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태계에서도 ‘늑대’를 키워라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옐로스톤 공원서 늑대 투입후...생태계 복원 ‘영양 종속 효과’ 알면...산업생태계 붕괴 막아 한국 신발산업의 몰락도 생태계 붕괴와 비슷

199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 14마리가 투입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1995년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 14마리가 투입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하영균 ‘상도록’ 저자/ 에너지 11 기술 대표] 생태계 변화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례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있었다. 미국 최대규모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 최초로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옐로스톤 내에서는 늑대가 항상 골치거리였다.

늑대소탕 작전의 후유증

늑대는 엘크(말코손바닥사슴)을 잡아 먹는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하고 엘크를 보러 관광객들이 모여들 때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늑대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돼 늑대소탕 작업이 국립공원 관리국 주도로 이루어졌다. 결국 1926년에 옐로스톤은 완전히 늑대가 사라진 안전한 국립공원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평화로운 국립공원이 될 것이라고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늑대가 사라지고 나니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오히려 더 황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다. 과학자들이 조사를 하고 분석을 해보니 엘크의 숫자에 따라 극심하게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늑대가 사라지고 나니 엘크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그 늘어난 엘크는 엘로스톤 국립공원 내의 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식물들이 줄어들자 그 식물들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 다른 초식동물들이 죽어갔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비버도 피해를 입었다. 큰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자 강에 댐을 만들지 못하게 됐고 급기야 생존마저 위태로와졌다. 일시적으로 엘크의 천국처럼 보이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어느 순간부터 늘어난 엘크들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지옥으로 변했다. 엘크는 더 이상 영양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개체수가 줄었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옐로스톤은 극단의 처방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하항식 영양종속효과' 그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어난 ‘하항식 영양종속효과’ 그림.

국립공원 측에서는 과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다시 늑대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70년이 지난 1995년에 늑대가 국립공원내에 다시 출몰하게 됐다. 그후 국립 공원의 생태계는 보다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종들의 숫자도 일정 정도 유지됐다. 하나의 종이 급속도로 팽창을 해 다른 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없이 종간의 균형이 일어나고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복원된 것이다. 이 현상을 보고 과학자들이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영양 종속 효과(Trophic Cascade Effect)’다.

두방향의 ‘영양 종속 효과’

영양 종속 효과는 2개의 방향을 가지고 있다. 즉, 상향식 영양 종속 효과와 하향식 영양 종속 효과다. 상향식은 그 출발이 식물과 식물성 플링크톤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1차 포식자, 2차 포식자 그리고 최상위 포식자까지 하나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것이다. 식물이나 식물성 플랑크론이 만들어내는 에너지 및 영양분의 규모에 따라서 1차 포식자의 개체군이나 숫자가 결정되고, 2차 포식자는 다시 1차 포식자의 개체나 숫자에 따라서 그 규모가 결정된다. 또 최상위 포식자는 1차 2차의 포식자의 개체 수에 따라서 그 숫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는 무한정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안정화된 엘크의 숫자만큼 그에 비례해서 숫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생태계의 구성은 바로 ‘상향식 영양 종속 효과’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는 의미다.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주어진 생태계는 영양 종속의 수준에 따라 결정이 된다. 이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환경 제약 요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물이 없는 사막의 생태계와 열대 우림의 생태계가 다른 것도 바로 이런 효과 때문이다.

하향식 영양 종속 효과는 엘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그대로다. 최상위 포식자 또는 정점의 포식자가 초식 동물의 개체군을 통제하는 생태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것은 육상에서도 나타나지만 해양에서도 나타난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거나 등장하면서 생태계 자체의 변화가 생기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옐로스톤 사례를 보더라도 늑대를 다시 도입하기 전까지 70년 동안 옐로스톤 생태계는 파괴됐다. 최상위 포식자의 역할은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엘크의 숫자가 늘어나면 그 늘어난 엘크를 기반으로 늑대의 숫자는 늘어난다. 늘어난 늑대가 엘크를 많이 잡아먹으면, 엘크의 숫자는 줄어들고 다시 늑대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다. 육식 포식자와 초식 생산자의 비율이 균형점에 맞추어서 조절되는 모습이다. 포식자가 사라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균형점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때 생태계의 붕괴가 초래된다.

