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선택압’으로 배우는 기업의 위기극복法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급변한 환경을 이겨내는 생물들의 진화사례 환경 변화 못쫓아간 일본, 적극 대처한 한국 기업가정신, 선택압 이겨내는 ‘진화 동력’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했던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의 장인정신에 안주해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했던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의 장인정신에 안주해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연 선택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종은 도태되고 적합하게 진화를 한 종은 자손을 남겨 오랫동안 번성한다는 것이다. 즉 진화의 결과물은 유전이 되고 그 유전에 의해 연속적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만일 그 진화의 방향이 잘못되면 그 종은 멸종을 하고 만다. 유전적으로 계승되는 진화가 이루어져야 자손들이 환경에 적응해 갈 수 있으며, 유전되지 않으면 환경에 적응할 수 없기에 자손이 생존을 할 수 없다.

크게는 자연 선택, 작게는 선택압

항상 동일한 유전자를 이어받았다고 하더라도 변이라는 또 다른 프로세스가 있어 다양성을 더욱 키운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도 얼굴과 습관, 그리고 체형이 다르게 발현되는 것과 같다. 변이는 또 다른 진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반이다. 왜냐하면 변이는 일정 정도의 분포를 가지고 있는데, 그 분포가 특정한 방향으로 선택되면 편중이 생긴다. 마치 목이 긴 기린이 식물의 상위층에 있는 잎을 많이 먹게 되고 건강해지면서 이들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수된다. 그러면 키가 큰 유전자를 지닌 기린들이 후대에는 더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린은 목이 긴 기린으로 살아 남았다. 만일 나무들의 키가 높지 않아서 목이 낮은 기린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된다면 시간이 오래 경과된 후에는 기린의 목은 짧아질 것이고 목이 짧은 기린이 우세종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생물은 환경에 적응해야만 하는 ‘피동적인 진화’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 생태계의 진화를 설명할 수 없다. 사냥을 하는 치타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에 특화되어 진화를 했다. 태어나면서 그런 유전자를 받기는 했지만 그것 만이 전부는 아니다. 치타는 그런 유전을 지속하며 자손을 남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냥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달리기를 잘하는 것일 수도 있고 먹이감을 찾아내는 능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서 특화된 진화를 하지 않으면 개체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이때 생태계 내에서는 그런 개체의 선택을 ‘선택압(壓)’이라고 표현한다.

환경의 변화는 어떻게 진화 방향을 이끄나

선택압이란 생물이 환경 변화, 즉 외부로부터 생존을 위협받을 만큼 강력한 힘이 가해질 때 그 외부의 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택하는 진화의 방향을 말한다. 선택압이 높을수록 진화는 빠르게 이루어진다. 극단적인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그 환경에만 살아남는 몇몇 종만 남게 되고 그 종이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면서 번성하게 된다. 가령 갑자기 땅이 갈라지면서 하나의 섬이 두 개로 분리 된다면 떨어져 나온 섬에 살고 있던 생물들은 그 섬에 맞는 생존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 섬에 맞는 생존 방법을 찾아서 살아남는 개체도 있을 것이고, 생존 방법을 찾는데 실패해서 자손을 남기지 못한 채 죽어버리기도 한다. 생존 방법을 찾은 개체만 자손을 남기고 그렇게 유전되어 특화된 방향으로 진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서 바퀴벌레약을 넣은 단맛나는 음식을 길목에 둔다. 그러면 바퀴벌레는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서 죽는다. 그것이 반복되면서 단맛을 좋아하는 바퀴벌레는 더 이상 생존을 할 수 없게 되고, 단맛을 좋아하지 않았던 바퀴벌레만 계속 살아남게 될 것이다. 결국 단맛이 나는 음식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하던 사람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바퀴벌레의 선택압에 따른 진화는 빠르다. 한 세대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빠르게 일어난다. 선택압에 특히 민감한 것이 곤충인 이유는 번식 주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또 모기의 경우 날개짓 소리가 사람의 귀에 들리면 사람들이 모기를 잡기 위해서 노력한다. 모기약을 뿌리든지 다른 도구를 사용해서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모기의 날개짓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가청 범위를 벗어난 수준이 되면 모기에 물리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모기를 인식하지 못한다. 날개 짓 소리가 요란했던 개체들은 사라지고 날개짓 소리가 적은 모기들만 남게 된다. 결국은 모기 소리로는 모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사실 모기가 불이 꺼진 상태에서는 날개 짓을 빠르게 해 소리를 높이지만 불이 켜진 상태에서는 날개 짓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모기들도 그런 선택압을 강하게 받은 만큼 스스로 진화의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끼리도 선택압에 의해서 상아가 없는 코끼리 개체수를 늘렸다. 이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사냥꾼들은 상아를 얻기 위해서 코끼리를 밀렵했고 상아를 가지고 있던 코끼리는 줄어 들고 대신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났다. 밀렵이 빈번해지기 전에는 상아가 없는 코끼리의 비율이 전체의 4% 정도였는데 밀렵이 성행하면서 그 비율이 30% 이상이 됐다. 향후에는 상아가 없는 코끼리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진화의 관점으로 보면 상아가 필요했기에 코끼리가 상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아로 인해 코끼리 개체군이 위협을 받자 상아 없는 코끼리 개체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들의 잔인한 밀렵이 사라진다면 코끼리도 다시 상아를 가지는 코끼리로 바뀔지 모른다.

