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占) 좋아한다고요?...영국서 유행한 ‘찻잎 점’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잔속 찻잎의 형태나 패턴으로 점치는 ‘타시아그래피’ 찻잎 형태나 패턴을 해석하는 책도 있었다 19세기말 홍차음용 확산에 ‘오락’으로 발전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해리 포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시리즈다. 이 중 3편에 해당하는 <아즈카반의 죄수>에 보면 마법 수업 시간에 마시고 난 찻잔에 남은 찻잎의 형태나 패턴(Pattern)을 보고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점(占)은 미래의 일이나 운명을 미리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 때문에 동서양을 불문하고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근래 와서는 신뢰성이나 중요성이 과거보다는 덜해졌음에도 민간에서는 여전히 나름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오락적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타로(Tarot)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점을 치기 위해서는 미래를 알려주는 어떤 매개물이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타로는 14세경부터 유럽에서 사용된 그림카드로 78장이 한조로 되어있다. 이 중 해당 사람이 선택한 것을 가지고 그 사람의 미래와 길흉을 해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화투점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경우는 타로와 화투가 매개물이 된다.
TV나 영화에서 보면 점치는 사람들이 탁자위에 쌀이나 콩을 쏟아 손바닥으로 쓸면서 임의의 형태를 만들고 그 형태를 통해 점을 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들 역시 매개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쌀이나 콩을 사용하는 것은-나름의 이유를 주장하겠지만- 결국에는 소중히 여겨지면서도 구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나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물리적인 특성도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쌀처럼 소중하지만 구하기 쉽고 형태의 다양성을 만들 수 있는 무엇인가를 미래를 예측하는 매개물로 사용했다. 영국에서 점(fortune-telling)을 치는 매개물 중 하나는 찻잎이었다.
‘타시아그래피(Tasseography)’는 마시고 난 후 잔 속에 남은 찻잎, 커피가루, 와인 침전물 등의 형태나 패턴을 읽고 해석해서 미래를 점치는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다. 어두(語頭)인 타세(Tasse)는 프랑스어 잔(Cup)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럽에 커피, 차 등이 소개되어 음용되기 시작하면서 17세기 중순이후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홍차의 나라답게 찻잎 점이 대세였다.
티팟에 차를 우려서 스트레이너(거름망)를 사용하지 않고 찻잔에 붓거나 찻잔에 직접 마른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야만 마시고 난 후 찻잎이 찻잔에 남는다. 차 종류는 상관없지만 티백에 들어가는 찻잎처럼 너무 미세한 크기는 적당하지 않다. 입자가 너무 작다보니 뭉침이 심해 다양한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거의 다 마신 후 아주 조금 남은 상태에서 잔을 몇 번 돌린 후 남은 차는 잔 받침(Saucer)에 부어버리거나 혹은 다 마신 잔을 잔 받침에 뒤집어놓고 몇 번 회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들로 자신의 미래를 암시하게 될 형태를 만든다.
위 영화에서 해당 장면이 나올 때는 해리포터를 비롯한 학생들은 이미 잔을 뒤집어 엎어놓은 상태다.
사용하는 찻잔의 속 색깔은 흰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점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잔은 별, 동물, 벌레, 칼, 자동차, 화살, 바퀴, 태양, 손바닥, 번개모양 등 아주 다양한 문양들이 잔 내부 전체에 그려져 있다. 혹은 서양카드의 다양한 무늬들이 그려져 있는 것도 있다.
잔 속 찻잎 형태를 해석하는 나름의 정형화된 원칙도 있다. <Fortune Telling with Tea Leaves(찻잎으로 점치기)>, <Tea-Cup Reading and the Art of Fortune Telling by Tea Leave(찻잔읽기 그리고 찻잎으로 점치는 방법)> 등과 같은 책들이 지금도 있다.

그 내용을 예로 들면 잔 가장자리는 가까운 미래이고 잔 바닥은 먼 미래를 의미한다. 혹은 얻고자 하는 목적을 구체적으로 마음속에 그리면서 자신의 잔을 뒤집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위 영화에서도 해리포터 친구인 론 위즐리가 책을 참고하면서 잔 속 찻잎 형태를 해석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기 말 무렵 애프터눈 티가 확산되면서 홍차 음용이 서민계층에서도 일반화되었고 찻잎 점은 홍차를 즐기는 하나의 오락으로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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