산업내 독점허용은 늑대 소탕작전 같아

‘영양 종속 효과’는 생태계 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실제 국가 경제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점이다. 어떤 이유로든 독점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일종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에 엘크 사슴만 남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미국이 독점에 대해서 반독점법을 통해 철저하게 규제하는 것은 독점이 가지고 있는 피해가 크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점 현상이 일어나면 바로 법적인 조치를 취해서 독점 회사를 분할해 버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생태계 내의 자유 경쟁에 의해 종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생태계가 건전해지듯이 산업의 생태계도 건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례가 미국 반도체산업계에서 일어난 인텔과 AMD의 관계다. 사실 오랫동안 AMD는 인텔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AMD를 살아있도록 만든 회사가 인텔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 AMD가 망하면 반독점법에 의해 인텔이 분할될 것을 예상해 AMD를 계속 살아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AMD가 살아나서 완전히 전세가 역전됐다. AMD는 잘나가는 기업이 됐다. 즉 어쩌면 반독점법의 효과일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적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치 국립공원내에 있는 늑대를 사냥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산업정책으로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실제 이런 일이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일어난 적이 있다.

1980년대 부산 삼화고무 작업장. 사진=동길산 시인 제공/연합뉴스
1980년대 부산 삼화고무 작업장. 사진=동길산 시인 제공/연합뉴스

한국 신발산업의 몰락, 생태계 붕괴에 흡사

바로 신발산업에서 일어났다. 우리 정부는 1992년 신발산업에 대해 산업합리화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경쟁력이 낮은 신발 업체에게 은행대출을 막았다. 이 조치로 1992년부터 1994년까지 부산의 신발업체중에 50%가 사라졌다. 이전까지 한국과 경쟁관계에 있던 대만은 국제 브랜드 신발시장에서 2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조치이후 1996년에는 대만이 80%, 한국이 20%의 점유율로 상황이 역전됐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한국 신발 산업은 하루 아침에 대만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만 것이다. 신발 산업내의 경쟁을 통해서 구조조정이 된 것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으로 합리화 조치가 취해지면서 산업 전체가 몰락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 조치의 문제점을 깨닫고 정책 수정을 했을 때는 이미 50%의 기업이 망한 후였다. 그리고 그 악영향은 오래 남았다.

아이러니한 일이 그 후에 벌어졌다. 1997년 IMF사태가 터졌을 때 산업 중에 가장 큰 이익을 본 산업이 다름아닌 신발산업이었다. 신발산업은 거의 수출로 성장하는 하는 산업이라 환율에 민감한데 환율이 폭등하면서 신발산업 이익이 급증했다. 다른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때 신발 산업은 엄청난 반사 이익을 보았다. 만일 신발 합리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유 경쟁에 맡겼다면 신발 산업은 자체 구조조정과 IMF 특수를 누리면서 아마도 지금도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신발산업 내에서 평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정부가 합리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자유 경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 신발 산업뿐 아니라 부산의 경제도 어려워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생태계도 자유경쟁 유지해야 ‘진화’

생태계를 다른 말로 표현할 때 ‘산업 클러스터’라고 표현한다. 클러스터는 특정 산업을 기반으로 수평적 수직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경쟁하고 협력하는 기업들이 집적되어 있는 일정한 지역을 의미한다. 특정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을 때 그 클러스터 자체의 경쟁 메커니즘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나 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이 경쟁력있는 산업 클러스터를 효과적으로 육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클러스터 정책을 수립할 때 이미 생태계 내에서 실험적으로 증명된 ‘영양 종속 효과’를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실제 성공한 글로벌 클러스터를 분석할 때도 이런 영향 종속 효과의 분석 개념을 적용하면 보다 효과적인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태계의 진화는 칸트의 말처럼 ‘합목적적인 진화’다. 국가 정책도 투자 지원과 함께 자유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국가적으로 미래산업을 육성할 때도, 지방정부가 지역산업을 육성하고자 할 때도 영양 종속 효과에 대한 이해 아래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국가 균형발전도 이룰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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