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숨은 스승 ‘후티’...단기전도 가능하다
중동 전쟁은 장기전이 아니라 정치적 비용 때문에 갑자기 멈출 가능성도 있다
- - 지난해, 예멘 후티 반군은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사용해 미군의 방공망에 과부하를 걸고 전쟁을 군사력이 아닌 비용의 경쟁으로 바꾸는 방식을 보여줬다.
- -이란은 후티에 비해 최대 100배나 되는 드론 생산 능력과 대규모 미사일 전력을 갖춘 만큼, 이 전략을 훨씬 큰 규모로 확장할 수 있다.
- - 이런 구조에서는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정치적 비용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멈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후티가 가르쳐주는 현대 전쟁의 교훈이다.
후티가 보여준 전쟁의 공식
전쟁의 스승은 후티 반군일지도 모른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두고 많은 분석가들은 장기전을 말한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티가 보여준 전쟁은 다른 결말을 암시한다. 전쟁은 때때로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정치적 비용 때문에 갑자기 멈춘다.
이 점에서 예멘의 후티 반군 사례는 의미심장한 힌트를 준다.
최근 알자지라(Al Jazeera)의 편집자 칼럼은 작년 예멘에서 벌어진 교전을 언급하며 흥미로운 장면을 짚었다. 당시 미국은 후티 반군의 공격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작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끝났다.(페이스북 친구 이충재님의 소개로 확인했다- 편집자주)
지난 2025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2일간 계속되던 예멘 공습을 중단하고, 후티가 홍해에서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만 중단한다는 조건으로 사실상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그들이 굴복했다”며 미국의 승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미국이 도망갔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후티는 미국 선박 공격만 멈췄을 뿐, 이스라엘을 향한 드론 공격은 더 이어갔다. 당시 영국 언론 가디언은 이를 두고 “세부 사항도 없는 합의를 승리로 포장했다”고 비꼬았고, 외교안보 전문가 에마 애쉬포드는 “승리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때로 최악의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값싼 드론, 비싼 전쟁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왜 트럼프는 혼자서 승리를 선언하고 미 군함을 홍해에서 물렸을까.
답은 단순하다. ‘전쟁의 비용’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미 해군을 군사적으로 격파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미군의 방공망을 뚫으려 하기보다 ‘방공망에 과부하를 걸었다’.
값싼 드론과 미사일을 계속 발사해 미군이 훨씬 비싼 요격 미사일을 계속 쓰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후티는 장기간 동안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반면 미 해군은 단기간에 대량의 함대공 요격 미사일을 소모해야 했다. 미 해군 지휘부조차 “걸프전 이후 30년 동안보다 더 많은 함대공 미사일을 단기간에 사용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전쟁 승리의 계산법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값싼 공격 무기를 막기 위해 훨씬 비싼 방어 무기를 계속 써야 한다면, 전쟁은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승패가 갈린다. 친이란계 무장세력인 후티는 이 전략의 교훈을 이란과 공유했을 것이다.
이 전쟁도 왜 갑자기 멈출 수도 있는가
최근 중동 전쟁을 분석하는 주요 서방 언론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빠르게 요격 미사일 재고를 소모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가 의회에 추가 예산과 탄약 생산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드론 공격에 비해 요격 미사일은 제한돼 있다”며 방어 체계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T) 역시 같은 문제를 짚었다. 이란이 사용하는 드론은 수만 달러 수준이지만 이를 요격하는 미군의 방어 미사일은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공격과 방어 사이의 ‘비용 비대칭’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란의 대표적인 자폭 드론인 샤헤드 계열의 생산 비용은 약 2만~5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를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의 요격미사일은 한 발에 300만~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란은 후티보다 100배 강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격자가 반드시 군사적으로 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전쟁을 더 싸게 오래 지속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지금 이란이 보여주는 방식은 낯설지 않다. 구조적으로 보면 후티가 사용했던 방식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 규모다. 규모는 이란이 훨씬 크다.
후티는 예멘의 동굴과 간이 공장에서 드론을 조립하던 수준의 세력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국가 단위의 군수 산업을 가진 나라다. 서방 정보기관과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의 드론 생산 능력이 후티의 수십 배에서 최대 100배 수준에 이른다고 본다. 일부 분석에서는 이란이 한 달에 수천 대 규모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사일 전력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후티가 보유한 미사일이 수백 발 규모였다면, 이란은 수천 발의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후티가 보여준 방식이 소규모 실험이었다면, 이란은 그것을 국가 규모로 확장할 수 있는 세력이다.
후티가 가르쳐준 ‘전쟁의 계산법’
이런 전쟁에서는 승패의 기준도 달라진다. 누가 더 많은 목표물을 파괴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걸프 지역에서 벌어진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들이 사용한 방어 비용은 단 이틀 만에 30억~5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이란이 같은 공격에 사용한 비용은 2억~4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이 전쟁은 두 가지 방향으로 동시에 갈 수 있다. 우선 장기전 가능성이다. 비용과 긴장이 누적되며 오랫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전혀 다른 가능성도 존재한다. 후티식 전쟁의 논리 때문이다.
후티식 전쟁은 상대를 군사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전쟁을 점점 더 비싸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이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 전쟁은 군사적 패배와 관계없이 갑자기 멈춘다.

가짜 승리에 대한 이란의 요구
그 순간이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트럼프는 아마도 ‘가짜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전쟁에서 물러날 때 미국이 자주 선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진짜 질문은 따로 남는다.
전쟁이 멈춘 뒤 이란은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또 이란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억제를 미국에게 요구할까.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사실상의 묵인을 요구할까. 아니면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할까. 그리고 이란은 내부를 어떻게 바꾸려 할까.
이같은 요구를 미국과 이스라엘은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 중동 전쟁의 진짜 결말은 아마도 그 질문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후티 반군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게릴라 전술이 아니었다. 전쟁을 군사력의 경쟁에서 정치적 비용의 경쟁으로 바꾸는 방법이었다. 전쟁을 끝내는 것은 결국 미사일이 아니라 정치적 비용의 임계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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