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반격 능력’: 전수방위의 종말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다카이치 사나에(왼쪽에서 둘째)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갑판에 올라 군 관계자와 악수하는 장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왼쪽에서 둘째)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군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 갑판에 올라 군 관계자와 악수하는 장면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분 핵심 요약]
  • “일본이 70년간 지켜온 ‘전수방위’ 원칙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제 ‘맞기 전에 때리는’ 반격 능력을 공식화했습니다. 사거리 1,000km가 넘는 12식 미사일과 토마호크 400발은 이미 우리 남해안과 중국 연안을 사정권에 넣고 있습니다. 일본은 억지력을 키운다고 말하지만, 주변국은 ‘지워지지 않는 불신의 앙금’을 느낍니다. 방패 뒤에 숨긴 날카로운 창, 이것은 동북아의 평화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일까요?”
  • [The Insight: 행간의 재구성]
  • 단어의 행간 칼럼 속 ‘잔여’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군사 기술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과거사로 얽힌 ‘불신의 앙금’은 최첨단 미사일로도 지울 수 없다.
  • 정치적 함의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은 전수방위라는 낡은 옷을 벗기기 위한 정치적 면죄부가 되었으며, 이는 동북아 전체를 ‘안보 딜레마’의 늪으로 몰아넣는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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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2식 지대함 미사일 지상발사차량. 일본 미사일 전력의 선두에 서있는 무기 체계로,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해 어디서든 쏠 수 있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갖추게 해준다.
일본의 12식 지대함 미사일 지상발사차량. 일본 미사일 전력의 선두에 서있는 무기 체계로,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해 어디서든 쏠 수 있는 역량을 우선적으로 갖추게 해준다.

일본의 새로운 창, 미사일 전력

자위대가 최근 가장 집중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전력은 바로 ‘미사일 전력’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전수방위(專守防衛, 오로지 지키는 방위, 평화헌법의 핵심)’ 원칙 아래에서 공세적 무기 보유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미사일은 그 특성상 장거리, 선제적 타격 능력을 내포하고 있기에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무기체계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중국의 군사력 확충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일본은 기존의 미사일 전력을 단순한 방어 수준에서 벗어나, 전략적 억제와 반격을 위한 적극적 수단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12식 지대함 미사일의 개량이다. 기존의 12식 미사일은 약 200㎞ 수준의 사거리를 갖고 있었으나, 개량형은 이를 1,000㎞ 이상으로 확장해 일본 본토에서 중국 해안 또는 한국 부산~전라도 남부까지 사격이 가능해졌다. 이 개량형은 여러 발사대에서 사격이 가능하도록 제작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양산 및 실전배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일본은 2023년부터 미국으로부터 400발에 이르는 토마호크 블록 IV/V 순항미사일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 미사일은 약 1,600㎞에 달하는 사거리를 바탕으로 적의 주요 군사기지, 지휘통제시설, 항공기 격납고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일본은 이를 아키즈키급 및 마야급 호위함에 통합할 계획이며, 향후 잠수함 발사형으로도 운용을 확대할 전망이다.

더불어 일본은 현재 도서방위를 위한 ‘고속활공탄’(HVGP: Hyper Velocity Gliding Projectile)을 개발 중이다. 이 무기는 고고도에서 활공하며 속도와 기동을 통해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활공체로, 사거리를 500㎞ 이상 확보하고 향후 3,000㎞까지 확장하는 2단계 계획이 있다. 특히, 난세이 제도에 배치되어 유사시 중국 해안이나 동중국해 상공 내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진출을 견제할 핵심 수단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미사일 전력의 확충은 단순히 일본의 전술적 자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전략적 함의는, 일본이 반격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북한이 도서 점거 혹은 국지 공격을 감행할 경우, 일본은 기존의 방어 중심 공중·해상 전력 외에도 본토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통해 적 핵심 표적에 즉각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난세이 제도와 같은 지역은 전시에 선제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일본의 반격 능력은 적이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을 결심하기 전에 그 대가를 심각히 고려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자위대의 미사일 전력 확충은 단순한 화력 증강이 아니라, 일본의 안보 전략 자체가 방어적 억제에서 ‘공세적 억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다.

정치의 속도와 ‘신뢰 부족’ 우려

오늘의 일본이 여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가 먼저 길을 냈기 때문이다. 2022년 발표된 ‘안보 3대 문서 개정’은 일본의 안보 정책을 전환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여기서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공식화하고, 방위비를 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2023~2024년에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이 연쇄 개정되면서, 기존에는 금지되던 면허 생산 무기의 제3국 이전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자위대의 역량 강화 및 정치적 완화가 지역 안정으로 곧장 이어지진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시선은 다르다. 과거사를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군비 강화와 수출 규제 완화는, 방어가 아닌 위협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신은 두 겹의 잔여로 남는다. 첫째는 ‘역사와 신뢰의 잔여’다.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 앙금 같은 것이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단순한 방위 역량 확충을 넘어서 정치적 의도를 가진 메시지로 해석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교과서 왜곡 문제처럼 역사적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무기 체계의 도입, 장거리 타격 능력 배치, 원거리 전개 태세 강화 등은 일본이 영향력 투사를 의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속한 전력 확충은 이웃 국가들로 하여금 일본의 전략을 방어보다 공세로 의심하게 만든다.

둘째는 ‘안보 딜레마의 잔여’다. 국가가 스스로의 억지를 위해 취한 조치가 타국에는 위협으로 인식되어 오히려 긴장을 높이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적인 구조다. 일본이 주장하는 ‘억지의 강화’는 중국과 한국의 방위전략 재조정, 전력 증강을 유도해 역내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무기체계의 신속한 확대, 전진배치 등의 행위가 명확한 방어 개념과 상호 신뢰 없이 추진된다면, 그 의도가 방어인지 공세인지 분간하기 어렵고, 지역 내 불신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 억지력은 상대의 위협 인식을 고려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성을 갖는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는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결국 일본 자위대의 변화는 단지 ‘강해지는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강해지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일본은 무기 체계의 정비, 전력의 배치, 작전개념의 재설계를 통해 전략적 억제력을 분명히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안보의 진짜 지속가능성은 상대가 느끼는 신뢰, 즉 ‘당신이 나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자위대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억지 구조를 편성하는 이 시점에, 일본 정치가 ‘신뢰의 기술’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동아시아의 안정을 좌우할 질문은 그 지점에 있다.<끝>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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