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소로운 협박...중동에 손 뗀다고?

사진=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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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중동 철수’ 발언 실제 후퇴가 아니라 동맹국에 비용 분담을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에 가까움.
  • 미국, 중동 포기못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트로 달러’와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축. 미국이 스스로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백은 중국과 러시아 몫: 공백이 생길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 미국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만 좋아진다. 결국 한국은 참여 여부가 아니라, 어떤 조건과 범위로 역할을 맡을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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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마케팅...트럼프의 허세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방위에 손을 뗄 수 있다’는 협박은 한마디로 허세 그 자체다.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이런 어이없는 협박을 하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어쩌면 그만큼 상황(비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교역 의존도가 큰 국가에 이란전쟁 종전 이후 해협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끝장내버린 뒤에 이른바 해협이라고 부르는 곳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해협을 책임지도록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그렇게 되면 반응이 없던 우리의 동맹국 중 몇몇은 아주 빠르게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게시글은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를 위한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유럽 동맹국 등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미국이 해협 안보에서 손을 떼기 전에 지원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동에 손 못 뗀다

하지만 실제 빠질 수 있을까? 빠지면 누가 더 큰 손해를 입게 될까? 더 큰 손해는 당연히 미국이다. ‘달러 패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전략적 결단이 아니라 ‘공포 마케팅’일 뿐이다. 그는 지금 동맹국들에게 안보라는 상품을 비싸게 팔기 위해 ‘가게 문을 닫겠다’고 엄포를 놓는 장사꾼의 연기를 하고 있다. 그는 거래의 룰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방위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패권 그 자체다. 미국이 이 해협에서 함정을 빼는 순간, 지난 80년 체제의 근간인 ‘페트로 달러(석유-달러 결제 시스템)’에 구조적 균열이 발생한다. 점진적으로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란은 벌써 이 점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8개국과 협의를 하고 있는데, 그 조건 중 하나가 석유대금을 중국 위안화로 결제한다는 요구다. 미국이 중동 산유국을 보호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어떤 산유국이 ‘페트로 달러’ 체제를 유지할까. 이들은 자국 안보와 달러결제를 바꾼 나라들이다. 트럼프가 ‘달러 패권’을 포기할 순 없다.

둘째는, 미국이 비우는 공백을 동맹국들이 비용을 대서 메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물러서면 석유대금 결제는 중국이 나서서 위안화로 해줄 것이며, 군사적 보호는 러시아가 나서겠다고 할 것이다. 중동의 제해권이 중국 또는 러시아로 넘어가는 순간,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주도권을 상실한다.

트럼프는 동맹국에게 ‘재앙’을 겁주지만, 현실은 ‘미국의 몰락’이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미래다. 결국 ‘빠지겠다’는 협박은 역설적으로 “함께 비용을 감당하자”는 절박한 신호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의 ‘지혜의 능동성’이 필요하다. 미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 판 위에서, 우리는 ‘’안보 비용의 합리적 분담’을 카드로 내세우며 협상해야 한다. 미국은 절대 중동을 포기하지 못한다. 트럼프의 패는 ‘허세’다.

비지니스맨 트럼프와 기업 지배구조로 본 협상

트럼프의 허세를 기업 지배구조로 보면 더 명확해진다

미국은 최대주주이자 경영권을 가진 오너다. 그가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다며, 2, 3대 주주를 협박한다. 회사를 잘 키운 것도 맞지만, 회사가 망가질 때의 책임도 있는 오너다. 그런데 어려운 상황을 함께 고통분담하자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2,3대 주주라고 생각할까. 지금까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핵심고객이었다.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에 의존해온 핵심 이용자였다. 그런데 오너가 ‘너희들이 지분을 좀 가지고 가!’라고 하는 것이다.

회사가 잘 나갈 때 같으면 얼씨구 하며 가져가 2,3대 주주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다. 비용을 대야 하고 책임이 확 늘어날 상황이다.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지분도 아니다. 하지만 오너의 요구를 모른 체 했다가 나중에는 핵심고객 명단에서 빠질 상황이 올지 몰라 불안하다.

하지만, 오너가 회사 문을 닫지 못하듯이,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의 제해권을 포기하지 못한다. 넘겨주지도 않을 것이다.

정작 트럼프는 ‘여기서 빠질 수 있다’가 아니라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가져갈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트럼프의 ‘허세’ 다음 패는 지배구조 재설계다. 즉 중동 제해권 유지 비용의 재설계다.

우리도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해진다. 우리는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조건으로, 어떤 범위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무한 책임을 지겠다거나(지분을 10%이상 요구하는 식), 연대보증을 서는 식의 선택은 안된다.

미국은 이 판을 포기하지 못한다. 우리는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조건을 설계할 것인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 군사적 리스크, 그리고 외교적 자율성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19 미국이 빠지면? 호르무즈 빈집털이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은?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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