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렸더니 시중금리 떨어져...왜 이런 일이?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금통위 날 채권시장 혼란이 의미하는 것은 매는 매답고, 비둘기는 비둘기다워야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75%에서 1.00%로 0.25%p 인상됐다. 또한 이번 금통위 이전부터 관심이 치열했던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일단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비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분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그간 그의 화법에 익숙한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오히려 1분기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느껴졌다.
왜 시중금리가 하락했을까
하지만 이번 금통위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내년 1분기에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금통위 결정직후 시중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사실이었다.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추후에도 더 올릴 수 있다는 통화당국의 입장이 확인됐다면 시장금리는 상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통화당국의 현재 행위와 추가적인 인상 시사에 따른 기대 요인까지, 모두가 금리 상승에 더욱 적합한 재료다.
흔히 매파적 혹은 비둘기파적으로 양분되는 통화정책 이벤트에 대한 평가에서 이번 금통위는 ‘보다 매파적’이었다. 그러나 정책 결정이나 향후 정책 방향성 시사에서 매파적인 분위기로 금통위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오히려 비둘기파적인 반응을 보이며 하락했던 것이다(채권가격은 상승). 왜 그랬을까.
금통위나 FOMC와 같은 통화정책 이벤트가 끝나면 채권시장은 신속하게 해당 이벤트를 매파적 혹은 비둘기파적으로 분류한다. 그 과정에서 기준금리 결정과 향후 금리 방향성은 이벤트의 성격을 구분하는 핵심적인 척도다.
11월 금통위의 경우로 본다면 이번에 기준금리가 인상됐고, 내년 1분기에도 기준금리가 더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은 충분히 매파적으로 통화정책 이벤트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렇지만 시장내 갈등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분명히 결정이나 향후 방향성 시사 측면에서 매파적인 통화정책 이벤트였지만, 이번과 같이 시중금리가 하락한다면 매파가 매파가 아닌, 즉 종래의 평가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실제 통화정책 이벤트가 끝난 이후 매파적 혹은 비둘기파적이란 평가는 정책 결정 내용보다는 당시 시중금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결정되곤 한다. 필자 역시 이번 11월 금통위를 진단한다면 매파보다는 비둘기파 금통위였다는 쪽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주열, 한방향 달리더니
채권시장은 매파적인 성향이나 방향성을 반영한 통화정책 결정에도 이처럼 비둘기파적 움직임을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와 같은 일종의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과연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먼저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향후 빠른 시기 내에 추가 인상을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던 상황을 한번 복기해보자.
이날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직접적인 계기는 이 한은 총재가 회견을 통해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2.00%까지도 인상될 수 있다는 채권시장의 기대 형성에 대한 적합성을 묻는 질문에 ‘그 정도의 기대는 다소 과도해 보인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었다. 기준금리를 올렸고 향후에도 더 올리겠지만, 그 상한을 너무 크게는 잡지 말라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지난 5월부터 통화당국은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한 기준금리 인상 준비에 착수했고, 이후 차근차근 인상을 위한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 아울러 8월 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했고, 동시에 그 다음 일정에 대한 준비도 이뤄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수차례 확인된 반면에 인상 이외의 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금리를 올린다는 이야기만 있고, 얼마나 혹은 어느 정도까지 인상할 지에 대해서는 단서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때문에 기준금리 2.00%에 대한 기대는 다소 과도해 보인다는 이 총재의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단서가 됐다. 즉 기준금리가 2.00%까지도 인상될 수 있는 여지를 놓고 사전 반영 과정을 거쳤던 시장의 입장에서는 11월 인상으로 높아진 기준금리 1.00%와 내년 1분기 인상이 이뤄질 기준금리 1.25%는 한 눈에 봐도 채권 매수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근본적으로는 ‘시장과 소통’ 부족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매파적이었던 통화정책 이벤트에도 시중금리가 이처럼 반대로 하락한 것은, 앞서 상당 기간에 걸쳐 누적됐던 통화당국과 채권시장 간의 커뮤니케이션 상의 부재나 오류를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 동시에 이는 그만큼 양측 간의 상이했던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하지만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에서 양측이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한다. 같은 어휘나 표현이라도 말을 하는 쪽과 듣는 쪽이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를 매답게, 비둘기를 비둘기답게 반응하지 못한 정책 당국과 시장 간의 소통이라면, 추후 시정 과정에서도 상당한 우여곡절을 동반할 여지가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