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폭격 vs 아껴둔 칼...미-이란, 장기전?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중동의 계산표, 승자는 없을 것 전세계, 전쟁비용 ‘지불’할 일만
- [1분 핵심 요약]
- 시스템의 격차 미국·이스라엘의 ‘킬 체인’은 압도적이나, 이란은 저가 무기로 ‘비용의 늪’을 파고 있다.
- 항모의 회피 링컨호 피격은 부인됐으나, 인도양으로의 ‘거리 두기’는 이란의 거부 전략(A2/AD)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 장기전의 늪 이란이 ‘파타-2’ 등 첨단 무기를 온존하며 항전을 선언함에 따라, 트럼프의 ‘4주 종결론’은 불확실해졌다.
- 비용과 희생 군사적 승패를 떠나 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따른 세계 경제의 지불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권 침해와 국제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기까지 했다. 이에 이란은 즉각 170여 발의 탄도미사일과 다량의 공격용 드론으로 응수하면서 전황은 확산일로다. 중동 상공은 며칠 사이 미사일 궤적으로 뒤덮였고, 방공 요격 장면이 연일 화면을 채우고 있다.
서방언론들이 전하는 현란한 전황 소식에 눈을 뺏기기 쉽지만, 전쟁은 첫 타격이 아니라 지속 능력에서 결판이 난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미국-이스라엘 연합과 이란의 재래식 전력 격차, 무기 소모 비용과 비축량,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짚어보면서 앞으로의 전쟁 추이를 가늠해본다.
재래식 전력 격차, 수량보다는 체계를 봐야
이번 충돌이 단기 타격과 응전에 그칠지, 구조적 충돌의 장기전으로 확장할지 판단하려면 먼저 양측 전력의 기본 조건을 봐야 한다. 전쟁은 의지의 싸움이 아니라 능력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수치로만 보면 격차는 분명해 보인다. 이란 공군은 약 300여 기의 전투기를 운용하지만, 상당수가 노후 기종이다. 1979년 혁명 이전 친미 정부에서 운용하던 미국제 전투기들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Military Balance 2025에 따르면 이들 기체의 실질 가동률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스라엘은 300기 이상, 미국은 수천 기 규모이고 최신 기종이 다수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체계 능력’이다. 이란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장거리 급유 등 항공전력을 몇 배로 강력하게 해주는 지원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전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는 공군은, 대개 눈을 가리고 싸우는 복서로 비유된다. 갖추고 있는 적에 대해 일방적인 열위에 서게 된다.
장거리 타격에서도 구조가 다르다.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은 전략폭격기, 항모전단,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로 전장을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란이 지역을 위협할 수 있다면, 미국·이스라엘 연합은 전장의 규칙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이란측 탄도미사일 4발의 공격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알자지라가 인용한 이란 국영 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진실한 약속 4’ 작전의 일환으로 차바하르(Chabahar)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의 비행 갑판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측은 이란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피격 때문이 아니라, 장거리 타격 역량을 갖춘 항모의 특성상 작전 반경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일 뿐이라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링컨호는 실제로 개전 초기보다 해안에서 멀어진 인도양 남동쪽으로 위치를 옮기는 ‘회피 기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방공과 정보 격차도 크다.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 다비드 슬링, 애로우로 구성되는 다층 방어망에 미군의 사드, 패트리어트, 이지스 체계를 결합할 수 있다. 미국은 정찰위성, 조기경보기, 장기체공 드론으로 전장을 실시간으로 읽는다. 전쟁연구소(ISW)는 개전 초기 이란의 방공망이 미국-이스라엘 연합의 선제 타격으로 상당 부분 무력화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격차는 결국 킬 체인(Kill Chain)의 차이로 수렴된다. 현대전은 탐지-타격-평가의 순환으로 움직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세 단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반복할 수 있다. 타격 후 위성 재촬영과 드론 투입으로 피해를 평가하고, 다음 작전을 설계한다.
반면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포화 압박’을 가하는 데는 능하지만, 타격 이후 전장을 실시간으로 종합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종합하자면 이란은 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은 보고, 연결하고, 쏘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 이 격차는 미사일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의 완성도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차이는 더 크게 작동할 것이다.
얼마나 쐈고, 얼마를 태웠나
이란은 이번 공세에서 17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미 중부 사령부에서 발표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단가를 보수적으로 발(發)당 200만~500만 달러로 잡으면, 170발만으로 약 3억~8억 달러 규모다. 여기에 자폭 드론 수 백여 기를 더하면 직접 공격 비용은 크게 잡아 5억~10억 달러 범위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를 방어하는 미국과 이스라엘 측이다. 미 의회조사국(CRS) 자료에 따르면 패트리어트 PAC-3 요격미사일 한 발의 단가는 약 370만 달러, 이스라엘의 애로우-3는 약 300만 달러다.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두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경우도 있다. 요격 한 건당 비용이 단숨에 수백만~수천만 달러로 올라가는 구조다. 이란이 쏜 170발 상당수가 요격되었다고 가정하면, 방어에 투입된 비용은 네 배이상 많은, 수십억 달러 단위에 이른다.
결국 이란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단으로 포화 압박을 가하고, 미국·이스라엘은 고가 요격 체계로 이를 막는다. 공격 비용 대비 방어 비용이 몇 배씩 들어가는 비대칭 구조다. 단기적으로는 방어 측의 부담이 더 크다.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방어 측의 부담이 클지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역량 차이도 크다.
