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향 뒤에 숨겨진 슬픔을 아시나요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찻 잎 따는 노동자들 인건비는 얼마일까 하층민이란 ‘차별적인 시선’까지 받아

아샘지역의 채엽하는 모습. 사진= 문기영
아샘지역의 채엽하는 모습. 사진= 문기영

손 채엽과 기계 채엽

차(茶)는 차나무의 싹이나 잎으로 만든다. 따라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차나무에서 찻잎을 따야 한다. 이것을 채엽(採葉) 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사람이 찻잎을 땄다. 물론 중국에서는 한 때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잎을 원숭이를 훈련시켜 따게 해서 만든 차가 있다고 허풍을 치기도 했다.

지금은 기계로 채엽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차 생산국에서 어느 정도는 기계 채엽이 도입되어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대부분 기계채엽으로 전환해 관련 기술이 가장 발달했다. 사진= 구글
일본은 오래전부터 대부분 기계채엽으로 전환해 관련 기술이 가장 발달했다. 사진= 구글

기계채엽, 일본과 아르헨티나에서 많지만

기계 채엽 비중이 아주 높은 나라는 일본과 아르헨티나이다. 이들 두 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차가 기계 채엽한 찻잎으로 만들어진다. 아르헨티나는 차 생산량이 세계 10위 수준이며 주로 홍차를 생산한다. 기계 채엽 등의 영향으로 품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계로 채엽한 것 보다는 손으로 딴 찻잎으로 만든 차의 품질이 더 높다.

일손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오래전부터 기계 채엽으로 전환해 관련기술이 가장 발달한 일본조차도 양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고급 차는 여전히 사람이 딴다.

대부분은 사람 손으로 딴 찻잎

이 두 나라를 예외로 하면 세계에서 차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중국, 인도, 케냐, 스리랑카를 비롯한 대부분의 차 생산국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채엽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차 대부분이 손으로 채엽 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차를 생산하는 국가들의 경제력이나 고용현황 등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차 생산국가에서도 기계 채엽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 사회적 환경이 변하면서 찻잎 따는데 필요한 노동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차 생산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은 편이다. 특히 찻잎을 따는 ‘티 플러커(Tea Plucker)’의 인건비가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리랑카 기준으로 볼 때 다원 노동력의 70%가 채엽에 필요하며 완성된 차 생산비 중 40%가 ‘티 플러커’ 인건비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다른 차 생산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산비에서 티 플러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서 티 플러커 개인의 급료가 높은 것은 아니다.

열악한 노동자들의 상황

인도는 다원 노동자들의 급료가 정부와의 협의 하에 결정되는데 2018년 기준 다즐링 지역은 티 플러커 일당이 2.32달러(약 2700원)이며, 아삼은 2.11달러(약 2400원)다. 물론 현금으로 받는 것 이외 다원 노동에 필수적인 소모품들과 땔감 등 현물로 받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2.5달러 정도 된다. 다 합하면 1인당 일당이 약 5달러(약 5800원) 전후라는 뜻이다. 여기에 거주지를 포함하여 전기료, 병원비, 학비 등이 다 무료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큰 금액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인건비가 이렇게 낮은 것은 차 생산국가의 경제력 영향도 있지만 차 가격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티 옥션(Tea Auction)에서 거래된 아삼홍차의 90% 이상이 kg당 2.5달러(약 2900원)가 채 되지 않는다. 케냐 홍차도 비슷한 수준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아주 고품질일 경우 아삼홍차라도 kg당 700달러, 1000달러에 판매되는 것도 있긴 하다.

낮은 인건비에 차별적 시선까지

이런 상황에서 차 생산국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찻잎 따는 일을 하려는 노동자가 줄어들고 있다. 차 생산국들도 과거에 비해서 경제가 발전하면서 조금 더 나은 급료를 주는 일자리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찻잎 따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다. 다즐링, 아삼, 스리랑카 할 것 없이 티 플러커들은 역사적, 인종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오랫동안 차별 받아온 사회적 약자였다. 이로 인해 조금의 기회라도 있으면 특히 젊은이들은 필사적으로 다른 일을 찾는다.

찻잎 따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원들은 대안으로 기계 채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먼저 겪은 일본 같은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면 기계 채엽으로 전환했고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당 임금이 오르고 있는 중국에서도 기계 채엽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케냐 다원의 기계채엽 모습. 평원지역이라 기계화가 용이하다. 사진= 구글
케냐 다원의 기계채엽 모습. 평원지역이라 기계화가 용이하다. 사진= 구글

유니레버(Unilever Tea), 제임스 핀레이(James Finlay) 같은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이 다원을 운영하는 케냐에서도 기계 채엽 도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케냐의 다원은 고지대에 위치하지만 평원지역이라 기계화에도 매우 유리한 편이다. 반면 기계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한 다원노동자들은 파업까지 불사하면서 반대를 하고 있다.

차 관련 전문가들은 차 생산국의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채엽에서 기계화로의 진행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하지만 전환속도는 아주 느리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찻잎 100g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 찻잎 약 500g이 필요하다. 지금 마시는 한 잔의 차는 찻잎을 따는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한 것이다. 한 잔의 차가 감사한 이유다.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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