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왜 위대한가..생존비결 닮은 IT산업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환경에 즉각 반응하는 변신술 머리- 다리 ‘초스피드’ 신경전달 제각각 제어되는 빨판...먹이장악력 5년미만 짧은 수명, 세대교체 빨라 한국 IT산업의 특징과 닮아
‘위대한 예언가’ 문어
가끔 해외 소식난에서 바다생물인 문어의 예언이 적중했다는 기사를 볼 때가 있다. 대표적인 문어 예언가로 ‘파울’이 있는데 이 문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할 팀을 골라내는 능력을 보였다. 이 문어가 오버하우젠의 수족관에서 살았는데 독일과 스페인 전에서 예측한 대로 스페인의 승리로 끝나자 독일의 축구팬들은 문어를 잡아먹겠다고 난리쳤고, 스페인은 경호원을 보냈겠다며 응수했다. 최종 결승전에서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예측했는데, 결국 파울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문어가 똑똑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사실로 알려지고 있는데, 색깔을 구분하거나 미로를 찾아 먹이감을 발견하거나 유리병 뚜껑을 여는 것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은 문어의 ‘문’은 한자로 ‘文’이라고 하여 ‘글을 읽을 줄 아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쓰였다. 실제 글을 읽을 줄 알고 붙였다기 보다는 문어가 내뿜는 먹물이 선비가 쓰는 먹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문어가 똑똑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을 하고 있는 셈이랄까. 일본에서도 문어(文魚)라고 쓰는 반면, 중국에서는 ‘장어’(章魚)라고 표기한다. 문장이라고 할 때의 글 장(章)자다. 그러니 동북아 3국이 문어는 똑똑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문어가 자연 생태계에서 진화하면서 얻는 지혜가 아마도 그 똑똑함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면에서 그런 점이 나타날까.
급변하는 환경에 재빨리 대응하는 능력
첫째로는 문어의 ‘위장술’이다. 문어는 바다에서 위장술과 변신의 귀재다. 문어는 ‘보호색’과 ‘의태’를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육지에 카멜레온이 있다면 바다에는 문어가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문어(Octopus marginatus)는 평소에는 바닥을 기어 다니지만 천적이 나타나면 야자나무 열매인 코코넛처럼 위장해서 걸어 다닌다고 한다. 공처럼 다리를 말아 올리고 남은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데, 속도를 빠르게 해 천적으로부터 도망을 친다고 한다. 또한 호주 문어(Octopus aculeatus)도 해초 덩어리로 위장해 도망친다고 한다. 문어가 두 다리로 걸어서 도망친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재미 있다.


인도네시아 연안의 문어는 40가지의 생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한다. 문어가 이렇게 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의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몸의 색을 바꾸기 때문이다. 문어는 피부 껍질에 색소 주머니를 갖고 있는데, 근육이 수축하면 주머니가 커지면서 주변의 색과 같이 바뀌고, 근육이 이완되면 원래 색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둘째로는 문어는 고도로 발달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단백질 코딩 유전자는 3만 3천개 정도로, 인간의 2만 5천개에 비해 더 많다고 한다. 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뉴런과 뉴런의 상호 작용을 돕는 ‘프로토카데인’이라는 단백질은 포유류보다 2배, 무척추 동물보다는 10배나 많다고 한다. 이 신경 시스템은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조직화되어 있고, 무척추 동물에게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구조가 됐다.
이 동물은 5억년 전부터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유전자를 복제하고 발전을 시켜왔다. 특히 머리에서 곧장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만큼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어의 빨판, 경쟁력의 원천
셋째, 빨판을 가지고 있는 문어는 바다속에 미끄러운 바닥을 이동하는데 능숙하고, 특히 다른 동물을 사냥할 때 이 빨판을 적극 활용한다. 강력하게 붙잡아서 조일 수 있어 먹이감을 놓치지 않고 사냥할 수 있다. 빨판의 하나 하나가 문어의 뇌에서 조절이 가능하다. 그래서 문어는 8개의 다리와 각 다리에 붙어 있는 수많은 빨판을 통제하면서 강력한 바다 속 사냥꾼으로 군림하는 것이다. 물속에서도 사냥감을 미끄러지지 않고 잡을 수 있는 빨판은 산업적으로는 많이 모방되었다. 이런 빨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제어하기 위해서 문어의 뇌가 발달했을 수도 있다.
또 문어는 개별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자손을 위해 희생한다. 짝짓기 과정을 거치고 난 후 수컷 문어는 암컷 문어의 먹이감이 된다. 수컷은 먼저 암컷의 먹이가 되어서 알을 지킬 동안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암컷은 수천 수만 개의 알을 낳은 후에 몇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키고 관리하다가 알이 부화하면 죽는다. 이미 알이 부화하고 나면 더 이상 암컷은 생존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죽어간다. 이렇게 지킨 알이 부화하여 다음 문어의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생각 외로 문어는 느리게 진화를 했다. 3억년간 문어는 300여종이 존재를 했지만 그들은 거의 변하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인간의 진화 속도에 비하면 정말 느리게 진화한 셈이다. 어쩌면 무척추 동물로서의 가장 진화된 형태가 문어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화 메커니즘이 작동할 필요성이 없었을 수 있다. 그래서 느리게 변해도 바다의 왕자로 살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어는 수명이 짧다. 대왕 문어라고 하여도 수명이 5년 이내다. 종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산란을 하는 것도 한번 정도 뿐이다. 대신 산란한 알을 부화할 때까지 철저하게 지켜서 종족을 보존한다.
