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와 오미크론에 대해 알아야할 비의학적인 지식
[박만규의 ‘에티모버스’(Etymoverse)]
- ‘에티모버스’는 어원을 뜻하는 étymology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를 저자가 합성한 말이다. 역사를 모르면 현재의 올바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말은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적용된다. 오늘날 무심코 쓰는 어휘들의 어원에는 개념이 처음 형성될 당시 사람들의 사유가 비유와 함께 담겨 있어 인류의 사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심오한 세계관을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는 이후 변화의 궤적 탐색을 통해 지금 우리 생각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해 주고, 이로써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요즘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형이 우세종 경쟁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다시피 이들 변이형의 이름은 그리스어 문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생국가 이름으로 부르던 관행을 고쳐서 대중들의 혼동을 피하고 특정 지역이 오명을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스 문자로 변이형들의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국 변이, 남아공 변이, 브라질 변이, 인도 변이 등 최초 신고 지역의 이름 대신 알파형, 베타형, 감마형, 델타형 등으로 명명했다.

과학분야에 널리 쓰이는 ‘그리스어’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리스 문자로 정한 것일까? 그리스 문화는 서양 문화의 원류로 간주되어, 가장 중립적인 명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그리스 문자는 공학, 수학, 과학 분야에서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상수(constant), 함수, 변항 등으로 다양한 그리스 문자들이 쓰이고 있다.
그리스 문자는 오늘날 전 세계가 함께 쓰고 있는 로마자의 원류이기도 한다. 로마자를 흔히 ‘알파벳’(alphabet)이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그리스 문자의 첫 두 글자인 ‘알파(alpha, α)’와 ‘베타(beta, β)’에서 따온 것이다. 첫 글자 알파와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omega, Ω ω)를 합쳐 만든 ‘알파와 오메가(alpha and omega)’는 영어를 비롯한 많은 서양어에서 ‘모든 것’ 혹은 ‘가장 중요한 것’을 뜻한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from alpha to omega)’는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의미를 띈다.
‘알파’는 첫 글자이므로 당연히 ‘첫째의, 으뜸의’라는 뜻을 가지고, 나아가 ‘우두머리, 지도자, 강자’ 등의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예컨대 ‘alpha male’은 강하고 공격적인 남성을 뜻한다. 컴퓨터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할 때의 첫 단계를 가리킨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게 되는데, 이를 알파 테스트라 한다. 이는 주로 제품을 개발한 팀이 담당하게 된다.
반면에 둘째 글자 ‘베타’는 제품 개발의 둘째 단계를 가리키는데, 이 ‘베타 버전’에서는 보통 개발에 참여하지 않았던 외부인들을 모집해 보다 개선된 버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베타 테스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볼 수 있다.
풍요의 문자 ‘델타’, ‘치명의 상징’될 줄이야
그리스 문자의 넷째는 ‘델타’(delta)인데, 요즘 우세종으로 자리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장 강력한 변이형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른 변이형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델타형은 전파력과 중증도 및 치명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델타는 대문자(Δ)가 꼭 삼각형으로 생겼다. 나일강 하구의 퇴적층이 역삼각형의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에 헤로도투스(Herodotus)가 그의 저서 ‘역사’에서 이를 델타라고 불렀는데, 이후 델타는 큰 강 하구의 삼각주를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의 명칭 삼각주(三角洲) 역시 델타가 가진 세모꼴 특징에 기인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명칭에서 주(洲)는 섬이라는 뜻이다. 하구에 이르러 완만한 경사를 통과하면서 물줄기가 널리 퍼지면서 가늘어지는 가운데 침전물을 꾸준히 운반하면서 수많은 작은 섬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삼각주들은 풍부한 유기물의 퇴적으로 인해 토지가 비옥하여 농업 생산성이 높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인구가 증가하며, 풍요로운 땅이 된다. 삼각주는 그 땅의 비옥함으로 인해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준다. 나일강의 범람은 ‘신의 선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연하게도 이 풍요로운 이미지의 델타가 강력한 전파력을 보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닮았다. 특히 하구에 이르러 강물이 바다로 퍼져나가는 모양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모양이 연상되어 기분이 씁쓸하다.
나일강 델타에 이어 미국에 있는 ‘미시시피 리버 델타’(Mississippi River Delta)를 빼놓을 수가 없다. 루이지애나주의 미시시피강 하구,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하는 이 델타는 농업의 풍요뿐 아니라 음악의 풍요로움으로도 유명하다. 주지하다시피 뉴올리언즈(Νew Orleans)는 재즈의 탄생지이다.
이 지역은 케이준(Cajun) 요리로도 유명한데, 이는 캐나다에서 이주해온 프랑스계 주민들의 요리법에 기초하여 이곳 델타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에 양념, 패각류 등을 더하면서 풍요로운 향과 풍미를 가지는 요리를 창출했다.