미국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수천 기 단위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발을 발사해도 전략적 재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과의 공동 생산·보급 체계를 통해 방공 요격탄을 지속 보충한다. 단기 소모가 곧 전력 고갈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이미 이번 전쟁 이전부터 하향 추세였다. 2024년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당시 교전에서 이란은 1·2차 공격 때마다 수백 발을 쏘아올렸다. 3차 ‘진실의 약속 작전’에서는 50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서 발사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추산에 따르면 이란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TEL)는 350대에서 현재 100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발사 플랫폼 자체가 3분의 1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스라엘이 과거 12일 전쟁 당시 보복 공습으로 방공망을 정리하고 TEL를 집중 사냥한 결과다 .
보충도 여의치 않았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 공장은 2024년 9월 공습으로 파괴됐다. 고체연료 혼합에 필수적인 플래너터리 믹서 12기도 함께 날아갔다.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이 사실상 마비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란이 중국으로부터 믹서를 밀수하려 했지만 2025년 12월 미국에 의해 저지됐다. 결국 이란은 발사 준비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액체연료 탄도탄에 묶인 발사 속도, 공습으로 무너진 방공망, 미국 참전이 더해지면서 남은 TEL마저 사냥당하는 구조가 됐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단순히 소모된 것이 아니라, 보충할 수단까지 상당히 상실한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3일 이란의 레자 타라이-닉 국방부 대변인은 이렇게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적이 선포한 전쟁 계획보다 더 오래 방어하고 공세적 방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 보유한 모든 첨단 무기와 장비를 단 며칠 만에 다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을 수행할 충분한 비축분이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어떤 무기를 숨겨두고 있을까. 이란은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2(Fattah-2)’를 미군 기지 타격에 처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카타르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여느 탄도미사일과 다른 각도와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이 찍혔다.
만약 이란의 주장대로 마하 15의 속도로 궤도를 수정하며 비행하는 이 미사일이 대량으로 남아있다면, 현재의 방공망 시스템(사드, 패트리어트)으로는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하다.
또 일각에선 고성능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코람샤르-4(Khorramshahr-4)’의 상당수 물량을 지하 요새에 분산 비축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가형의 자폭 드론 ‘샤헤드-136’의 개량형 및 군집 드론 재고도 여전히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군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정치적 이유, 도덕적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계산하는 전쟁 비용 구조가 지상군 투입에 불리한 것이 당장 큰 이유다.
공중전과 원거리 타격은 미국이 가장 잘하는 방식이고, 동시에 가장 통제 가능한 방식이다. 반면 지상군은 전쟁을 ‘작전’에서 ‘점령과 통치’로 바꾸는 문제다. 그 순간부터 전쟁은 전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된다. 사상자, 장기 점령, 출구 전략 등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에서 전쟁 비용이 급증한다.
그러나 지상군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는 건 아니다. 세 가지 상황이 겹치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첫째, 미군 대규모 사상이다. 기지나 함정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으면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억지력 회복’이 정치적 과제가 된다. 적대 세력을 영구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압력은 결국 지상 통제나 특수전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커진다. 이는 11월 미 중간선거라는 정치일정에 좌우될 것이다.
둘째, 호르무즈 봉쇄다. 이란이 기뢰와 대함미사일로 해협을 사실상 마비시키면 미국은 공중타격을 넘어 해상 통제와 연안 거점 무력화까지 나서길 강요받는다. 해협을 열어두는 작전은 단발성 폭격으로 끝나기 어렵다. 지속적 통제가 필요해지는 순간 지상군 투입의 논리가 등장할 수 있다.
셋째, 걸프 협력국들의 피해 누적이다. 이란이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과 일방향 드론을 사용해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미군 기지가 위치한 걸프 국가들에 큰 피해를 입힌다면 미국으로서는 더 확실한 병력을 투입해 이들 공격수단의 원천을 파괴해야 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지상군 투입의 문은 “하고 싶어서” 열리는 것이 아니다. “안 하고는 손실을 통제할 수 없어서” 열린다.
지난 2월 28일 이후의 공습과 보복은 겉으로는 대칭적이다. 한쪽은 폭격했고, 한쪽은 170여 발의 탄도미사일로 응수했다. 그러나 전쟁은 상징적 교환이 아니라 역량에서 결론이 난다.
이란은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미국·이스라엘은 위협을 관리하면서 축소할 수 있다. 이란의 주 반격수단인 TEL의 수량은 부족하고, 생산 기반은 훼손되었으며, 보충 경로 역시 막혀 계산표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계산표가 한쪽에 유리하다는 사실보다, 계산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우려해야 한다. 최고지도자를 잃은 쪽의 계산표는 이미 검정색으로 변색되었다. 반면 공격한 측은 흰색에서 하루하루 회색으로 짙어져가고 군비, 사망자수로 쌓여갈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중동 분쟁 장기화 시 민간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경고해왔다. 군사적 우위는 전쟁을 끝내는 조건이 아니라, 더 오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에 가까울 뿐이다.
장기전은 어느 쪽도 바라는 목표가 아니지만, 전쟁의 향방은 예단할 수 없는 것이며 그 비용은 민간인이 가장 크게 치른다. 이 전쟁의 계산표에는 그 숫자가 아직 빠져 있다. 지불은 전세계 경제가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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