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큰 비 내린다고 열대우림 되는 건 아니다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자연생태계 탄생과 진화의 교훈 강우량· 온도 따라 생태계 달라져 산업 생태계도 ‘핵심제약 요인’ 영향 이점·강점 파악하고 인재 꼭 준비해야

큰 비가 내리면 사하라 사막은 열대우림이 되지만, 몽골의 사막도 열대우림이 되는 건 아니다. 온도가 생태계의 핵심환경 요인이기 때문이다.
큰 비가 내리면 사하라 사막은 열대우림이 되지만, 몽골의 사막도 열대우림이 되는 건 아니다. 온도가 생태계의 핵심환경 요인이기 때문이다.

간척지의 해충들

대학 시절 간척지 생태학을 공부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간척지를 만들어 초기 몇 해 동안 벼를 심어두면 벼에 발생하는 병해충은 3가지 정도가 된다고 한다. 줄기를 먹는 해충, 잎을 먹는 해충, 그리고 벼 이삭을 먹는 해충으로 구별이 된다. 시간이 흘러서 몇 년 더 지나고 나면 간척지 벼의 병해충은 20가지 정도로 나뉘어진다. 뿌리를 먹는 해충부터 줄기를 먹는 해충으로 높이에 따라 달라지기 시작하고, 잎도 아주 여린 잎을 먹는 해충에서 굵어지고 다 자란 잎을 먹는 해충도 생긴다.

벼 이삭을 먹는 해충도 벼가 여물기 전에 먹는 해충과 벼가 여물고 난 후에 먹는 해충으로 구분이 된다. 즉 벼 해충이 각각 자신만의 니치를 찾아서 조밀하게 생태계 군집이 발달하는 하는 것이다. 이 사례는 초기에 생태계는 듬성듬성한 상태로 구성되지만 시간이 흘러 동식물의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생화학적 에너지 활용도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생태계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 진화의 정도를 파악하려할 때는 이처럼 동일한 공간에 어느 정도로 다양한 동식물종이 군집해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처음에는 특정한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을 기반으로 자연 생태계가 조성되지만, 시간이 지나 동식물의 밀집도가 증대되면 생태계 자체의 진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사실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서도 나타난다.

자연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경로

자연 생태계는 3가지의 경로를 가지고 탄생한다. 첫번째 경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자연 생태계가 구성되는 경우다. 이것은 주로 아주 초기에 생긴 지구 생태계의 구성 시기에 해당하고, 비슷한 경우라면 화산이 폭발하고 난 후에 이루어지는 자연 생태계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단지 용암만 남은 상태에서 시작되는 자연 생태계는 초기 지구에 나타난 생태계와 닮았다.

두번째 경로는 기존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가 어느 순간의 자연 현상 또는 기후 현상에 의해 사라지고,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경우다.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빙하기가 대표적이고, 거대 운석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후에 나타나는 자연 생태계의 복원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번째 경로는 인간에 의해 탄생하는 경우다.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들어 내면 그 땅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된다. 이때는 위의 첫번째, 두번째의 탄생에 비해서 훨씬 빠르게 생태계가 형성된다. 첫번째 경로는 수억 년이 걸렸고 두번째도 수만 년이 걸렸다. 하지만 세번째는 대부분 수십년이 걸렸을 뿐이다. 때문에 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달라붙어 있기도 하다.

왜 생태계마다 모습이 다를까

이와 같이 3가지 경로를 통해서 탄생하는 자연 생태계는 그 모습과 성격을 결정하는 ‘환경 변수’라는 것이 있다. 환경 변수를 다른 말로는 ‘환경 제약 요인’이라고 한다. 자연 생태계가 구성이 될 당시 그 특성과 이후에 이뤄지는 진화의 수준은 이 환경 제약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덕에 다양한 자연 생태계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수 만년 동안 얼어 있는 툰드라 지대의 자연생태계와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 우림 생태계가 다른 것도 이 요인 때문이다. 특정한 자연 생태계가 어느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역시 환경 제약 요인이 작용해서다.

