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미래, 군부 손에 달렸다

[하준서, 전장(戰場)의 안개 밝히기] 미국, ‘전복에 성공- 장악은 실패’ 역사 마두로, 군부 장악 대신 이익 거래 관계 베 군부, 충성보다 ‘이익 보장’ 우선할 것 美-야권, 어느 만큼 군부 참여시킬까

미국에 체포되기 전인 지난해 11월25일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왼쪽)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카라카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에 체포되기 전인 지난해 11월25일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왼쪽)이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국방장관(오른쪽)과 함께 카라카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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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르카스 상공으로 침투하는 미군 헬기들. MH-47G 특수전 헬기에 탑승한 델타포스가 마두로 생포의 주역이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르카스 상공으로 침투하는 미군 헬기들. MH-47G 특수전 헬기에 탑승한 델타포스가 마두로 생포의 주역이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실제로 생포해 미국으로 이송했다. 이는 외교적 압박이나 정권 교체를 유도하는 간접 개입이 아니라, 현직 국가 원수를 물리적으로 체포한 정권 교체 행위였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며,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정권 제거가 아니라 통치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둔 사건으로 격상시켰다.

이후 국제사회의 반응은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진영 구도에 따라 뚜렷하게 갈라졌다.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 진영은 이번 작전을 명백한 주권 침해이자 국제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러시아는 과거 이라크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식 정권 교체가 남긴 불안정의 전례를 다시 꺼내 들었다. 북한 역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제국주의적 개입으로 규정하며, 군사적 대응을 통해 연대의 메시지를 과시했다.

반면 서방 진영 내부에서는 공개적 비판을 자제한 채, ‘민주주의 회복’과 ‘불법 정권 종식’이라는 기존 담론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우세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적극적 지지라기보다는, 이미 벌어진 사실을 관리하려는 소극적 동조에 가까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복적인 요인 제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부터 단일 표적 제거를 통한 정밀 타격을 선호해 왔다. 이번 사건이 2026년 1월 3일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정확히 5년 전 같은 날짜에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카셈 솔레이마니가 제거됐던 기억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미군이 드론을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사령관을 전격 제거했다.

물론 날짜의 반복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연의 반복이 아니라, 무력 개입 방식의 반복이라는 점이다. 핵심 인물을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단순화하려는 발상은 트럼프식 접근의 일관된 특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마두로 대통령의 축출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선택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도덕적 제약이나 국제법적 부담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의 실패한 정권 교체 사례들이 만들어낸 전략적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외부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상황을 장악하는 데는 실패한’ 경험을 반복해왔다.

미국이 특정 국가를 상대로 정권 교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정보 능력, 외교적 압박 수단과 과거 전적들은 정권 교체가 능력보단 결심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짜 문제는 언제나 그 다음이다. 권력을 무너뜨린 뒤, 새롭게 형성된 정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는지가 문제다.

각종 정권 교체 실패 사례들

미국이 실행한 정권교체 대상자들. 왼쪽부터 전(前)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 전 남베트남 대통령 응오딘지엠.
미국이 실행한 정권교체 대상자들. 왼쪽부터 전(前)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 전 남베트남 대통령 응오딘지엠.

아프가니스탄의 사례는 이를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해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세운 정부 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는 국제사회가 승인한 합법 정부의 수장이었고,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그는 ‘선택된 지도자’라기보다 외부에 의해 보호되는 행정 관리자에 가까웠다. 그의 통치 정당성은 국내 사회에서 축적된 것이 아니라, 미군과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주둔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 결과, 미군이 철수하자 체제는 방어되지 않았다. 문제는 카르자이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그가 대표한다고 여겨진 정치 질서 자체가 사회 내부에서 내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라크에서는 다른 방식의 실패가 반복됐다.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 이후, 미국은 후세인의 권력 기반이었던 바트당을 급진적으로 해체했다. 이는 구체제의 잔재를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이루어졌지만, 실제로는 수십만 명의 무장 경험자와 행정 엘리트를 하루아침에 체제 밖으로 밀어내는 선택이었다.

