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애플은 왜 ‘예쁜 오답’에 집착했을까

애플 아이폰의 유니바디.
애플 아이폰의 유니바디.
  • 효율의 한계와 미적 자율성 기술 상향 평준화로 ‘기능적 적자생존’의 변별력이 사라진 시대, 소비자는 스펙을 분석하는 ‘분석가’가 아니라 깃털 무늬를 감정하는 ‘미적 감정가’로 변모했다.
  • 애플의 ‘폭주 선택’ 보이지 않는 내부 배선에 집착하는 애플의 ‘미적 과잉’은 생존(원가 절감)에는 불리하나, 소비자의 열광과 결합해 브랜드 유전자로 고착되는 ‘피셔의 폭주 모델’을 산업적으로 증명한다.
  • 럭셔리의 역설 기계식 시계처럼 생존(정확도)에 부적합한 ‘정교한 비효율’이 오히려 강력한 구애의 수단이 되듯, 현대 산업의 진화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오답’을 제안하고 선택받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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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에 이어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의 시대

자연계에서는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장식은 그저 아름답기 때문에 선택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는 진화가 반드시 진보나 최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 보면 동물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사례를 들어 보여준 셈이다.

이 흥미로운 생물학적 통찰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산업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과거의 시장이 ‘가성비’와 ‘효율’이라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지배당했다면, 현대의 시장과 산업은 소비자의 ‘주관적 취향’과 ‘미적 가치’라는 성선택의 무대로 옮겨가고 있다. 다른 말로는 ‘가심비(價心費,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의 비율)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기능적 최적화를 넘어, 소비자를 매혹하기 위한 산업적 바워새(Bowerbird)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산업 혁명 이후 오랫동안 기업들의 지고지순한 목표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었다. 이는 생태계에서 포식자를 피해가면서 먹이를 찾는 생존 본능과 같다.

제품은 고장 나지 않아야 하고, 기능은 확실해야 하며, 가격까지 합리적이면 언제나 판매를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기술의 상향 평준화는 이러한 기능적 적자생존의 변별력을 약화시켰다.

스마트폰이 잘 터지고 자동차가 잘 달리는 시대가 오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능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게 됐다. 여기서 리처드 프럼 교수가 말한 ‘미적 자율성’이 산업 현장에서도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스펙 시트를 읽는 분석가가 아니라, 공작새의 깃털 무늬를 감정하는 냉철한 ‘미적 감정가’로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플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프럼 교수가 언급한 로널드 피셔의 폭주 선택 모델은 ‘IT 산업의 제왕’ 애플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제품 설계 과정을 보면, 때로는 생존(시장 점유율이나 원가 절감)에 불리해 보일 정도의 집착이 보인다. 예를 들어, 사용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맥북의 내부 기판 배선을 예술적으로 정렬하거나, 아이폰의 유니바디(Unibody) 가공을 위해 엄청난 양의 알루미늄을 깎아내는 행위는 효율성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적 과잉 또는 집착은 소비자의 선호와 결합해 폭주하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애플의 미적 감각에 열광할수록 애플은 더욱 극단적인 디자인 실험을 감행하고, 이는 다시 브랜드의 강력한 유전자로 고착되었던 것이다.

애플은 미적인 과잉을 통해 팬층을 만들어 냈고,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은 더 이상 다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단계까지 간 것이다.

마치 암컷 공작이 더 화려한 꼬리를 선택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수컷 꼬리를 더 무겁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기능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진화의 독립적인 동력이 되는 셈이다.

프럼 교수가 소개한 클럽날개 마나킨은 구애를 위해 비행 효율을 포기하고 날개 뼈를 속이 꽉 찬 구조로 진화했다. 이는 산업계의 럭셔리 산업과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흔히 발견되는 전략과 유사하다.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

시계는 정확성 정보를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를 생각해보면 정확도 면에서는 1만 원짜리 쿼츠 시계나 스마트 시계에 비할 바가 못된다. 태엽을 감아야 하고, 오차도 발생하며, 충격에도 약하다.

클럽날개 마나킨이 비행(정확한 시간 측정)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날개를 가진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수천 개의 부품이 맞물려 돌아가는 그 정교한 비효율적 메커니즘이 내는 소리는 소비자(배우자)를 매혹하는 강력한 구애의 노래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계식 시계는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계 산업에서 아름다움은 실용적인 기능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소비자들은 시계의 정확성이라는 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계가 가진 미적 완성도와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다.

생존에 불리한 특성이 오히려 강력한 경쟁 우위가 되는 이 역설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단순히 효율성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포화의 현대 산업시대, 돌파구는 ‘아름다운 오답’에

리처드 프럼은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장식은 그저 아름답기 때문에 선택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수많은 혁신 제품들 중 상당수는 생존을 위한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주관적 취향과 미적 집착이 시장의 선택과 우연히 맞물려 폭발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포식자,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피하는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매혹하는 기술이다.

효율성의 강박에서 벗어나 ‘이유 없는 아름다움’에 투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늪에 빠진 현대 산업이 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일지도 모른다.

결국 산업의 진화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아름다운 오답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선택을 받는 과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6 우리는 왜 더 비싸고 비효율적인 제품에 끌릴까?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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