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똑같은 기준으로 심판받아야

‘내로남불’ 전형 보여준 곽상도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 시절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자유한국당(국민의 힘 전신) 시절 곽상도 의원이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2015년 봄. 필자는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야근을 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오는 길에 누군가를 모시고 나오는 고위 간부와 마주쳤다. 신임 이사장이 부임하여 시찰 비슷한 것을 나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아 저분이 새로 오신 이사장님이신가 보다’ 짐작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신임 이사장은 “어. 밥먹고 오냐?” 하고는 필자를 지나쳐갔다. 초면에 반말을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세대차이려니 생각하고 말았다. 오히려 ‘좀 호방한(?) 성격인가’ 싶었다.

첫 대면에 반말하더니...8개월만에 공직 던져

그가 바로 최근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 힘 곽상도 국회의원이다. 곽 의원은 전임 황선태 이사장이 퇴임한 후 9개월가량 이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취임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신임 이사장 선정이 지연되어온 데다가 곽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인물이었기 때문에 일부 구성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구성원들은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 아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곽 의원이 이사장으로 취임한지 몇 달되지 않아,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할 것 같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곽 의원은 그해 11월에 출마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취임한지 8개월도 되지 않은 때였다. 법률구조공단은 다음 이사장이 부임할 때까지 약 7개월간 이사장 자리를 비워두게 되었다. 그에게 공단 이사장 자리는 무엇이었을까. 총선 출마 전에 약력을 하나 추가하기 위한 수단쯤이 아니었을까.

그 뒤로 곽 의원의 이름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 2018년 경부터 그의 이름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제기한 의혹은 “대통령 아들이 아파트를 팔아 시세차익을 거두었는데, 실거주한 것이 맞는지 밝혀야 한다”거나 “대통령 외손자가 태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병원진료를 위해 입국했는데, 자가격리 기간을 지켰는지 밝혀달라”는 식이었다. 구체적인 잘못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곽 의원이 정치인이다보니 주목받기 위해서 이런 말도 하고 저런 말도 하는가 보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자기관리는 철저히 해 온 사람인가보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공격하는 사람은 언젠가 똑같은 잣대로 심판받는다는 것을 곽 의원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과 가족들의 행실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흠 잡히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해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결코 곽 의원처럼 행동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의 상상은 이번 ‘50억 퇴직금 사건’을 통해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곽 의원은 아들이 6년간 근무한 ‘화천대유’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곽 의원 아들은 4천만원대의 연봉을 받는 대리급 직원이었다. 50억원의 퇴직금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곽 의원은 하루도 되지 않아 서둘러 해명에 나섰는데, 그 요지는 “아들이 열심히 일해서 그 대가로 받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들 일이라 잘 몰라”...왜 대통령 자녀에겐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니 핵심적 역할을 한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상을 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절차가 공정하고 평등했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이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다.

필자가 실망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곽 의원은 “아들하고 회사 사이의 일이라서 나는 잘 모른다”고 했다. “아들 일인데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해야 하냐”면서 가족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 자녀들에 대해 엄격한 태도로 의혹을 제기해온 곽 의원의 태도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문득 2015년 봄이 떠올랐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으면 초면에도 반말을 할 수 있는 사람.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총선 출마용 이력을 위해 잠깐 쓰고 버릴 수 있는 사람. 곽 의원은 본래 ‘나는 너희들과 다른 신분이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토록 극심한 ‘내로남불’을 보일 수 있을까.

지금 곽 의원은 여론의 중심에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내로남불’식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곽 의원은 과연 남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심판받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이슈가 해일처럼 등장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기다. 그만큼 곽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곽 의원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글쓴이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형사전문변호사로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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