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축소’ 리스크, 어떻게 줄일까

한미연합훈련 중 도하훈련 하는 모습.
한미연합훈련 중 도하훈련 하는 모습.
  • 원격 억제 전략의 필요성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미 지상군 증원 기피 기조에 맞춰, 병력 파견 대신 미국의 정찰·통신 자산을 활용하는 ‘원격 억제’ 방식을 우리 국방 훈련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 이중 시나리오 기반의 훈련 체계 미국의 정보 공유가 정상적으로 유지될 때는 ‘킬체인 반응 속도 극대화’를 훈련하고, 예고 없이 정보가 차단될 때는 국내 자체 자산으로 이를 대체하는 능력을 검증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병행해야 한다.
  • 독자적 감시·정찰 역량의 중요성 우크라이나 사례처럼 미국이 정치적 목적(협상 압박 등)으로 정보 공유를 중단할 리스크에 대비해, 425 사업 정찰위성 및 국내 감시 자산을 활용한 독자 대체 및 전환 역량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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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이후

지난 8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게시물은 한미동맹 70년 역사에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의 비용과 김정은과의 관계를 고려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축소’를 지시했다.

포스팅 직후 그럼에도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던 관계자들의 말과 달리 주한미군 사령관이 우리 국방부를 방문하고 미측이 실제로 훈련을 축소했다. 이에 여단급 이상 제대의 야외기동훈련(FTX)과 연합 상륙훈련 일부 요소가 취소됐고, 지휘소연습(CPX)의 후반부 반격 훈련은 축소된 도상 시나리오로만 처리됐다.

이번 훈련은 트럼프 개인의 변덕 때문에 축소된 것이라 쳐도, 한미연합훈련의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미연합훈련의 근간 중 하나는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을 수용하고 통합하는 RSOI(Reception, Staging, Onward Movement, Integration) 훈련에 있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근거한 시간 단계별 전력 전개 자료(TPFDD)에 따라 미군의 최대 69만 명의 병력, 160여 척의 함정, 2천여 대의 항공기가 C-Day(부대 및 장비 전개 시작날짜) 기점 90일 이내에 부산항과 오산 기지 등을 통해 순차 전개되며, 이 증원 전력을 어떻게 무장시켜 실제 전선에 투입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훈련이다.

한미연합훈련의 목적 중 하나인 ‘확장억제’ 역시 이러한 증원을 예상해 이뤄지지만, 해외 주둔미군을 축소하고 지상군 파병을 지양하는 초당적 흐름이 미국 안보 담론 안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2기 국방정책의 설계자 격인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거부의 전략(Strategy of Denial)』을 통해 제시한 ‘거부적 방위’(denial defense) 개념은 미군 전력을 인도-태평양의 대중 견제에 집중시키고 여타 전구에서의 지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퀸시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된 ‘끝없는 전쟁’(endless wars) 회의론이 지상군 파병에 대한 정치적 문턱을 높여 왔다. 다시 말해, 유사시 미 증원 병력 없이 우리만으로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미군의 역할

만약 한미연합훈련의 축소가 일상이 된다면, 국군은 무엇을 훈련해야 하는가? 답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나와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병사를 보내지 않았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 효과적인 도움을 주었다. 미 국가정찰국(NRO)의 광학,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원본 자료가 우크라이나 정보총국(GUR)에 공유됐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전선의 통신 인프라를 지탱해주면서, 미 워싱턴은 병력을 배치하지 않고도 우크라이나군의 전장 인식과 표적 처리 속도를 사실상 동맹국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우크라이나는 이 정보들을 받아 하이마스 로켓 및 자국산 드론을 사용해 효과적으로 적 지휘시설을 파괴하고, 러시아 정유소와 인프라를 불태웠다. 이러한 방식은 학계에서 ‘원격 억제’(remote deterrence)로 개념화되어 온 것이다. 이는 개입 병력이 아니라 정보와 무기 체계의 제공만으로 동맹의 억제력을 유지하는 접근 방식이다.

‘원격 억제’ 개념에 익숙해져야

우리 국군 역시 이러한 방식을 훈련의 중심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 증원병력이 부재한 상황을 가정하되,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군의 정보 제공 체계를 효율적으로 접수해야 한다. 미 국가정찰국이 운용하는 광학, SAR 정찰위성과 우주기반적외선체계(SBIRS)의 조기경보 자료를 실시간에 가깝게 활용해야 한다.