넓은 바다의 생태계와 긴 강의 생태계가 다른 것은 염분의 함량 탓이듯, 그 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결정짓는 특정한 환경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특정한 환경 제약 요인이 변하면 그 지역 생태계 환경도 변한다. 1년에 50㎜ 이하의 비가 내리는 사막은 강우량이 환경 제약 요인 중에 핵심 요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사막에 연간 300㎜으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초원이 형성되고 사막의 동물 대신 초원에서 살고 있던 동물들이 이주해오기 시작할 것이다. 즉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이 변하기 시작하면 기존의 생태계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어떤 자연 환경이든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을 가지고 있다. 툰드라 지대는 온도이고, 심해 해양은 수압이며, 고산 지대는 산소 용적량이며, 사막은 강우량이다. 지금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미 온대 지방은 아열대 지역으로 바뀌고 있고 바다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부지방에서 바나나가 자라고 아열대성 어류가 동해나 남해에서 잡힌다. 식물과 생물들이 예전과 다르니 그들과 함께 살아왔던 사람의 생활도 바뀐다.

모든 것이 하나의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이 덜 중요해지는 한편 중요하지 않았던 제약요인이 중요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즉 핵심 환경요인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사막에서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이 강우량이었다면 강우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바로 열대 우림이 되는 게 아니다. 그때부터는 온도가 중요해진다. 사하라 사막에 비가 많이 오고 몽골사막도 강우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해도 똑같이 열대우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사하라 사막과 몽골 사막에서 강우량 다음으로 중요한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은 바로 기온의 변화다. 몽골 사막은 온대 지방의 생태계가 되고 사하라 사막은 열대지방의 생태계가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생태계가 되면 그 속에 살고 있는 동식물도 달라진다. 광활한 몽골 사막은 그 속에 서로 다른 형태의 자연 생태계가 형성된다. 즉 미시적인 자연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생태계 자체가 일종의 니치 생태계로 변화한다. 간척지에서 해충수가 늘어나듯 니치 생태계가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생태계 진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동일한 공간에 어느 정도로 다양한 동식물종이 군집해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핵심 환경 제약 요인을 기반으로 자연 생태계가 조성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 동식물의 밀집도가 증대되면서 생태계 자체의 진화를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 두가지 사실은 단순히 자연 생태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생태계에도 핵심제약요인이 있다

산업생태계도 핵심 산업 제약 요인이라는 것이 있다. 핵심 산업 제약 요인은 환경적인 요인과 경제적인 요인, 그리고 사회적인 요인으로 구분된다. 환경적인 요인은 주로 기후 요인과 지리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사막에서는 기후적인 요인으로 목축사업을 할 수 없지만 염전 사업을 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기 힘들다. 하지만 광물 채취 산업 같은 것은 바로 지리적 요인 덕에 쉽게 성장할 수 잇다.

경제적인 요인으로 중요한 것은 금융 조달 및 이자, 노동자 임금, 국민 가처분 소득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이 되는 것은 바로 임금이다. 노동 집약 산업인 신발 산업이나 봉제 섬유 산업은 오래전부터 국가간 산업이동을 통해서 발달해왔다. 보통 4단계로 나누는데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급여 100불이하 지역, 100불에서 300불이하 지역, 300불이상 700불이하 지역, 마지막으로 700불이상의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 급여 수준에 맞게 지역별로 노동 집약산업의 특징이 다르게 형성된다.

하지만 월급여가 300불 이상으로 변동하기 시작하면 단순한 임가공형태의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노동집약에서 브랜드 사업으로 변하고 이것이 주류를 이루어간다. 700불이 넘는 경제 환경이 되면 그때부터는 현지 생산은 불가능해지고 생태계는 연구 개발 중심으로 바뀐다.

사회 문화적인 요인 중에 중요한 것으로 인구, 노령화 수준, 학력 수준, 기업 관련 환경법, 노동법 등이 있다. 특히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교육 시스템이다. 즉 산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해낼 수 있는가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진다. 인재를 길러내면 그 인재들이 창업이나 경제적 활동을 통해 지역의 핵심 산업을 육성해낸다. 인도가 IT산업에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도 인재 육성이 있었다. ITT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인력의 육성은, 지금 세계 IT 핵심 기업들의 CEO가 대부분 인도사람으로 바뀌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산업 생태계가 인재들에 의해 제대로 굴러간다. 인재 없이 산업 발전은 없다.

