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다윗’으로 만든 혼합·포화공격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이란이 텔레그램으로 공개한 터널 내 샤헤드 드론
이란이 텔레그램으로 공개한 터널 내 샤헤드 드론
  • 이란의 혼합·포화공격과 미국의 피해 이란은 저가 자폭 드론과 탄도·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혼합·포화공격’으로 방공망과 핵심 레이더를 무력화하며 미군 기지와 조기경보통제기 등에 유례없는 타격을 입혔다.
  • 비용 비효율성과 방공망의 한계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발당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패트리어트와 사드 미사일을 난사하면서 개전 초기 주요 요격미사일 비축량의 절반 가까이가 소진되는 등 심각한 재고 부족을 드러냈다.
  • 보편화된 전술과 방어 체계의 전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란전을 통해 저가 드론을 활용한 전술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공식으로 입증되었다. 향후 방어 측은 비용 효율적인 저가 요격 드론과 레이저 무기 등 새로운 저비용 대응책 개발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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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끝난듯 끝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휴전과 재개전을 오가는 가운데, 양측은 서로 자국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압도한 승리는 오간데 없고, 세계 경제만 패배의 역사를 쓰고 있다.

당초 약세로 보였던 이란조차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새로운 ‘군사 혁신’처럼 보이는 특유의 전술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섞은 ‘혼합·포화공격’이다.

샤헤드 같은 저가 자폭 드론을 먼저 대량으로 띄워 방공 레이더와 요격 자산을 소진시키는 동시에 탄도·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방식이다. 이란은 전쟁 기간 동안 무인기 3,000기 이상, 탄도·순항미사일 1,000발 가까이를 동원해 이와 같은 공격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전략은 동시에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방공 전략상 한계를 노출시켰다. 가격, 속도, 비행고도가 상이한 적 비행체들이 동시에 날아드는 상황에서 방공망은 어떤 것을 요격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다 얻어맞았다.

쉽사리 미사일을 난사하지 못한 이유에는 방공 미사일의 가격, 재고 상황도 있다. 수만 달러에 불과한 이란 측의 저렴한 샤헤드 드론과 탄도미사일에 비해,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방공 미사일 한 발 당 가격은 최대 600배의 차이까지도 벌어졌다. 또한 미국은 개전 이후 두 달 안에 가진 주요 미사일의 절반 가까이 쓸 정도로 재고도 넉넉지 않았다.

이란의 혼합·포화공격

이란은 미국에 비해 약세로 보이는 군사력에도 불과하고 예상 외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 27일,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조기경보통제기가 이란 측 드론 공격에 의해 파괴당했다.

이외에도 공중급유기 여러 대가 비슷한 방식으로 파괴당하는 등 현대전에서 유례없는 미국의 지상 주기 항공기 손실을 겪은 데 이어,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의 여러 미 공군 기지, 방공 관제소, 해군 기지 등이 속속 피해를 입었다. 미군 인원들도 상당수 사망했다.

이란이 이러한 전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혼합·포화공격’으로 방공 체계, 즉 시스템 그 자체를 노렸기 때문이다. 요르단, UAE, 카타르 공군기지 내 미군과 걸프 국가들의 장거리 레이더, 사드(THAAD) 포대 운용에 필수적인 레이더 장비 또한 저고도 드론 공습으로 집중 타격을 받았다. 이란은 활을 쏘기 전에 활시위를 끊은 셈이다.

먼저 샤헤드 드론과 같은 저가형 드론을 대량으로 발사해, 해당 드론들이 저고도로 비행해 오며 레이더 관제를 어렵게 하는 사이 이란의 저가 탄도·순항 미사일이 발사되어 동시 착탄을 노렸다. 각기 표적들이 상이한 속도, 고도, 신호 특성을 가지고 날아오자 방공 측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어이없게 피격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 미국과 중동 국가들은 어떻게든 대공 미사일을 대량으로 퍼부어서 이들을 요격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가격과 수량이 발목을 잡는다. 먼저 이란 측이 3천 여 발을 동원했다는 샤헤드형 드론은 기 당 생산비가 약 2만~5만 달러고, 이란이 대량으로 보유한 탄도미사일 역시 수십 만 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이를 요격해야 하는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은 발 당 370만~400만 달러를 자랑하고, 탄도탄 요격에 특화된 THAAD는 발 당 1,200만 달러에 달한다. 중동 국가들은 샤헤드와 같은 대량 발사체를 요격할 방공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점도 문제다.

PAC-3 미사일은 적의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다. 그런 미사일을 샤헤드 요격에 쓴다는 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꼴이지만, 이를 요격할 마땅할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발사라도 해야 했다.

샤헤드 같은 드론은 탄두 위력이 작아 그나마 감내할 만하다. 마하 속도로 내리꽂히는 탄도미사일만 잘 잡아내면 되는데, 이를 위한 사드(THAAD) 체계는 드론 공습에 의해 레이더가 무력화됐다.

또한 있는대로 적의 공격에 대응하느라 미사일을 난사한 결과, 개전 첫 주에만 패트리어트 PAC-3 약 140발, THAAD 요격미사일 150발 이상이 소진됐다. 미국이 2026 회계연도에 추가 도입하기로 한 THAAD 수량(약 39발)과 비교하면 얼마나 빨리 소진했는지 가늠이 간다.

CSIS 분석에 따르면 개전 7주 동안 정밀타격미사일 비축량의 45%, THAAD 재고의 50%,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비축량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이 재고를 채워 넣는 데에는 1년에서 4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 진정한 혁신은 아니야

사실 이런 전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러시아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미 입증을 마친 방식이다. 러시아는 이란에서 들여온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매달 수천 기씩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어트 재고를 갉아먹어 왔다.

이 전술의 진입장벽은 군사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설계의 단순함이다. 샤헤드-136 자체가 모형항공기용 피스톤 엔진과 상업용 GPS 모듈로 조립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국가들이 이를 생산을 하고 있다. 미국의 루카스, 중국 노린코의 페이룽-300D, 튀르키예의 아자브 T200, 이집트의 자바-150, 대만의 젠샹, 그리고 한국 국방과학연구소·대한항공이 개발한 KUS 계열까지 샤헤드-136과 같은 삼각날개·후방 프로펠러 형태의 자폭 드론을 자체 생산하는 국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설계를 베끼는 게 아니라, 같은 효과를 내는 저가 자폭 드론을 각자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이번 전쟁의 피해 당사국에서 나왔다. 샤헤드 드론에 시달려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기업과 합작해 자체 자폭 드론 ‘스카이와스프’를 개발하고 있고, 국내 운용은 물론 동맹국 수출용으로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격당한 쪽이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같은 무기를 만들어 같은 전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란전이 증명한 건, 이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공식이라는 사실이다. 생산 기반만 갖추면 어떤 국가든 이 판에 들어올 수 있다.

동시에 방어 측의 대응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현재 구조, 즉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 미사일로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막는 방식은 유지가 안 된다.

연간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 번의 전쟁으로 비축량의 절반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같은 체계를 반복 투입할 수는 없다. 저가 요격 드론, AI 기반 자동 유도 체계, 레이저 무기 같은 저비용 대응책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

결국 다음 전쟁의 양상은 두 갈래의 발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공격 측은 혼합·포화공격을 더 많은 국가가 더 정교하게 구사하는 방향으로, 방어 측은 비용 대비 효율을 맞춘 저가 요격 체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58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더니… 거덜 난 미국의 방공망!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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