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개미의 지혜...작은 손실로 큰 손실을 막아라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왕도마뱀과 흰개미에게서 배우는 지혜 고급 인재를 외부에 장기간 내보내는 이유

[하영균 ‘상도록’ 저자 겸 에너지11 기술 대표] 호주 사막에 사는 줄무늬 왕도마뱀은 새끼를 부화시키는 방법이 특이하다. 왕도마뱀은 알을 낳고 나서 10개월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안전하게, 또 동일한 조건의 환경하에서 부화를 위해 알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사막에서 그런 곳은 땅속이거나 아니면 땅속과 비슷한 조건 밖에 없다. 땅 속에 들어 갈 수 없는 왕도마뱀이 노리는 곳이 바로 흰개미 집이다. 흰개미집 안은 흰개미들도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 적당한 온도와 비슷한 습도를 유지하는데 적당하게 되어 있다. 흰개미집은 우리 인간의 빌딩처럼 땅 위에 높이 짓고 특이한 냉방 시스템으로 관리되기에 왕도마뱀이 알을 낳아 보관하다. 이곳에 알을 낳아 두면 10개월 동안 문제 없이 보관할 수 있고 부화도 잘 된다.

흰개미집 앞에 다시 나타나는 왕도마뱀

다만 흰개미 집은 흙 벽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기 때문에 부화 후에 왕도마뱀 새끼들이 흰개미 집을 탈출할 수 없을 지 모른다. 이때 부화 시기를 알고 있던 어미가 나타나서 그 흰개미 집의 벽을 허물고 새끼들이 땅 위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어미 도마뱀이 오기 전까지 며칠 동안 기다리느라 부화하면서 남아있는 알껍질 속의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어미는 정확히 자신이 낳은 곳을 찾아서 흙벽을 뚫고 그곳에 갇혀 있는 새끼 도마뱀들이 나오도록 만든다.

동물은 본성에 따라 시간 공간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다. 동물의 몸에는 일종의 내비게이션과 추적 장치가 붙어 있다. 시간은 주로 자오선 길이로 측정하고 공간은 주로 냄새로 추적한다. 왕도마뱀도 스스로 그런 자연의 법칙을 이용해서 때가 되면 자신이 낳은 알을 찾으러 와 새끼를 탈출시켜 주는 것이다.

흰개미집 안에 알을 낳아 둔다는 것은 어쩌면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혹시나 흰개미가 알을 깨고 먹을 수도 있고 다른 외부적인 이유로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바로 10개월이라는 기간이다. 사막에서 그 기간동안 알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동물은 이런 경우에 대부분 새끼를 배 속에 보호한다. 태생으로 배에 넣어 두어 10개월을 보내도록 진화를 한 것이다.

반면 왕도마뱀은 다른 길을 택했다. 알을 낳되 가장 안전한 곳에 보호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기 위해 흰개미가 살고 있는 지역을 택한다. 그런 지역에서 오랫동안 왕도마뱀과 흰개미는 공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흰개미가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왕도마뱀로서는 새끼가 10개월의 보호를 받는 이득이 있지만 흰개미에겐 어떤 이득을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별로 없을 것 같다. 집도 부서지고 알은 강제로 투입되었기에 기분 나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을 손상하는 메커니즘을 흰개미가 만들어내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어쩌면 흰개미는 알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왕도마뱀이 벽을 허물 뿐 집을 완전히 부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중요하게 느낄지 모르겠다. 즉 어느 정도의 손해는 있지만 더 이상의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알을 보호를 하는 것은 아닐까.

흰개미가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경제적 이득은 작은 손실로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왕도마뱀이 흰개미의 서식지가 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점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형성했다면 어땠을까. 상호 공진화의 과정에서 일정 시기 동안 흰개미들이 공략을 당하고 왕도마뱀도 피해를 입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진화를 한 지금에서는 서로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상호 인정하는 단계가 되었다고 본다.

중국이 해외유학생을 많이 보낸 이득은

경영의 관점에서 이런 왕도마뱀의 부화전략을 ‘장기 투자’라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기업 경영의 현실에서 장기적인 기술이전이나 오랜 기간 학습이 필요한 경우 이를 조직 내에서 하기 보다는 그런 조건을 가진 곳에 파견하고 때가 되면 돌아오도록 하는 전략이 그것이다.

현대에 이런 전략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970년대초부터 매년 1만명이상의 인재를 해외로 유학보냈다. 국가 장학금으로 유학을 가기는 했지만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확률은 초기에는 아주 낮았다. 실제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후 수많은 학생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당할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그때 지도자였던 등소평은 처형 대상이 되는 학생들이 국외로 정치적 망명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당시 중국지도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그들은 중국인이고 어느 나라에 있더라도 중국인이다. 때가 되어 중국으로 돌아 올 수 있을 때 중국이 그들을 환영하기만 하면 된다”였다. 실제 학위가 끝나고 초기의 10% 정도에 불과했던 귀국률은 가면 갈수록 높아져서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과 비즈니스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중국이고 중국 정부가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 사업을 하도록 하기 때문에 안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정치적인 이유라면 몰라도 순수한 경제적인 이유로는 돌아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한다.

현대 중국의 산업과 기술 발전의 밑바탕에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인력 투자를 한 노력이 깔려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장기적인 인력 투자를 하고 그들이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국가 전략인 것이다.

그러면 남는 의문으론 본국으로 돌아가는 고급인력을 키워준 기업이나 국가는 어떤 이득이 있는가. 이렇게 돌아간 사람들은 자신이 학습하고 교육받은 곳을 기준으로 사고한다. 때문에 그들과는 완전히 단절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연결을 갖는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오면 친미국 성향이 되고 일본 가서 공부하면 친일본 성향이 되듯이 말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GE에서 교육받아

그러니 상대 국가나 기업도 안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GE에 3년을 학습하고 왔다. GE의 리더쉽 과정을 3년간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삼성의 미래전략을 연구했다. 100년이상된 기업의 장기 발전 전략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공부를 한 것이다.

몇년 전에 이뤄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삼성의 조직혁신은 바로 GE에서 배운 전략을 바탕으로 이룩해 내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분명 삼성도 GE와 밀월 관계를 예상했을 것이다. 서로의 이익과 보호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마치 왕 도마뱀과 흰개미처럼 말이다. 기업 경영을 오래 하려고 하면 이런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와 국가간에도 장기적인 전략으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어쩌면 현재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를 지원하고 경제성장을 돕는 것도 결국은 미래의 시장을 만들어 내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과감하게 다른 기업이나 산업에 위임하고 때를 기다리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국가도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미련해 보이는 줄무늬 왕도마뱀도 이렇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자손을 위해 과감하게 던질 줄 알듯이, 국가와 기업도 장기적인 인재 전략을 구사하며 미래 비전을 세워 나가야 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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