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Fed의장, 비둘기가 매 되는 거 봤어?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바이든, 현 연준 정책기조 지지 뜻밝혀 물가 잡기 보다는 고용 확장 유지하는 쪽으로

미 연준 의장에 재지명된 제롬 파월 현의장. 사진=연합뉴스
미 연준 의장에 재지명된 제롬 파월 현의장. 사진=연합뉴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제롬 파월을 재(再) 지명했다.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는 상원 인증 절차 이후 다시 연준 의장으로서 직무를 이어서 수행하게 된다.

파월 의장의 유임은 팬데믹을 벗어나는 경제 회복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정책 운용의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말처럼 코로나19 이후 고물가, 고용난 등으로 대표되는 난제에 대한 해결 역시 파월 의장에게 당부한 셈이다.

파월 연임의 시사점

파월 연임은 크게 3가지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파월은 2018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란 점이다. 기준금리 변경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직후에는 양적완화(QE)까지 시행했다. 또한 11월부터는 테이퍼링으로 불리는 QE 축소를 발표했으며,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상도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통화정책 일정들을 모두 경험하면서 금융시장이나 경제 주체들과의 다양한 소통 과정을 겪었는데, 이는 아마도 경쟁자였던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브레이너드는 부의장으로 지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평점을 받은 항목일 것이다.

둘째, 정치적으로 파월 연임은 미 여야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인프라 투자 등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는 적극적인 재건 과정이 불가피하다. 당연히 야당인 공화당의 지지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공화당원인 파월 유임은 야당의 협조를 이끌내려는 일종의 의지 표현으로 읽힐 수 있다.

셋째, 파월 연임은 현재 연준의 경제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백악관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높아진 물가는 연준의 물가 판단이나 대응에 상당한 반론을 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연준의 인플레이션 진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대해 통화당국이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이외에는 사실 대안 자체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이번 연임은 연준이 보여준 정책 행보에 대한 정당성 부여의 의미로 풀이가 가능해 보인다.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물가 우려에도 고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 유지 전망, 당분간 인플레 우려 지속>

그렇다면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상당하다.

파월 의장이 연임된 만큼 그간의 행보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과, 지금까지 고수해온 입장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와는 다르게 인플레이션 방어에 나서기 보다는 기존 물가 인식과 더불어 고용을 가장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매파 보다는 여전히 비둘기파 스텝을 밟은 것이라는 얘기다. 즉 테이퍼링 속도 강화, 빠른 기준금리 인상 등의 조치보다는 현재의 정책 기조나 스텝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11월 FOMC 성명에서 연준은 현재 높은 물가 상황을 코로나19 이후 수급 여건의 불일치에 따른 영향으로 평가하고, 물가 상승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화당국 스스로가 자신들의 지난 행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기존 정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총수요에 대한 조절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현상과 같은 공급 측 요인으로 불거진 물가 상승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를 견제한다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나왔던 일련의 정책들과 성격 면에서 배치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테이퍼링 시행 과정에서 물가 안정을 확인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기대 인플레이션 차단이 연준이 제시할 수 있는 제한적인 대응일 것이다. 이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논쟁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강력한 내러티브(narrative)로 자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쓴이

공동락 이코노미스트

공동락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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