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무엇을 보낼 수 있는가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지난 3월 1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피격 당한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1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피격 당한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 사진= 연합뉴스
  • [요약] 이순신 장군도 싸울 수 있는 준비부터 했다
  • 전력의 한계 파병 주력인 이순신급 구축함은 소형 자폭 드론(RCS 0.01㎡) 탐지·요격 능력이 설계상 취약하며, 고가의 SM-2 미사일로 저가 드론에 대응하는 것은 보급 및 경제성 면에서 지속 불가능함.
  • 현실적 대안 ① 이순신급에 골키퍼 CIWS 외에도 모듈 방식의 드론 재밍(소프트킬) 체계와 RIM-116 RAM 업그레이드 등 중간 요격층을 메울 전용 방어망을 긴급 탑재해야 함.
  • 현실적 대안 ② 구축함 1척 단독 파병은 탄약 고갈 및 손상 시 전력 소멸로 이어지므로, 해상 보급과 작전 지속성을 보장할 군수지원함(천지급/소양급)을 포함한 전단급 편성이 필수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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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유 20%가 막혔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 이후 이란은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 중인 모든 선박들에게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단 경고를 날리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의 경고와 잇따른 선박 공격으로 유조선 통행량은 대폭 감소했으며, 3,200척 이상의 선박이 위험을 피했고 해협 내외에서 발이 묶였다. 전 세계 일일 석유 공급량의 약 20%와 상당량의 LNG 공급에 직접적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이후 실제로 이란이 샤헤드 드론과 같은 일방향(One-Way) 드론 및 여타 대함미사일을 이용해 민간 선박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전례 없는 상황이 아니다. 1984년부터 이란-이라크 전쟁이 이른바 ‘유조선 전쟁’으로 비화했을 때, 양측은 상대의 에너지 수출을 끊기 위해 페르시아만을 항행하는 유조선을 무차별 공격했다.

기뢰가 뿌려지고 대함미사일이 날아들자 민간 선박들은 항로를 잃었고, 국제 에너지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미 해군은 1987년 ‘어니스트 윌 작전(Operation Earnest Will)’을 발동했다. 이는 성조기를 게양한 쿠웨이트 유조선을 군함으로 직접 호위하는 작전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항로에 진입한 미 해군은 이라크의 대함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상선들을 호위해 항로를 정상화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1980년대 ‘유조선 전쟁’ 당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1987년 당시 미 해군의 주요 임무가 유조선 보호에 한정되었다면, 현 상황은 이란 정권과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 해군조차 이란 미사일의 사정권 밖인 아라비아해에서만 작전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호위 임무의 당위성은 분명하다. 해협이 봉쇄되는 한, 원유도, LNG도, 우리 선원도 돌아오지 못한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한국 등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고,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군함을 보낼 수 있을까

해협의 안정화를 위해 군함을 보내는 결정을 내릴지라도, 문제는 무엇을 보낼 것인지다.

대한민국 해군 전력을 검토해보면 의외로 보낼 수 있는 군함이 별로 없다. 먼저 해군의 저(低)전력을 담당하는 충남급(배수량 3600t), 대구급(3100t), 인천급(2500t) 등 호위함 전력은 해역 방어를 위한 연안형 플랫폼이다.

거주공간이 협소해 수개월에 걸친 장기 원양 작전을 감당하기 어렵고, 연료 탑재량과 항속거리도 인도양 너머를 상정하고 설계된 함선이 아니다. 무장 또한 빈약하다.

이들의 무장은 대잠·대함 임무에 특화되어 있어 드론과 순항미사일에 대한 대공 요격 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을 호르무즈에 투입하는 것은 병사에게 소총 한 자루 쥐어주고 방공 임무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강력한 함선을 차출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다. 대한민국 해군은 세종대왕급(7600t) 이지스 구축함 3척과 정조대왕급(8200t) 이지스 구축함 1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 4척은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 감시와 요격을 위한 핵심 자산이다. 한 척을 중동에 보내는 순간, 대북 감시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DDH-977 대조영함, 현재 청해부대 47진으로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복무 중이다. 사진= 위키백과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DDH-977 대조영함, 현재 청해부대 47진으로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복무 중이다. 사진= 위키백과

남은 건 이순신급인데

이 모든 제약을 걷어내면 남는 것은 충무공이순신급(4400t) 구축함 6척이다. 2009년 창설 이후 17년간 청해부대는 중동 및 아프리카 해역에서 이순신급을 기함으로 한국 선박 호송과 해적 대응 작전을 수행해 왔다.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구출한 것도 이 군함들이었다. 이순신급은 우리 해군의 대양 작전 경험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함선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아덴만이 아니다. 이순신급 구축함을 작전에 투입시키기엔 위험한 점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이순신급의 대공 방어망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 해전에서 드론이 얼마나 파괴적인 위협인지는 이미 실전이 증명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월까지 15개월간, 미 해군은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위협을 막는 데 10억 달러 이상의 요격 미사일을 소비했다.