강 하구에 형성된 삼각주는 아니지만 델타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미시시피 델타’(Mississippi Delta)이다.(이름에 ‘강’이 없다) ‘미시시피 리버 델타’보다 북쪽 내륙에 있으며 미시시피강과 야주(Yazoo)강 사이에 있는 미시시시피주의 북서부 구역인 이 델타는 주기적인 홍수로 수천 년 동안 형성되었던 충적토 평야로서, 역시 농업 생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1928년 설립하여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미시시피주의 잭슨(Jackson)으로 가는 노선으로 출발한 델타항공(Delta Air Service)도 이 지역의 이름를 따서 명명했다고 한다. 더구나 델타는 풍요의 이미지가 있으니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과연 이름대로 지금은 세계 최상위권 항공사가 되었다.
미시시피 델타(Mississippi Delta)는 또한 미국의 현대 대중음악의 대표적 장르인 블루스가 탄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로부터 재즈, 로큰롤, 리듬앤블루스, 컨트리 음악 등 많은 장르들이 파생되었다. 블루스의 전설이라 불리는 비비 킹(BB King)과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Elis Presley)도 이 지역 출신이다.
이처럼 그리스 문자 ‘델타’는 농업, 인구, 문명적으로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풍요의 근원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이 같은 이미지는 군사 분야에까지 확장된다. 전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 중 하나라고 칭해지는 미국 육군의 티어1 대테러 부대 별명이 바로 ‘델타 포스’(Delta force)인데, 이 특수부대의 활약상은 너무도 유명하여 여러 편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부대의 이름을 많은 그리스 문자들 중 굳이 델타로 하였는지는 분명 델타가 가지는 풍요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과학 분야에서 차이와 변화를 나타낼 때 흔히 Δ(델타)를 쓰기 때문에 이는 항상 변화와 도전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강한 부대의 이름으로 손색이 없다.
이상과 같은 델타의 이미지는 현재 우세종으로 정착해 있는 델타 변이형의 이미지와도 너무나 일치한다.
‘미크론’의 힘 발휘하길...오메가는 안돼!
그런데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형이 새로운 우세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미크론은 15번째 글자인데, 사실 이 변이형은 13번째이라서 일치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본래는 13번째 글자인 ‘뉘’(Ν ν)로 하여야 하는데, 하필 이 글자가 영어에서는 ‘뉴’라고 발음되어서 ‘nu variant’라고 하면 ‘새로운 변이형’(new viariant)이라는 뜻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많았다. 그래서 이를 포기하고 다음 글자로 넘겼다.
그런데 또 다음 문자가 하필 ‘크시’(Ξ ξ, Xi)인데 이는 중국의 매우 흔한 성(姓)인 ‘시’(习, 習)와 표기가 같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지도자 시진핑(Xi Jinping, 习近平)의 Xi 때문은 아니라고 WHO의 대변인은 밝히기도 했다. WHO는 문화적, 사회적, 국가적, 지역적, 직업적, 민족적 집단에 대한 공격을 야기할 수 있는 작명은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이를 제외하기로 결정하였고 다시 다음 글자로 넘겼다.
15번째 문자인 ‘오미크론’(omicron)은 o와 micron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이다. 여기서 micron은 ‘작다’는 뜻인데, 현미경을 뜻하는 microscope나 미생물을 뜻하는 microbe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는 ‘100만분의 1’의 의미로도 쓰인다. 결국 ‘오미크론’은 ‘작은 o’, 즉 ‘단(短)모음 o’를 뜻한다.
이와 짝을 이루는 글자가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omega)인데, 이는 o와 mega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말로, 여기서 mega는 megaphone(확성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거대하다’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megabyte에서처럼 ‘100만의’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요컨대 ‘오메가’는 ‘큰 o’, 즉 ‘장(長) 모음 o’라는 뜻이다.
현재까지 자료에 의하면 오미크론 변이형은 전파력은 엄청나게 크지만 중증도나 치명률에 있어서는 매우 약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우연이지만 그 이름의 의미와도 일치한다. 즉 그 이름 속에 내포한 미크론(micron)이라는 어근의 의미처럼 중증도나 치명률은 매우 미약한 것이다. 다만 최근 드러나고 있는 자료들에 의하면 오미크론이 그 빠른 전파력으로 인해 새로운 우세종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러한 치명률의 미약성과 ‘미크론’의 의미 일치는 13번째 글자 ‘뉘’에서 15번째 ‘오미크론’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일어난 현상이니 우연에 우연이 겹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연의 중복을 우리는 필연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ㅎㅎ

어차피 이 글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비(非)의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 한 가지만 더 덧붙여 보자.
9번째 글자인 ‘이오타’(Ι ι, iota)는 그리스 문자 중 가장 작은 글자(작은 줄 하나만 그으면 되는 문자이므로)이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매우 작은 양’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게 되었다. 예컨대 “He doesn’t have an iota of common sense.”(그는 조금의 상식도 없는 사람이다)와 같이 쓰인다. 과연 이오타 변이형은 그 영향이 미미하여 거의 보도되지도 않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까지 간다면, 그 변이형은 과연 이름, ‘메가’처럼 강한 피해를 줄까? 단순한 상상에 불과한 생각이지만 제발 거기까지는 다다르지 말고 종말을 고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