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먹이사슬, 산업계 가치사슬보다 똑똑한 이유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자연은 약육강식 통해 사슬내 긴장감 지켜 일본 車산업, 강한 ‘가치사슬 경쟁력’ 갖춰 단, 환경에 적응하는 ‘변화의 속도’ 못갖춰 한국재벌도 사슬내 긴장감 지키려 노력해야

동물의 세계에서 약육강식은 흔한 생태계 질서다.
동물의 세계에서 약육강식은 흔한 생태계 질서다.

적자생존, 먹이사슬, 약육강식...각자의 가치

생태계의 변화 원리를 논의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 3가지다. 첫째는 적자 생존이고, 둘째는 먹이 사슬이며, 셋째는 약육 강식이다. 서로는 어떻게 다를까.

‘적자 생존’은 찰스 다윈에 의해서 정의가 되어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먹이 사슬’은 아주 오래 전인 9세기 중반 중동 칼리프 시대 과학자이자 철학자 알자히즈(776~868년)가 제일 먼저 저술로 표현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의 저서 ‘동물에 관한 책(Kitab al-Hayawan)’에서 먹이 사슬이라는 개념을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할 때보다 1천년 앞서 발표하였다. 그 시기는 유럽보다 중동이 훨씬 문명과 과학이 발달했던 시기다.

‘약육 강식’은 사실 생태학적인 용어가 아니다. 당나라 때에 한유(韓愈)의 ‘송부도문창사서(送浮屠文暢師序)’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弱之肉强之食(약지육 강지식)’이란 문장으로, ‘약한 자의 고기를 강한 자가 먹는다’라는 뜻이다. 역사적 문헌 기록으로 보더라도 이 말은 사회적 현상을 말해 주는 것이고, 강한 부족이 약한 부족을 점령하거나 노예를 삼은 것을 의미한다. 강자 독식이라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약육강식의 큰 뜻을 생태계에 적용해도 무방하기에, 이를 생태계 변화의 원리로 이해하기도 한다. 약육 강식은 같은 종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종에서도 적용된다. 같은 종에서는, 마치 동시에 알을 깨고 태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먼저 먹기 위해서 다투면서 강한 새끼 새는 살아 남고 약한 새끼 새는 도태되는 것과 같다. 서로 다른 종인 경우로 토끼와 늑대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강한 늑대가 토기를 잡아먹지, 약한 토끼가 늑대를 잡아먹지는 않는다.

건강한 생태계엔 모두 작동된다

단순히 생각하면 먹이 사슬의 구조는 철저하게 약육 강식의 원리로 움직인다. 다만 적자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먹이 사슬에 속해 있는 개체군 즉 특정 종(種)이 자신의 개체군 전부가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 남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이를 통해 새로운 진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다.

먹이 사슬내에서 뿐만아니라 환경까지도 고려하고 식물이나 초식 동물까지 확장할 때, 적자 생존은 확실히 약육 강식과는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즉 적자 생존은 환경을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라고 할 때, 약육 강식은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로만 보는 관점이다. 이 관점의 차이는 전반적인 먹이 사슬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먹이 사슬은 단순히 약육 강식의 논리로만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진화’의 원리이다. 약육 강식으로만 해석을 하면 강자가 약자를 완전히 잡아먹으면, 종국에는 한 세대는 생존할 수 있지만 다음 세대는 생존할 수 없다. 역사에서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될 때는, 국가 간의 전쟁이 일어나고 그 전쟁에서 강대국이 약소국을 점령하고 나면 그것으로 전쟁은 끝나고 약소국은 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생태계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포식자가 피식자를 다 잡아먹고 나면 포식자도 그 다음 세대를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진화’는 포식자와 피식자가 서로 간의 균형점을 가진다는 전제에 있다. 즉 포식자는 포식자 집단에 필요한 일정 정도 이상의 개체수가 필요하고 개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포식 활동만 한다. 피식자 또한 일정 정도 개체수를 유지하고 포식이 되더라도 개체군이 멸종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체군의 수를 조절한다. 과도하게 피식자의 개체군이 늘어나면 결국 포식자의 개체군도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어느 시점이 되면 포식자와 피식자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오히려 생태계 자체의 위기가 초래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약육 강식의 원리는 하나의 측면이지 그게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반면, 먹이 사슬의 관점은 다르다. 먹이 사슬은 초기에는 피라미드로 생각했다. 예전에는 최상위 포식자가 있고 거기서 끝나는 구조로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게 이해한다. 순환고리처럼 서로 연결되어서 균형을 가지고 있는 그물망처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을 해도, 최상위 포식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 아니니 죽고 나면 그 시체를 까마귀나 벌레들이 먹어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준다. 그 영양분을 다시 식물이 먹고 초식동물은 또다시 식물을 먹기에 자연이 순환되는 것이다.

생태계는 에너지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일방향으로 에너지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점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기에 한 종만으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도, 모든 것에서 우세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약자로 보이는 동물이나 식물도 자신을 방어할 방안을 찾아 진화를 하고, 강자도 약자의 진화에 따라 진화를 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그러니 먹이 사슬이라는 관점보다는, ‘먹이 그물’이라는 관점을 보는 것이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건강한 생태계란 먹이 그물이 촘촘하게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즉 다양한 종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며, 그들 간의 관계가 중층적으로 얼마나 조밀하게 발달되어 있는가를 보면 그 생태계가 최적화 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 실제 생태계가 최적화되면 될수록 에너지의 전체 효율성은 증대한다. 이 말은 에너지의 소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생물종이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에너지라는 관점으로 보면 가장 최적화되면 될수록 다양한 종이 탄생하고 다양한 역할 관계가 만들어진다.

