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공연, ‘감동’이 아니라 ‘경고’다

[박미숙의 플랫폼미디어 비평] BTS 공연과 공적 영역의 붕괴에 대해

광화문 광장에서 노래와 충을 선보이는 BTS. 사진= 연합뉴스
광화문 광장에서 노래와 충을 선보이는 BTS. 사진= 연합뉴스
  • 시민의 광장에서 글로벌 세트장으로 역사적·정치적 발화의 장인 ‘광화문’이 글로벌 시청자를 위한 이미지 생산 도구로 전락하며, 시민은 주체가 아닌 ‘관리되는 콘텐츠의 일부’로 소외됐다.
  • 공공 자산에 대한 사유화 행정 권력은 ‘경제 효과’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공공성을 매각했고, 넷플릭스 등 거대 플랫폼은 공적 공간에서 발생한 가치를 사적 이익으로 독점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 아무 것도 모르고 경제효과만 남발한 언론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이 경제 논리만 재생산하는 사이, 공공성의 파탄은 ‘성공한 문화 이벤트’로 둔갑했으며, 이는 향후 공적 영역의 상시적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다.

▶ 칼럼의 요약본을 들어보세요

지난 토요일(21일) BTS 광화문 공연은 공적 영역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사유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이 공연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공공 공간·플랫폼·행정 권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공간은 점점 더 통제되고 동원되는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는 공연을 즐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공공성이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경험한 것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갈등 없이, 오히려 감동과 국가적 자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료 공연. 4만 명이 넘는 팬들이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사진= 연합뉴스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료 공연. 4만 명이 넘는 팬들이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사진= 연합뉴스

광화문 광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광화문을 단순한 공연장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이 공간은 역사적 기억과 정치적 발화, 시민의 집합적 경험이 축적된 장소다. 그렇기에 광화문은 특정 집단이나 목적에 의해 쉽게 점유되어서는 안 되는 공적 영역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광화문은 더 이상 공공 공간으로 기능하지 않았다.

시민의 입장은 제한됐고, 동선은 통제됐으며, 공간은 완전히 재구성됐다. 이는 단순한 행사 운영이 아니라 공공 공간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장은 더 이상 ‘열린 장소’가 아니라 ‘관리되는 공간’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이 변화는 물리적 점유를 넘어 ‘의미의 점유’로 확장된다. 이번 공연에서 무대는 현장을 향하지 않고 카메라를 향했다. 공연이 현장 관객이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를 전제로 설계되었고, 관객은 감상자이면서 동시에 콘텐츠의 일부로 포착되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공간이 아니라, 이미지 생산을 위한 배경으로 기능했다.

이때 공공 공간은 ‘다양한’ 경험이 공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특정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단일한’ 장면으로 축소된다. 공적 영역은 물리적으로 유지되지만, 의미적으로는 이미 점유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료 공연에서 경찰이 광장 외곽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료 공연에서 경찰이 광장 외곽 인파 관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공공성’, 선택이 되어도 되는 카드인지

이러한 전환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적 선택 없이는 불가능하다. 행정은 이 공연을 ‘문화 행사’로 승인했지만, 이는 단순한 허가가 아니라 공공 자산의 활용 방식을 재정의한 결정이다.

‘왜 광화문이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행정은 아마 상징성과 효과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상징성이 공공 자산을 산업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핵심 조건이 된다.

이는 공공성이라는 것이 지켜져야할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정되는 선택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공 공간은 더 이상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정책적 판단에 따라 배분되는 자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것을 뜻한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이 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번 공연은 현장에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기록되고 재유통되며 지속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콘텐츠였다. 그러나 그 가치의 축적은 ‘공공 속으로’가 아니라 플랫폼에 집중된다.

공공 공간에서 만들어진 경험이 ‘사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공공 자산이 민간 플랫폼의 콘텐츠 생산 기반으로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그 과정에서 공공성은 형식만 남고 실질은 사라진다.

한국일보 등 일부 언론은 호외까지 찍어 배포하며 BTS 공연의 흥행을 유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일보 등 일부 언론은 호외까지 찍어 배포하며 BTS 공연의 흥행을 유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언론이 ‘경제효과’ 담론만 외칠 때

‘경제 효과’ 담론은 이러한 구조를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로 작동한다. 방문객 증가, 소비 확대, 도시 브랜드 상승이라는 논리는 반복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그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 논리가 공공 공간 사용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공공 공간은 원래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소지만, 이제는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에 따라 배분되는 자원처럼 취급될 것이다. 그 순간 공적 영역은 본질을 상실한다.

‘언론의 비판’ 부재는 이 문제를 결정적으로 심화시켰다. 주요 언론은 공연의 규모와 성공, 글로벌 위상을 강조했을 뿐, 공공 공간의 사유화나 행정의 책임에 대해서는 충분히 질문하지 않았다. 특히 ‘경제 효과’ 담론은 거의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되었고, 공공 공간의 점유와 시민 접근 제한이라는 비용은 논의에서 배제됐다.

이는 단순한 보도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공론장의 기능 상실을 의미한다. 언론이 질문을 중단하는 순간, 정책은 검증 없이 반복되고, 공공성의 후퇴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굳어진다.

팬덤이 ‘산업적 자원’으로 남용될 때

‘팬덤’ 역시 이 구조 속에서 기능적으로 동원된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만, 그 참여는 경제 효과와 국가 이미지로 전환됐다. 팬의 이동은 ‘관광 지표’가 되고, 소비는 ‘경제 성과’로 환산되며, 감정은 집합적으로 조직된다.

팬덤은 문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산업적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감동은 개인의 것이지만, 그 감동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구조적으로 수집되고 활용된다.

결국 이번 공연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행정은 공공 공간을 제공하고, 플랫폼은 그 공간에서 생산된 경험을 자산으로 축적하며, 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확산시킨다.

이 삼각 구조 속에서 시민은 참여하지만 결정하지 못하는 존재로 남는다. 공공 공간은 형식적으로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특정 목적에 의해 점유된다.

BTS공연이 남긴 것은 ‘경고’다

이번 BTS 광화문 공연은 문화적 성취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축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완성도 높은 공연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공공 공간의 원칙을 양보했다. 문제는 이 교환이 자각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광화문은 누구의 것인가. 공공 공간이 시민의 것이라면, 그것은 특정 이벤트를 위해 쉽게 점유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공공성은 점점 더 약화되고, 그 자리는 산업과 플랫폼, 그리고 행정의 편의가 채우고 있다. 공적 영역은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비판과 문제 제기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이번 공연이 남긴 것은 감동이 아니라 ‘경고’다. 그리고 그 경고를 외면하는 순간, 공공 공간의 사유화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9 BTS 공연에 가려진 '광장 사유화' 논란... 우리는 무엇에 열광했나?
글쓴이

박미숙 대중문화 독립연구가

박미숙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영국에서 한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동아시아학이며 세부 전공은 한국학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