‘선택압’을 극복하고 생존하려는 노력

여기서 선택압과 자연 선택이 똑같은 의미가 아닐까 짐작하겠지만, 둘은 관점이 다르다. 자연 선택은 자연이 만들어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도태되고 만다는, 생물의 입장에서는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선택압은 자연이 만들어낸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생물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압력을 의미한다. 즉 생물이 생존을 위한 독자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는 능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위기에 빠지면 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생물에게는 그것이 유전으로 전수가 되지만 인간에게는 학습으로 전수가 된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이는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보’인 셈이다. 마치 민족적인 DNA처럼 학습되어서 ‘역사’ 또는 ‘민족혼’이라는 이름으로 전수된다. 유태인처럼 고난을 많이 받은 민족이 오히려 번성하는 것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생존의 방향을 찾아야 했던 경험이 민족이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되었기 떄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선택압에 맞서는 기업, 기업가 정신

산업 생태계의 관점으로 보면 선택압은 ‘위기’다. 위기란 단어는 위험과 기회라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위험만 느끼고 기회를 보지 못하면 위험으로 인해 몰락하지만, 위험속에 담긴 기회를 보게 되면 이를 통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를 실행함으로써 실제 극복이 가능해진다. 기회를 찾아내고 실행하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산업 생태계에서 그 의지를 발휘하는 사람들은 ‘기업가’들이다. 기업가들은 위기에 빠지면 위험을 감지하고 기회를 모색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한 후 성장하는 식으로 기업의 길을 개척해간다. 위기가 없으면 ‘기업가 정신’은 있을 수 없다.

생태계의 진화가 선택압에 의해서 이루어지듯, 산업 생태계의 진화는 기업가 정신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기업가 정신은 선택압처럼 시장과 기술의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려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정신이다. 그런 위기 극복 방안을 찾는 과정을 통해 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진화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가 정신은 4가지 방향으로 진화한다.

첫째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 속도에 맞춰 빠르게 따라가는 진화를 한다. 마치 동물의 사냥에서 먹이감이 도망가는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추격하는 포식자의 속도도 빨라지는 것과 같다. 마치 무한 경쟁처럼 빨라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속도를 더 이상 높일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속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결과다. 치타가 생태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사냥꾼이지만 치타 종이 가장 상위 포식자로서 번성하지는 못했다. 즉 속도만 빨라진다고 해서 가장 뛰어난 사냥꾼이 되는 건 아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도 경쟁에만 몰입하면 어느 순간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면 약한 부분 때문에 몰락할 수도 있다. 일본이 ‘장인 정신’으로 세계 최고의 품질과 생산을 하는 국가로 변했지만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는 순간 오히려 장인 정신이 짐이 되어 변화에 적응할 수 없었다. 즉 기술에만 집중한 결과이다.

진화를 멈추게 한 일본 기업의 ‘장인 정신’

둘째로는 퇴행적 진화를 하는 것이다. 퇴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원하지 않게 되고 생존에 불필요한 부분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바닷속 동굴에 오랫동안 살아온 물고기들은 눈이 멀었다. 천적이 없는 동굴 속이니 빛에 적응할 필요도 없고 눈으로 쓸데없는 에너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이는 ‘퇴행적 진화’를 불러왔고 눈도 없어지고 피부도 색을 잃었다. 대신 천적에 잡아먹히지 않아 안전하지만 더 이상번식의 확장이나 성장을 하지 않는다. 동굴이라는 환경의 선택압이 물고기의 눈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도 퇴행적 진화를 할 때도 있다. 동굴과 같은 좁은 시장에서 스스로 더 이상의 꿈을 꾸지 않고 현재 주어진 조그만 이익에 평생을 매달리며 중소기업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혼자서 해도 충분한 산업이거나 조금씩 쇠퇴하는 산업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셋째로는 반응 속도의 진화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것에 빠르게 반응을 하도록 하는 진화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 중 고객 반응에 민감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 패턴이다. 이런 기업가들은 사소한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불편해하는 소비자들을 그냥 지켜보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이를 사업화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조직화하고 플랫폼화할 때 거대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많이 등장한 인터넷 플랫폼은 바로 이런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이런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불만을 해결해 주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즉 고객의 반응에 집중하다. 그런 사업에서는 고객들이 이용하고 구매하고 때로는 광고와 홍보도 해준다.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의 민족, 카카오, 마켓컬리, 토스 등등 수없이 많은 유니콘들이 이런 기업가 정신에 의해서 탄생을 했다. 사소한 개선이라고 보이는 부분들이 누적되고 시스템화를 거쳐 플랫폼화될 때 거대한 산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넷째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직의 변화다. 위기를 확인하면 바로 조직은 변화해야 한다. 기업가가 자신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은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기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변해야 강력한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고 실행을 할 수 있다. 조직 구성원들은 기존의 조직 운영과 전략에 맞추어져 있기에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해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죽지만 빠르게 조직을 바꾸어서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고 할 때 기업은 살아날 수 있다.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를 과거 30년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면 일본 기업은 조직이 안정화되어 있지만 서서히 몰락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한국 기업은 부침이 심한 조직이라 항상 조직이 해체되거나 결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위기에 강한 것이 한국 기업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선택압 극복’을 잘했던 한국 기업에 다시 위기가 왔다

선택압을 강력하게 받으면 받을수록 진화의 속도는 빨라지는 것이 생태계다. 생물들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 왔다. 압력이 얼마나 빨리 강하게 오는가에 따라 진화의 속도도 결정된다.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선택압을 받으면 이를 견디지 못한 채 멸종하는 생물종도 의외로 많다. 그 순간 선택압을 견디고 극복하는 종은 이후 번성을 한다. 산업 생태계에서는 위기에 빠지면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기업가들이 총력을 다한다. 그 가운데 성공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진화를 한다. 한국 경제도 몇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 왔다. 그런 극복 과정에서 진화했던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지금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때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런 기업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국 경제도 살아나고 산업 생태계도 번성할 수 있다.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가 정신이 진정으로 필요한 해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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