아무리 사소한 종이라 하더라도 먹이 그물에서는 역할을 한다. 생태계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질수록 정교한 그물망이 형성된다. 그 속에 각각의 생물종들은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생물종간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즉 개체의 생존과 종의 진화간의 균형이 끊임없이 찾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태계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질수록 다양한 생물종과 역할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JTBC의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가에서 형제들이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벌였지만, 막내아들은 외부 환경 변화를 활용하며 기업을 키우는 방법을 썼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JTBC의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가에서 형제들이 치열한 경영권 싸움을 벌였지만, 막내아들은 외부 환경 변화를 활용하며 기업을 키우는 방법을 썼다.

산업계에 등장하는 ‘가치 사슬’ 이론

이 점은 산업 생태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산업 생태계에서는 먹이 사슬을 다른 용어로 바꾸면 ‘공급 체인 즉 ‘Supply Chain’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원청-하청 구조로 설명을 했는데 이제는 그 용어를 공급망이라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유는 과거와는 달리 단순한 하청 즉 원청이 지배하는 구조로만 적용하기에는 하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본격적으로 중요해진 것은 언제든지 원청기업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하청업체는 더 좋은 거래 조건을 제공하는 업체들에게 납품을 하고 기존의 원청 업체의 부당한 거래 조건을 거부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청 기업이 아닌 비즈니스의 동반자로 역할하기를 원한다. 이런 이유로 공급망 관리가 되지 못하면 결국 원청 기업은 경쟁력에서 살아 남지 못한다.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공급 체인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산업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경영학자는 ‘경쟁론’을 쓴 마이클 포터다. 그는 ‘가치 사슬’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경쟁은 혼자만의 경쟁이 아닌 가치 사슬의 경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것이 확장될 경우 클러스트 경쟁력까지 확장되었다.

포터가 정의한 가치 사슬은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 및 유통을 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유통 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를 하였고 ‘가치 사슬 경쟁력’이야말로 핵심 경쟁력이라고 정의하였다. 가치 사슬이라는 개념은 맥킨지 컨설팅에서 처음 사용을 하였지만 포터가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면서 가치 사슬이 핵심 경쟁력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도요다 중심의 일본 자동차 산업은 완성품 업체와 부품 업체 간의 협력과 공동 대응으로 경쟁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위기 때 서로 협력하면서 키운 경쟁력이 1980년대의 일본 자동차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하고 가치 사슬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가치 사슬의 경쟁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 사슬의 ‘변화 속도’다. 그리고 견고한 가치 사슬일수록 취약한 가치 사슬 고리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취약성을 만회하는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은 가치 사슬 구조가 붕괴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 너무 견고한 가치 사슬을 만들어냈다면, 그 속에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나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도 정체되지 않고 변화가 끊임없이 있는 이유도 그 바탕에는 ‘약육 강식’이라는 기본 원리가 있어서 서로 긴장하고 살아남기 위한 민첩한 행동을 한다. 가치 사슬에서 기업간에 긴장이 필요하다. 즉 언제든 경쟁력이 떨어지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한 법이다.

일본의 가치 사슬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별하려고 하여도 거대한 은행과 종합상사의 틀에 갇혀 있다. 즉 쉽게 결별할 수 없기에 독립적인 기업이 아니라 종속 기업으로 가치 사슬이 구성이 되었다. 이것이 일본 자동차 산업의 문제점이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을 못한 이유중 하나다.

가치 사슬내 ‘변화의 속도’를 지켜라

이런 폐해는 한국 재벌 기업에도 있다. 과거에는 모든 하청 기업을 종속시키거나 아니면 친인척 관계를 통한 기업의 가치 사슬을 구성했다. 이것은 급성장하는 시기에는 친인척이 수익을 나누거나 하청기업들을 통해 수익을 이전시키는 효과를 충분히 보았다. 그래서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달라지는 시점이 되었다.

저성장과 글로벌 경쟁의 관점으로 보면, 기존의 종속적 가치 사슬 또는 특수 관계에 의한 견고한 가치 사슬은 국내 경제와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언제든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가치 사슬을 만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재벌끼리도 가치 사슬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로 가치 사슬이 견고하지 못한 재벌들은 도태된다.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가치 사슬을 구성하고 변화에 적응해 가야 한다.

사실 재벌들 내부에서도 형제간 계열분리를 하는 것도 변화에 적응하는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다. 즉 작게 쪼개져야 하는 부분은 쪼개지고 확실히 결합되어야 하는 부분은 인하우스해 나갈 수 있어야 새롭게 가치 사슬을 정비할 수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세분화된 영역에 세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가치 사슬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마치 생태계가 최적화하면 할수록 에너지 소모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산업적으로 로스(loss)가 준다는 것은 바로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가 다시 지역 블록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거대 국가를 중심으로 지역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 만들어진 가치 사슬이 재편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마치 호주 대륙이 떨어져 나오면서 아시아 대륙과는 다른 형태의 진화를 한 것처럼, 지역 블록화는 새로운 가치 사슬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한국에게는 위기이면서도 기회다. 어느 가치 사슬속에 들어갈 수 있는가에 따라 한국의 참여 효과는 극대화될 수도 있다. 아마도 여러 가치 사슬속에서 나름의 성과를 얻으려고 한다면, 마치 새가 날아 가서 정착을 하듯이 지역 블록 간의 이동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한국 기업에게 더욱 좋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저성장과 고령화, 그리고 기업들의 한계 수익에 직면하고 있다. 가치 사슬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일본을 닮아갈 것이다. 일본에서 가치 사슬의 경직성이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듯이 한국의 재벌 구조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변화가 빠른, 그런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화와 최적화, 그리고 창업가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치 사슬 혁신을 주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한국에서 보다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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