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왜 생명은 아름다움을 선택했나?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 효율의 배반 공작의 꼬리처럼 생존에 불리한 ‘낭비’가 유지되는 이유는, 진화가 기계적 최적화가 아닌 ‘미적 선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 취향의 자율성 아름다움은 건강의 지표(수단)가 아니다. 암컷의 주관적 취향과 ‘성적 자율성’ 그 자체가 진화의 독립적인 경로를 결정한다.
- 인류의 비무장화 남성의 송곳니가 작아진 것은 여성이 공격성 대신 온화함을 선택한 결과이며, 이 ‘미적 선택’이 인류의 사회적 지능과 협력을 낳았다.
- [결론] “진화는 생존을 위한 계산이 아니라, 주체적 취향이 빚어낸 예술이다.”
찰스 다윈이 숨긴 진화 이야기 ‘성선택’
거추장스러운 공작의 꼬리나 화려한 극락조의 깃털은 찰스 다윈의 적자생존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명백한 낭비다.
새는 ‘미적(美的) 극단주의자’다. 새는 화려한 색상이나 특이한 구애 행동을 보여준다. 지구상 1만여 종의 조류 중 3분의 1 이상인 종에서 수컷은 구애활동으로 단순히 우월한 형질의 표상이 아니라 암컷의 임의적인 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한다.
다윈도 “새들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심미적이다. 물론 인간은 제외하고 말이다”라고 했다.
새의 화려한 미적 진화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왜냐면 성(性)선택에 유리하기 때문에 화려한 색상으로 장식을 한다고 하면, 자연선택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밝은 색상이나 화려한 장식은 그 새를 포식하는 다른 종에게는 발견된다. 때문에 그 개체는 분명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운명이 된다.
단순히 성선택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 이런 색상과 화려한 장식을 한다는 점은 분명 어딘 가에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아름다움의 진화: 다윈의 잊혀진 짝 선택 이론이 동물 세계를 형성하는 방법-그리고 우리(The Evolution of Beauty: How Darwin’s Forgotten Theory of Mate Choice Shapes the Animal World- and Us)』는 조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프럼이 2017년에 쓴 책이다.
찰스 다윈이 성선택에 대해 1871년에 출간된『인간의 유래와 성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에서 주장했지만, 이 개념은 주변의 과학자들의 의견에 밀려서 잊혀지고 자연선택이 유일한 진화의 동인이라고 학계가 인정했다.
조류학자가 다시 꺼낸 ‘아름다움’ 이야기
조류학자인 프럼은 조류 진화에서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한 진화의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설명을 시도했다. 자연선택의 이론에서는, 성선택을 생존 적합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한다. 예를 들면 새에게서 수컷 장식은 우수한 건강함을 알린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프럼은 진화한 특성이 개체의 적합성 선택, 즉 자연선택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조류 진화 사례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수컷 클럽날개 마나킨(Club-winged manakin, Machaeropterus deliciosus)의 날개 구조는 특이하다. 노래를 위해 날개의 뼈 속이 가득 차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비행에 별로 적합하지 않다. 날개의 구조를 이루는 골격 안이 다른 새들은 다 비어 있지만, 이 마나킨 종에는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이유는 날개를 부딪혀서 딱딱 소리를 내 암컷을 유인하려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연 선택의 관점으로 보면 이런 특질은 당연히 잘 날 수 없게 하는 것이기에 생존의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선택이 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그런데도 이런 불필요한 진화를 한 것이다. 그 이유를 프럼 교수는 ‘아름다움의 진화’로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집을 화려한 전시관처럼 꾸미는 ‘바워새’
바워새(Bowerbird)는 한술 더 떠서 집을 짓는 것을 넘어 전시관을 꾸민다. 수컷은 파란색 꽃잎, 조약돌, 심지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조각까지 모아 특정 색깔별로 배치한다. 이는 유전적 강인함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수컷의 미적 감각을 뽐내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암컷이 그 공간의 배치와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컷은 외면당한다. 이는 자연계판(版) 인테리어 유행과 다를 바 없다. 즉 바워새는 자연의 인테리어 업자인 셈이다.

성 선택은 누가 번식할 기회를 얻는지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매 번식기마다 실패하는 수컷이 많고, 암컷이 선호하지 않는 어떤 특질은 다음 개체군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암컷들이 긴 꼬리를 좋아한다면 꼬리가 더 길어지도록 진화할 것이고, 암컷이 화려한 깃털을 좋아한다면, 깃털은 더 화려해질 것이다. 수컷 클럽날개 마나킨의 날개 부딪히는 소리도 암컷이 좋아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전적으로 전승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제안한 후 자신의 이론에 문제를 느꼈다. 엘크 뿔이나 공작의 꼬리 등 개체의 생존에 명백히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다윈은 짝 선택에 의한 성 선택을 자연선택과 다른 관점으로 설명했다.
생존·효율과 거리가 먼 진화도 있다
각 종은 짝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미의 기준’을 진화시킨다고 보았다. 이것이 생물체 내 다양성 속에서 성 특성의 진화로 이어졌다고 제안했다. 이 말은 새들의 성적 표현이 포식자를 피하거나 씨앗을 쪼개는 것처럼, 생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다윈이 이미 지적한 것이다.
초기에 다윈의 이 개념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무시당했다. 성 선택 연구는 1975년경부터 부활했지만, 미적인 내용은 다르게 해석됐다.
오늘날 성선택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공작새의 꼬리가 암컷이 알아야 할 수컷의 품질에 관한 정보를 암호화하기 때문에 선호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다윈의 가설과는 매우 다르다.
다윈은 특정 암컷에게 아름답게 느끼지기 때문에 진화한다고 해석했다.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진화의 독립적인 동력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개체의 생존 능력을 감소시키는 퇴폐적인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적 진화의 중심에는 ‘암컷의 성적 자율성’과 ‘배우자 선택의 자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조류를 넘어 인류의 성적 특성, 사회적 지능, 심지어 가부장제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류도 아름다움을 위해 진화했다
프럼 교수가 제안하는 ‘아름다움은 그냥 일어난다’(Beauty Happens)는 가설은 로널드 피셔(Ronald Fisher)의 폭주 선택(runaway selection) 모델에 기초하기도 한다.
특정 형질에 대한 배우자의 선호와 그 형질 자체가 유전적으로 결합되어 세대를 거듭할수록 극단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은 그 형질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아름다움이 실용적인 기능에서 해방돼 독립적인 진화의 경로를 걷게 됨을 의미한다. 수컷의 외모와 구애 행동은 암컷의 성적 선호와 욕구, 즉 성선택을 통해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다. 암컷은 심미성을 탐구하는 존재이고, 수컷은 암컷을 매혹하려 노력하는 존재라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인류의 진화 계보에서 남성의 송곳니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 현상은 전통적으로 도구 사용이나 식성 변화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프럼은 이를 암컷(여성)의 선택에 의한 ‘미적 비무장화(aesthetic deweaponization)’로 해석한다.
여성들이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남성보다 협력적이고 온화한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함에 따라, 남성의 폭력적 성향을 상징하는 송곳니와 신체적 위협 능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인류의 사회적 지능과 협동적 기질을 발달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남성의 공격성이 줄어들고 부성애 투자가 늘어나면서, 인류는 더 긴 양육 기간과 복잡한 사회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프럼 교수의 ‘미적 진화론’은 생명을 단순히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기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주관적 경험과 취향을 가진 능동적 주체로 재정의한다.
아름다움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화 그 자체의 목적이 될 수 있으며, 생존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종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프럼 교수는 “우리가 진화의 모든 결과물에서 이유와 이득을 찾으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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