이를 활용해 F-35와 현무 탄도미사일로 적 전략 병기와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킬체인을 숙달해야 한다. 소부대 제대에서도 같은 문법을 전술 단위로 옮겨오는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 공조 체계는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 정찰위성과 신호정보 자산은 미국의 국가안보 목적을 위해 이미 한반도 상공에서 상시 운용되고 있다.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인력 역시 이미 배치되어 있다. 한번 구축된 정보 전달 채널에는 이후 추가적인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반면, 병력 순환과 대규모 실기동, 유사시 지상군 파병은 예산과 정치적 부담을 동시에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훈련 비용을 문제 삼는 논리를 그대로 되받는다면, ‘원격 억제’는 워싱턴이 가장 적은 대가로 동맹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등지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방식이 병력 파견이 아닌 정보 공유와 무기 체계 제공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온 흐름은, 앞서 언급한 미국의 초당적 증원 지양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동시에 이러한 정보전달체계가 끊길 수 있다는 점도 상정해야 한다. 지난 2025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를 엿새간 중단했다.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였다.

이 기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 방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했고, 쿠르스크 전선에서 대규모 손실을 겪으며 그간 확보해 온 돌출부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두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우리 군의 훈련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재개하는 권한은 정찰자산을 보유한 미국 국방부에 있으며, 그 권한 행사의 대상으로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추진해 온 425 사업(우리 군 최초의 독자 정찰위성 5기 확보 사업-편집자주)의 SAR 정찰위성 4기와 광학, 적외선(EO/IR) 위성 1기, 신호정보 임무의 백두 정찰기와 영상정보 임무의 금강 정찰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그리고 2030년대 초 배치를 목표로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초소형 위성군은, 미군의 정보가 흐를 때는 이를 보완하고, 끊길 때는 이를 대체하는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훈련 역시 두 시나리오를 병행해야 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미군 정보가 정상적으로 흐른다는 조건일 때다.

이 조건에서의 훈련은 킬체인의 반응 속도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 자산이 포착한 표적 정보를 국군 지휘통제체계로 접수하는 단계 → 이를 국내 정찰자산이 확보한 자료와 융합해 표적을 확정하는 단계 → 확정된 표적을 F-35의 정밀유도무장이나 현무 계열 미사일의 사격통제체계로 전달하는 단계 → 그리고 발사 결심에 이르는 단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지연을 초 단위로 계측하고 줄이는 반복 훈련이다.

미군의 군사정보가 차단될 때

두번째 시나리오는 미국 정보가 차단된다는 조건일 때다. 이 조건에서의 훈련은 국내 자산만으로 킬체인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성격을 가진다.

425 정찰위성들의 재방문 주기를 감안한 표적 추적 공백을 백두, 금강 정찰기와 고고도 무인정찰기의 상시 감시로 어떻게 메울 것인지, 조기경보 위성의 부재 상황에서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징후를 지상 신호정보와 인간정보로 어떻게 조기 포착할 것인지, 미군측 위성기반적외선체계(SBIRS)의 발사 탐지 자료 없이 국내 조기경보 레이더만으로 요격 결심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훈련의 검증 대상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킬체인의 반응 속도가 첫째 시나리오 대비 얼마나 저하되는지, 그 저하폭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는지가 자체 정보 역량의 실질적 척도가 될 것이다.

두 시나리오는 별개의 훈련으로 구획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유사시에 정보의 스위치는 훈련장의 시나리오 구분과 무관하게 내려질 수 있으며, 그 순간 국군은 조건이 바뀌었음을 인지하고 두번째 모드로 즉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훈련의 최종 형태는 진행 도중 정보 흐름이 예고 없이 차단되고 재개되는 조건에서, 지휘통제체계와 사격통제체계가 상황 전환의 마찰을 얼마나 짧게 흡수하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규모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는 시대의 한미연합훈련은 두 조건의 반복적 검증이라는 새로운 성격을 요구받고 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53 미군이 안 오면 한국은 어떻게 싸울까? 우크라이나에서 찾은 답은?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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