전직 바트당 인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내전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후세인에 대한 이념적 충성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질서 속에서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인식, 그리고 패배 이후에도 아무런 협상 공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무장 저항을 합리적 선택으로 만들었다.

남베트남의 응오딘지엠 정권은 1963년 군부 쿠데타로 붕괴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적극적 동조와 묵인이 있었다. 당시 워싱턴은 디엠 정권이 불교 탄압과 권위주의 통치로 인해 국내 지지를 상실했다고 판단했고, 다른 지도자가 더 관리하기 쉬울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연쇄적으로 등장한 지도자들은, 베트남 사회 다수에게 구분 가능한 정치적 선택지로 인식되지 않았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그것이 삶의 조건을 바꾸는 변화로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바뀌었지만, 통치 방식은 유사했고, 억압과 부패, 전시 동원이라는 삶의 조건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사회 다수에게 정권 교체는 체제 전환이 아니라, 얼굴만 바뀐 통치의 연속으로 체감되었다. 이후 베트남인들은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등의 활동을 이어나갔고, 남베트남 정권은 1975년 최종적으로 무너지게 된다.

이 세 사례가 공통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힘으로 가능하지만, 복종과 수용은 내부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군사적으로는 승리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동의 받지 못한 정권은 결국 임시 구조물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의 미래와 민-군 관계

향후 베네수엘라의 안정화는 군부의 협력, 최소한 묵인에 달려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군은 단순한 무력 집단이 아니라, 정권의 생존과 붕괴를 동시에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제도 행위자다.

이 점에서 우고 차베스와 니콜라스 마두로는 분명히 구분된다. 차베스는 군 출신 쿠데타 주모자라는 이력을 통해, 군 내부에 강한 개인적·상징적 기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권위는 이념과 카리스마 이전에, 군 내부 네트워크에 뿌리를 둔 권력이었다.

반면 마두로는 군 출신이 아니다. 그가 권력을 유지해온 방식은 군을 자신의 레짐에 통합했다기보다, 군의 이해관계를 체제 유지와 교환하는 공생 관계에 가까웠다. 충성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거래된 것이었고, 지지는 이념이 아니라 계산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구조에서 미국이 ‘마두로 축출’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다면, 베네수엘라 군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진다. 군이 아무리 정권 방어를 시도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군 내부에서도 명백하다. 이때 군의 합리적 계산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탈할 것인가’로 이동한다.

저항은 패배를 보장하지만, 묵인은 협상의 가능성을 남긴다. 이런 조건에서는 미국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저지하기보다, 사실상 방관하며 차기 질서와의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된다.

중요한 점은, 이 묵인이 곧 민주화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베네수엘라 군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실현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 영향력의 유지, 그리고 사후 처벌의 회피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의 안정화는 ‘군이 민주 세력에 복종하는 과정’이 아니라, 군이 민주화 과정 속에서 어떤 위치를 보장받는지의 문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 지점을 외면한 채 군을 단순한 장애물로만 규정한다면, 과거 이라크 등지에서 보았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세력과 군부 사이에 지속 가능한 합의가 존재하려면, 그 합의는 도덕적 이상이 아니라 현실의 힘의 균형을 반영한 형태일 수 밖에 없다. 군이 완전히 배제되는 전환은 불안정을 낳고, 군이 과도한 면책과 특권을 유지하는 전환은 민주화의 내용을 잠식한다.

따라서 관건은 ‘군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어떤 조건으로 포함시킬 것인가다. 베네수엘라의 향후 경로는 이 미세한 조정의 결과에 따라, 안정적 이행과 또 다른 혼란 사이에서 갈리게 될 것이다.

글쓴이

하준서 동국대 국제정치학 석사과정

하준서는 동국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관계학, 그 중에서도 국제안보를 전공하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해야 이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 학문 속에서 이론, 데이터, 현장의 관찰을 삼각 검증하고 정책에 닿는 지식을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주된 관심은 무기체계와 전력구조의 진화가 전쟁의 발발, 지속, 종결, 그리고 억제의 문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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