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의 고속도로를 아시나요?
[신나리의 파나마에서 살아남기] 북중미 잇는 팬아메리칸 하이웨이 딱 끊어져 있는 파나마 ‘다리엔 갭’구간 개미허리 모양의 험준한 열대우림지 남미서 육로로...미국 가는 난민들 루트 2년뒤 개통, 4만6천㎞ 고속도 이어져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 들어보셨나요?
세계 최장의 고속도로. 북극대륙 아래 미국 알레스카에서 남미 아르헨티나까지 지선을 포함한 길이가 4만 6000㎞나 되는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다. 북에서 남으로 모두 14개 나라의 고속도로들을 사이사이 이으면서 북남미를 종단한다. 하지만 이 도로는 아직 연결이 안된 한 구간이 있다. 대한민국 3분의 2 크기만한 작은 나라 파나마에서 개미허리 모양의 지형을 하고 있는 ‘다리엔 지협(darien gap)’이라는 미개척지다.
이 곳은 파나마의 야비자(Yaviza)와 콜롬비아의 투루보(Turubo) 사이 국경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지협으로, 험준한 지형에다 열대우림으로 뒤덮혀 있다. 그 지역에서 고속도로로 이어야할 약 150㎞구간이 연결되지 않아 세계 최장의 고속도로를 미완성으로 남겨놓게 됐다. 이 지역은 통행로가 따로 없다보니 사람들이 다니기 힘들었고, 그로인해 지난 70년간 도로를 건설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의 거대한 퍼즐에 ‘불편한 조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다리엔 갭’을 찾아가보니
필자는 지난달 선교여행차 야비자(Yaviza)를 다녀왔다. ‘다리엔 갭’의 바로 옆동네다. 방문하는 동안 왜 그 곳에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미개발지로 남아있는지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험준한 지형 탓에, 내면에는 더 험준한 국제정치 탓에 완공이 미뤄지고 있었다.
‘다리엔 갭’은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불과 30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그렇지만 포장되지 않은 구간과 구불구불한 포장길, 중간중간 우기동안 비로 인해 움푹 패인 도로 사정 탓에 차로 6시간이나 달려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밀림 속으로, 자연의 위엄 속으로 들어가는 노정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해줬고,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겸손도 배우게 하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론 파나마에서 유일한 고속도로인 1번 고속도로 중 ‘다리엔 갭’ 구간 150㎞ 정도만 개통되면 콜롬비아를 지나 아르헨티나까지 닿을 수 있다 상상하니 즐겁기도 한 시간이었다.
현재 이어지지 않은 구간은 2년 뒤 완공될 예정이다. 우기 때는 비가 많이 오면 1년의 반 이상은 공사를 할 수 없어 건기인 지금 바짝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강둑을 잇는 아스팔트 다리를 건설중이었다.

프랑스가 시작한 도로, 미국이 완성중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도로망으로, 아이디어는 19세기말 프랑스의 지리학자인 피에르 제오르제가 제안했다. 그는 미주 대륙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두 대륙 간의 교역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했다.

당시는 프랑스가 파나마 운하도 지으려 했을 정도로 서방열강들이 아프리카로, 남미로 식민 제국주의를 펼칠 때였다. 프랑스는 이미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도 건설했던 터라 운하나 도로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그렇게 시작했지만 프랑스는 파나마 운하를 완공하지 못했다. 불충분한 계획과 질병, 사기죄 기소 등으로 10년간의 작업 기간과 14억 프랑이라는 거액 그리고 2만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1889년에 중단했던 것.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하게 되는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주 대륙 간 교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로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의 본격적인 건설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다. 미국은 이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미주 대륙의 북쪽 끝부터 남쪽 끝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도로망을 건설한다는 구상을 실천에 옮겼다.
14개국 고속도로 이어가며 4만6천㎞
도로는 알래스카의 프루드호 베이(Prudhoe bay)에서 출발해 세계 최남단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Ushuaia)까지 가는 고속도로다. 노폭은 왕복 2~4차선이다. 이 도로는 미주대륙 14개국을 지나간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를 지나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를 거쳐 남미대륙의 서해안을 따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를 거친다. 이어 칠레에서 분기해 지선 한 가닥은 칠레 케욘이 종점인 길이다. 또 한 지선은 아르헨티나를 지나 남미대륙 끝인 우슈아이아(Ushuaia)에 이른다.

이 노선의 일부인 파나마지역의 ‘다리엔 갭’ 구간은 높은 산봉우리와 숲으로 우거진 정글에 가려져 있는 매우 험준한 곳이다. 건설이 지연된 표면적인 이유는 이처럼 험준한 지형 때문이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탓을 하기도 한다. 콜롬비아에서 마약조직이 활개치고 있는 만큼, 고속도로가 세계최대의 마약생산국인 콜롬비아를 지날 경우 남미에서 북미로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마약 밀수 루트’가 만들어질 것을 미국이 걱정한 탓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치적 난관도, 난민들의 슬픔도 해소되길
또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남미 난민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육로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가려면 이 다리엔 갭을 반드시 지나야한다. 험준한 지형 탓에 이 지역을 건너다 희생당하는 난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파나마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2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데 올해는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20% 이상은 미성년자로, 다리엔 갭을 점령하고 있는 마약조직 등에게 통행료를 낸 뒤에 건너고 있다. 건너가다가 급류에 휘말리거나 독사, 독거미 등에 물려 생명을 잃기도 한다. 자신의 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잡지 못한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곳을 지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고속도로 연결공사가 끝나면 더 많은 난민관련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속내도, 콜롬비아 마약조직의 속내도 알 수 없지만 매년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험한 길이 이제는 진정한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는 브릿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알레스카에서 시작된 이 길이 남미의 저 아래 아르헨티나까지 연결된다면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남미와 북미를 열심히 오가며 이국적인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총으로 중무장한 무력 세력들을 만날 수도 있고, 언어의 벽을 넘지 못하면 어떻게 될 지 걱정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한국분들은 중국,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에 이어 중남미 배낭여행을 꿈꾸지만 중남미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부터 스페인어를 열심히 배우고 언젠가 은퇴 후 중남미 이곳저곳을 팬아메리칸 하이웨이를 타고 여행하는 상상을 해본다. 우유니 사막, 이과수 폭포, 칠레의 아름다운 자연, 칸쿤의 바닷가, 갈라파고스의 멋진 동식물들을 만날 것이다. 내후년에는 콜롬비아까지 팬어메리칸 하이웨이를 타고 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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