이런 문어의 행동생태학적 특성은 산업의 어떤 부분과 닮았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문어의 특징은 IT 산업의 특징과 닮았다. IT 산업의 메커니즘이 문어와 닮았다는 점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어의 특징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이 해석이 가능하다.
IT산업, 문어의 경쟁력과 닮았다
첫째로는 IT 산업은 시장의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가에 따라 특징이 결정난다. IT 산업은 시장 변화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기업만 살아 남는 세계다. IT 산업은 고객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응해야 한다. 반응 속도만큼 경쟁력을 갖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IT산업이 뿌리를 내릴 때 한국인의 특성과 잘 맞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빠른 속도와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고학력의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둘째로는 IT 산업은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하는 빠른 시스템이 있어야 하기에 중간계층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마치 문어가 뇌의 정보가 바로 다리의 신경 세포로 이어지고, 그 결과로 빠른 행동과 포식능력을 가지게 된 것과 흡사하다. 특히 빨판 하나 하나를 자유 자재로 활용함으로써 특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처럼 IT 산업에서도 실제 프로그래머들의 빠른 적응력과 실력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정보의 전달이 빠르고 명확하면 의사결정자의 견해가 바로 실무자에게 이어져 작업이 시작된다. IT 만큼 정보 전달의 속도가 중요한 산업은 없을 것이다.
문어도 다른 생물보다 월등한 속도의 신경세포 전달체계를 통해 빠른 움직임을 갖게 됐듯이 IT산업도 빠른 정보전달체계를 운용함으로써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됐다. IT산업이 수평 조직 구조에 중간계층이 없고, 문어는 머리와 다리만 갖고 있다.
셋째로는 문어가 빨판을 이용해 바위나 사냥감에 딱 붙어 이동하거나 잡아먹듯이 IT 산업에는 고객과 밀착해야 하는 맞춤형 사업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밀착을 위해 문어가 유연한 몸체를 갖고 있듯 IT 산업도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고 프로젝트가 기획된다. 즉 유연성을 가질 수 있어야 맞춤형 솔루션이 가능하다. 이럴 때 IT 산업이 가지는 한계도 있다. 프로젝트는 많아지고 각각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IT 산업은 가능한 한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고정된 일보다는 프로젝트성 일을 많이 하는 것도 맞춤형 사업을 위한 것이다. 그것이 IT 산업의 사업구조와 인력 구조를 결정 짓는 중요한 변수이고 조직 운용 표준이다.
넷째, IT산업은 조직의 분화가 빠르다는 점이다. 마치 문어가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나면 수명을 다하듯이 IT 산업에서도 조직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라지거나 또 다른 형태의 조직으로 쉽게 분화된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은 없다. IT산업에서 5년이 지난 프로젝트는 이미 퇴물이거나 폐기대상이고, 그게 아니라면 완전히 다르게 변화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창업이 활발한 산업이 바로 IT 산업인 이유가 이런 특징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마치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짠 프로그램을 다음 프로젝트에서 튜닝해 다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의 사양에 맞게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다. 즉 조직도 사라지고 프로젝트도 사라졌지만, DNA처럼 코드가 남아서 다음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것이다.
문어처럼 IT 산업은 기업 수명이 짧아 쉽게 창업을 하고 쉽게 문을 닫는다. 프로젝트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에 조직적인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을 가장 체계적으로 관리했던 산업이 바로 IT 산업이다. 그리고 그 속에 속해 있는 전문 인력들도 스스로가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편이다. 직장에 연연해 하지 않는 대표적인 산업이 IT 산업이라는 점은 어찌 보면 문어가 개별 행동을 하는 점과도 비슷하다. 변화에 빠른 문어처럼 변화에 빠른 것이 IT 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한국 IT산업, 다시 ‘문어처럼 빠르게’
한국 IT 산업의 역동성이 줄어들었다. 특히 한국은 2010년 이후 IT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의 벤처 붐이 꺼지면서 이제는 IT 산업이 기울고 있다. 심지어 학생을 뽑아서 교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세계적인 IT 강국이었던 대한민국은 이제는 IT 산업 순위가 7, 8위 정도로 뒤떨어졌다.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 나라로 중국, 싱가포르,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등이 있다. 인터넷 순위에서도 한국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단지 몇 년 만에 일어난 현상이다.
IT 산업의 변화가 빠른 만큼 조금만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해도 IT 산업 경쟁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 지원도 줄였고 그 영향으로 인재들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 IT산업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에 창업한 기업들이다. 이들 이후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IT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이대로 서서히 주저앉아 몰락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
산업적으로 보면 한국의 IT산업은 인공 지능 산업으로 변화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이 시점에 문어의 변장술처럼 적절한 변화를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한국은 IT 선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 인력도 없고, 배우려 하지도 않고, 기존의 것만 우려먹고 있다면 더 이상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정책적으로 IT 산업 특징에 맞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 중심이 아닌 철저하게 프로젝트 및 전문 기업중심으로 특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은 몰락하는 IT강국일 뿐이다. 한때 좋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미래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새로운 IT 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산업도 마치 문어처럼 변화에 최적화된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 IT 산업의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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