한국은 각 지역마다 핵심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초기 산업 생태계를 탄생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에 산업이 있었는데 그 산업이 몰락하면서 대체산업을 못 찾아서 문제가 되는 지역도 있고, 아직까지 전혀 산업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지역도 있다. 이들은 각 지역 특징에 맞춰 산업 생태계 육성을 시작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산업이 있었지만 그 산업의 쇠락으로 인해 몰락하는 지역은 화재가 난 후 사라진 숲을 복원하는 것과 같다. 기존의 숲이 아닌 새로운 숲을 만들어 가기 위해 초기에 심고 기르는 식물의 종류부터 잘 결정해야 한다. 몰락한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을 심어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동남권의 여러 지역이다. 구미, 대구, 창원, 울산, 부산에 이르는 이 모든 지역이 현재는 산업화 시대의 산업에 머물러 있고 지역 특화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 기업들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 부족, 노령화로 인한 복지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미래 산업이 뿌리를 내리게 해야한다. 막연히 재정 투입을 한다고 해서 지역에 미래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산업 발전 전략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미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국가산업단지는 국가차원의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지만 지역 산업단지는 자자체가 기업유치, 인재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국가산업단지는 국가차원의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지만 지역 산업단지는 자자체가 기업유치, 인재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돈 투입한다고 쉽게 만들어지지 않아

그런데 쉽게 간과되기 쉬운 것은 지역마다 ‘핵심 산업 환경 제약 요인’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요인에 대한 분석이 없이 재정 투입만 늘리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핵심 산업 환경 제약 요인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엄청난 투자를 한다면 투자 기간만 반짝 효과를 볼 뿐 그 후로는 지역에서 미래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먼저해야 할 일은 핵심 산업 환경 제약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것이 다른지역이나 국가에 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지를 분석을 해보는 일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산업 환경 제약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미래 산업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조건들을 연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연속적인 산업 생태계의 진화가 이루어지도록 조건들을 만들어가야 지역 산업 생태계가 진화 발전한다.

또 다른 형태의 산업생태계 형성은 그전에는 아예 없었던 산업 기반위에 새롭게 형성되는 경우다. 이 경우는 마치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섬 같은 곳에 새로운 자연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대표적으로 농촌에 논과 밭을 없애고 산업 단지를 만들어내는 경우다. 연관된 산업도 없는데 산업 단지를 만들어 놓고 지역의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경우다. 강원도나 전라남북도의 농촌 지역에 만들어진 산업단지들이 그런 모습이다. 또 이미 과포화된 수도권의 산업이 인접한 지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지역이 산업생태계 형성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전국토가 산업단지로 개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즉 효과적으로 지역내에 미래 산업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하다. 이미 지방은 인구 감소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주변 대도시들이 확장하여 지방까지 오기를 기다리는 순간 이미 지역의 미래 산업 육성은 물건너간다. 그러니 산업단지 개발을 할 때부터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를 전략을 세우고 지역 투자 환경 조건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때 어떤 부분이 핵심 산업 환경 요인인지를 분석한 후 약점이 있다면 그 약점을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을, 강점이 있다면 이 강점을 살리고 추가적으로 산업의 발전이 이루어질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찾아 준비를 해야 한다.

생태계에 필요한 인재 육성은 어떻게

농촌에서 미래형 산업단지를 만들고 나면 언제나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인재’다. 전문적으로 미래 산업에 맞게 교육을 시킬 교육기관도 없고,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전문가들도 부족한 법이다. 미래 산업에 맞는 인재를 교육하는 기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또 학생들을 유입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마치 화산으로 만들어진 땅은 영양분이 없어 동식물이 서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듯이 지역 미래 산업도 시간을 두고 영양분을 주듯이 길러가야 한다. 그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인구가 소멸하는 농촌 지방도 미래 산업을 길러낼 수 있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입장에서는 지역 산업이 살아야 지역민들이 살아갈 수 있다. 산업이 이미 1차 산업에서 2차 산업으로, 거기서 3차 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는가에 따라서 지역민의 삶이 바뀌고 지역 경제의 활성도가 달라진다.

이를 위해 핵심 산업 환경 제약 요인들을 찾아내고 변화시키면서 계속 다르게 나타나는 요인들을 해결해가는 지역 산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초기에는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전략을 세우고 정확한 방향을 향해 간다면 마치 자연의 생태계가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바뀌듯이 지역도 충분히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낼 수 있다. 산업 생태계의 형성과 진화는 자연 생태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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