200만 달러짜리 SM-2 한 발로 2,000달러짜리 드론 한 기를 격추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고성능 요격 미사일을 보충하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는 생산 주기 문제가 맞물려 탄약 재고 고갈이 심각한 전략적 문제로 부상했다.

이는 그나마 이지스 체계를 탑재한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을 운용한 미군의 사례이다.

이순신급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이란제 샤헤드 계열 드론의 레이더 반사 면적(RCS)은 0.01㎡ 수준으로 새 한 마리와 비슷하거나 더 작다. 1980년대 당시 설계 기준으로 상정했던 위협의 레이더 반사 면적이 최소 0.1㎡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투 체계가 소형 드론에 얼마나 취약한지가 분명해진다.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다른 무기체계로는 골키퍼 CIWS가 존재하지만, 이는 드론이 수백m 이내로 접근한 뒤에야 작동하는 최후의 수단이며, 이 거리에서는 요격 과정의 파편만으로도 함선 본체가 손상될 수 있다.

미 해군도 이 교훈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2025년에야 비로소 Coyote, Roadrunner-M과 같은 드론 전용 요격체계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에 추가로 탑재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강의 해군조차 새로운 전장에 진입하고 나서야 드론 대응 체계를 뒤늦게 짜맞추는 것이 현대 해전의 현실이다.

이에 비해 청해부대는 드론 방어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도 없으며, 사격통제 레이더(일루미네이터) 또한 그 수가 제한적이어서 동시 교전 가능한 표적 수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순신급이 탑재한 대공무기인 SM-2 역시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된 장거리 함대공미사일이다. 느리고 작은 소형 드론에 SM-2를 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보급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아, ‘소 잡는 칼’을 드론에 허비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이란의 주력 공격 수단인 샤헤드 자폭 드론의 대규모 공격이 이뤄지는 전장에 청해부대가 단독으로 투입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준비된 전단으로, 적절한 시점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가지 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① 이순신급 전단에 드론 요격 체계를 긴급 장착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순신급에 이미 탑재된 30㎜ 골키퍼 CIWS는 근거리에서의 교전을 위한 최후 방어 수단이다. 문제는 골키퍼와 SM-2 사이의 중간 요격 층이 사실상 비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드론 전용 근·중거리 요격 체계를 긴급 추가 탑재해야 한다.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에 탑재되어 있는 30㎜ 골키퍼 CIWS.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에 탑재되어 있는 30㎜ 골키퍼 CIWS.

이미 2019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USS 복서(Boxer)가 위협적으로 접근한 이란 드론을 해병대의 전자전 탑재 버기차량으로 재밍, 무력화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함선에 고정 설치가 아닌 모듈 방식의 드론 재밍 및 소프트킬 체계라도 탑재하는 것이 전무한 것보다 낫다.

근거리 방어 체계 구축을 위해 RIM-116 RAM 블록2 이상 업그레이드와 전자전 장비 보강도 병행되어야 한다. 파병을 결정한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준비를 마친 뒤 출항해야 한다.

② 구축함 1척이 아닌 전단으로 편성해야 한다

이순신급 1척으로 호르무즈 작전을 지속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설계다. 작전 중 탄약이 고갈되거나 함정이 손상될 경우 단독 함정은 전력 공백이 아니라 전력 소멸이 된다. 반드시 군수지원함 1척을 패키지로 묶어야 한다.

우리 해군의 천지급 또는 소양급 군수지원함은 연료·탄약·식량을 해상에서 보급할 수 있어 아 전단의 작전 지속 능력을 수개월 단위로 확장할 수 있다. 단독으로 작전하는 구축함은 보급을 위해 항구에 돌아가는 순간 호위 임무 전체가 중단되지만, 군수지원함이 함께하면 임무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순신급과 군수지원함의 1+1 편성이 현실적인 최소 파병 단위다.

천지급 군수지원함.
천지급 군수지원함.

준비 없는 파병은 없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폐쇄와 개방을 반복하고 있다. 전황이 바뀌고 협상이 오가는 사이, 지금 당장 파병을 해야 한다는 압박은 잦아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완전히 종결되더라도, 이 해협은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 위에 놓여 있다. 우리 원유 수입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길이 봉쇄되는 그 순간, 그 피해는 추상적 국익 침해가 아니라 전기요금과 물가로 바로 국민 생활에 직격탄이 된다.

문제는 그 순간이 왔을 때 우리 해군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준비되지 않은 파병은 파병이 아니다. 드론 수십 기에 맞설 요격 체계도 없이 단독 함정을 투입하는 것은 자살 돌격에 가까울 수 있다.

정부는 국회와 함께 파병의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전단급 편성의 완료, 드론 대응 체계의 탑재.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 함정을 파병하는 것은 군사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12척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싸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을 딴 함선을 보낸다면, 최소한 그만큼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8 호르무즈해협에 우리는 어떤 군함을 파견할 수 있나? 이순신급 구축함으로 가능할까?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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