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우아함- 홍차...그 아날로그적인 멋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평범하면서도 심플한 멋을 추구한다면 경제적 부담 적고, 건강에도 좋아 홍차가 주는 ‘아날로그’ 위로까지

홍차를 즐기는 '리추얼'로 평범하면서 심플한 멋을 느껴보자.
홍차를 즐기는 '리추얼'로 평범하면서 심플한 멋을 느껴보자.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들이 매년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인 <트렌드코리아>는 몇 년 전 2015년을 위한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럭셔리의 끝, 평범’을 선정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사치가 대중화된 현대사회, 명품이 사치의 아이콘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진정으로 럭셔리한 아이템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평범함 속의 여유’다. 여유는 우아함을 동반한다. 그 여유로운 우아함이란, 최대한 평범하고 심플한 멋이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에서 나온다.”

더불어 ‘명품지고 여유’, ‘여유롭게 편안하게’, ‘사치의 진화 : 비싼 것 갖기에서 우아하게 살기’ 등의 표현들도 있었다.

삶의 수준이 어느 정도 향상된 우리나라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자기만족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일상에서의 만족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필자는 홍차를 추천하고 싶다. 이런 이유로 외부강의 때 제목으로 자주 사용하는 것이 <일상의 우아함 - 홍차>이기도 하다.

리추얼(Ritual)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의식, 의례’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의례적인 일’ 이런 뜻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결혼식, 장례식, 애기의 첫돌, 첫사랑 고백 같은 것을 중요한 리추얼(의식, 의례)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리추얼은 평생 몇 번 밖에 없다. 일상에서 매일 매일 반복된다는 의미에서의 리추얼은 어떤 게 있을까?

오래 전, 직장 업무와 관련해 주부들의 커피음용방식과 관련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기억이 있다. 질문 중 하나가 “하루 중 언제 커피를 마시느냐” 였는데, “아침, 남편 출근 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난 직후”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주부들에게는 아마도 이 아침시간이 제일 중요할 지도 모른다. 이 바쁘고도 중요한 “업무”를 마친 후 커피한잔 하면서 한숨 돌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때 이 주부에게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매일 매일 반복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Refreshing) 하면서 이 행위를 기점으로 어떤 전환이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리추얼’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같은 ‘일상 속에서의’ 리추얼 일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행위지만 각자에게는 의미있는 순간이고 짧지만 진정한 휴식일 수도 있고 일상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에너지일 수도 있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담배를 피울 수도 있고, 허공을 쳐다볼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의미에서의 리추얼은 반드시 있다.

이 글 첫 부분과 연결시키면 럭셔리한 삶이란 이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리추얼을 아주 멋지고 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이 된다. 그리고 먹고 마시는 행위는 사람들의 일상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고급 커피 음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럭셔리한 일상(속 리추얼)을 위해 커피를 배웠다. 머그컵에 믹스를 타서 마시는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맛과 향의 원두를 사와서 직접 갈아서 직접 추출해서 마시는 멋진 삶을 꿈꾸면서.

원두를 구입하는 과정도 멋져 보이고 콩을 가는 과정도 낭만적이고 이 때 나는 향 또한 환상적이다. 이렇게 만든 커피는 당연히 맛있고 훌륭하다. 믹스를 마시는 자신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멋지고 만족스럽다. 따라서 상당기간 이런 삶을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이 방법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리추얼은 쉽고 간단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원두를 갈아서 추출해서 마신 후 남은 찌꺼기를 뒤처리하는 과정까지가 길고 복잡하다. 하루에 한번 하기도 힘들다. 또 원두 가격도 비싼 편이고 구입 후에는 산패 우려도 있어 가능한 빨리 소비해야 한다. 게다가 이렇게 추출한 커피는 카페인 함유량이 아주 높다. 배우는 동안에는 이 방식으로 추출해 마셔도 배우는 과정이 끝나면 어지간한 커피 애호가가 아니면 계속하기 쉽지 않다. 필자 경험이기도 하다.

반면에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리추얼은 쉽고 간단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이 없어야’ 라는 측면에서 홍차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과정이 간단하다. 건조한 홍차 찻잎 적당량을 티팟에 넣고 펄펄 끓인 적당량의 물을 붓고 3~5분 정도 지나면 마실 수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다. 커피 한잔과 홍차 한잔을 비교해도 그렇고 다른 종류 차들과 비교해도 홍차는 저렴한 편이다. 좋은 품질의 홍차를 기준해도 그렇다는 의미다.

또 유통기간에 쫒기지 않아도 된다. 보관방법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보통 1~2년은 무방하다. 카페인 함유량 또한 커피에 비해서는 아주 적다. 이 외에도 차는 건강음료다. 항산화 효능으로 잘 알려진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차 속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는 테아닌 성분은 인지능력향상, 집중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긴장완화를 통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준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미덕은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 한가운데서 홍차가 주는, 뭔가 아놀로그 같은 위안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김태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김태리.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여주인공의 음식과 삶은 서울에 있을 때와 고향에 있을 때가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돌아갈 고향도 없고, 갈수도 없다. 여주인공처럼 직접 요리를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홍차는 본인이 쉽게 우릴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우릴 수 있다. 홍차를 우리는 것도 자신의 몸으로 들어갈 작은 요리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도시에서 느끼는 긴장감 속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는 순간, 그게 홍차를 마시는 때가 아닐까한다.

물 끓이고 우려서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는 사소한 과정이 바로 ‘리추얼’이고 이것을 통해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대접하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위로를 준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 정신을 새롭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게 된다. 홍차가 주는 비할 바 없는 미덕이다.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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