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등 커피, 파나마 게이샤 커피를 아시나요?
[신나리의 파나마에서 살아남기] 세계에서 가장 맛있다는 게이샤 커피 재배지인 보케테, 해발 700m 고원 습하면서 서늘..오렌지 등 함께 자라 과육 두껍고 과일향 나는 원두 명품 좋아하는 아시아인에 마케팅 열중
‘세계 1등 커피’ 게이샤 커피
중남미의 나라 파나마 수도, 파나마 시티에서 차를 타고 7시간 거리를 지나왔다. 1년 내내 무더운 파나마 시티를 떠나 해발 700m 이상의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1번 국도를 타고 보케테라는 곳을 향했다. 이 도로는 지난 번 글에서 언급한 ‘판 아메리칸 하이웨이’의 일부다. 이 길로 곧장 4시간을 더 달리면 코스타리카에 도착할 수도 있다.
높은 지대의 보케테는 파나마 시티에서 느끼는 덥고 습한 기운이 아닌,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별히 찾은 이유는, 파나마에서 두번째로 유명하다면 서러울 전세계 1등커피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이샤 커피는 아라비카 커피과에 속하면서, 자연적으로 돌연변이가 된 종으로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이고 그 지역의 게샤 숲에서 자라는 커피종이다. 1930년경 에티오피아 남서부 지역의 영국 식민지 탐험대가 이 커피종을 발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커피콩은 케냐와 탄자니아로 옮겨졌다. 다시 1950년대에 이 콩이 파나마로 건너와 코스타리카로까지 옯겨지게 되었다. 이름도 처음엔 ‘게샤’였는데 대서양을 건너면서 ‘게이샤’로 바뀌었고, 그게 정착됐다.
보케테 지역의 특별함
게이샤 커피 원두를 가져온 최초의 농장 중에 하나는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가문(hacienda la esmeranda)였다. 이 가족 소유의 회사는 스페셜티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파나마 고원 보케테 지역에서 게이샤 커피나무를 심었다.
이 지역은 1년 내내 습하고 공기가 서늘하며 언제나 이슬을 머금고 있는 날씨에 주위에는 오렌지 나무, 시트러스, 토마토, 다양한 식물과 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공기 속에 다양한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다. 이 지역 코피콩의 품종은 다른 곳보다 더 다양한 신맛과 꽃 향기 등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이 지역 사람들이 그저 커피가 아닌 ‘차’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다른 어떤 커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함이 느껴진다.
다른 중남미 고산지대의 커피는 원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협동조합들이 생산하기에 수량이나 품질을 균일하게 맞추기가 어렵지만,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비슷한 환경인데도 미국의 자본과 마케팅 덕에 성공의 날개를 달 수 있었다.
게이샤 커피는 미국에서 은퇴한 자본가들이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가문의 농장을 사들였고, 이어 유명한 커피의 대가들을 초청해 자신들의 커피 맛을 보여주며 마케팅했다. 이것이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해인 2004년 파나마 커피 경진대회에서 한 잔의 커피를 마셔본 심사위원들은 그 전에 마셨던 커피와 다른 풍미를 느끼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동아프리카 커피 같은 화사한 꽃 향과 향기로운 과일 향, 그리고 상큼한 산미와 강한 단맛이 강렬했던 이 커피는 다른 여느 지역의 커피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바리스타들이 커피 대회마다 자신을 뽐내는 데 자주 사용하는 커피가 되었다. 지금도 파나마 게이샤는 전세계 커피 경연대회마다 연거푸 1등을 차지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레몬향 나는 커피열매
필자는 보케테에 도착해 유명한 게이샤 농장 중 두 군데를 둘러보며 독특한 풍미에 흠뻑 빠졌다. 화산지대인 보케테의 토양 위로 이슬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적당한 햇빛을 쐬며 길가에 매달려 있는 커피 열매는 과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하고 그 끝에선 상큼한 레몬향이 가득했다. 아침 산책길에 커피나무 열매를 하나 따서 먹어보니 과즙이 달고 풍부해서 그 자체로 먹는데도 맛이 너무 좋았다. honey 프로세스를 거친 커피는 커피콩 주위에 있는 과육만 남긴 채 말리고 볶아서 만드는 것인데, 나는 이 커피를 접할 때마다 달고 풍성한 바디감을 느끼곤 했다. 특히 보케테의 커피는 과즙이 풍성해서 그런지 훨씬 고급진 honey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소개해준 커피농장으로 견학을 갔다. 숙소에서 일하는 호세라는 동네 주민이 소개해 준 곳이니 믿고 갈 수 있었다. Gran del val이라는 농장은 숙소에서 코스타리카 산쪽으로 차로 30분을 달려 닿은 곳이었다.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나무들에 잘 익은 커피콩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커피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거기서 콩을 한 알 한 알 따는 원주민 치르키 부족 주민들이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미국 인디언들처럼 키는 작았지만 거친 손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커피콩이 다칠까 한 알 한 알 정성으로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의 커피 가게에서는 커피를 판매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매년 열리는 파나마 커피 경연대회에 출품할 품종을 생산하는 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결국 전세계 커피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고, 그러면 올해 생산량의 대부분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한해 농장 수입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대회임이 틀림 없었다.

한국선 커피원두 200g에 10만원
필자는 파나마에 1년 정도 살면서 다양한 농장의 게이샤 커피를 맛보았는데, 처음에 접했던 게이샤 커피는 유럽이나 다른 데서 마셨던 고소하거나 쓴 맛이 아니라 다소 실망했다. 그러나 이후에 마시면 마실수록 차맛 같기도 하다가 커피 같기도 한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커피가 뜨거울 때도 식었을 때도 맛있게 즐길 수 있어 정말 재미있는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인사동이나 커피를 좀 안다는 커피숖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게이샤 커피 한 잔에 2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파나마 현지에서 파마나 게이샤 커피 원두는 200g에 한국 돈으로 4만원 가까이 팔리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파나마 게이샤 커피 원두 200g을 10만원 정도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명품 좋아하는 아시아인들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최근 보케떼 농장에서는 해외 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해서 시음회를 진행했는데 그때도 아시아 지역의 대사관 직원들이 많이 초청됐다. 당연히 파나마 게이샤커피의 최대시장이 아시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이제 커피의 맛이나 기호에 대한 디테일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더욱 섬세하고 정교하게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명품을 좋아하는 아시아인들의 정서를 이용하는 마케팅처럼 비싼 커피를 마셔 본 경험을 이용해 고급 커피를 판매하고자 하는 마케팅 상술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전세계 1등 커피인 파나마 게이샤 커피. <더 칼럼니스트>의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한국에 들어가서 독자들과 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눌 날이 있을까.
오늘도 한 잔에 4달러에 달하는 일반적인 파나마 보케테 커피를 마시지만, 그 커피도 신맛과 단맛이 나는 게이샤 커피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필자만의 착각일까? 아직 입맛은 저렴해도 마음만은 언제나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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