키우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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