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等)’의 올바른 해석은?...법무부가 틀린 이유

검찰청법 4조①항1호 ‘등’ 해석놓고 충돌 법무부 “예시적 표현일 뿐” 주장, 근거없어 ‘법조문은 어둠에서 탄생한 것 아냐”

올해 4월 2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국민의 힘 의원들이 반대한 사실 자체가 검찰청법 개정 취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4월 2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국민의 힘 의원들이 반대한 사실 자체가 검찰청법 개정 취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등’과 ‘중’의 논쟁 점화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대통령령 개정안으로 야당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부패범죄, 경제범죄의 두 부문으로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이를 다시 복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문제의 핵심은 이 시행령이 새 검찰청법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있다. 개정 검찰청법 제 4조 ①항 1호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은 여기서 ‘등’이라는 표현이 있으므로 부패와 경제 범죄 외의 다른 범죄들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요컨대 ‘등’은 어떤 것들을 예시적으로 열거할 때 사용하는 말이므로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범죄 사례로 부패와 경제를 예로 든 것일 뿐이지, 오직 그것만 수사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시행령이 법률의 위임을 넘어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당 의원들은 이 같은 해석에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도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박하는 대신에 법 개정의 취지를 무시한 채 시행령을 통해 입법부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원론적 비판만 하고 있다. 사실 야당 의원도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에 대해 애초부터 우려를 표명한 바가 있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할 당시의 법개정 원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中)’ 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본회의 처리전 여야의 타협 과정에서 ‘중’이 ‘등(等)’으로 수정되었다.

이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민주당의 이수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의 ‘중’ 이라고 하면 그것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하는 반면, 무엇 ‘등’이라고 하면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하면서 ‘등’의 해석에 대해 우려했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경제와 부패라는 부문을 법률에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수사 범위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등’으로의 수정에 동의해 주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등’을 ‘~중’으로 다시 개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주장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등’에 대한 올바른 문리적 해석은?

그러나 언어학자인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우려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국어에서 의존명사 ‘등’이 다른 것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뜻만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국어사전에 있다. 국립국어원이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의존명사 ‘등’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등4(等) 「의존 명사」
「1」 ((명사나 어미 ‘­-는’ 뒤에 쓰여))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 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
¶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 걸친 개혁.
¶ 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잘 나타난 대목.
¶ 강과 도로가 빠져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지도.
「비슷한 말」 들, 따위
「2」 ((명사 뒤에 쓰여)) 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한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
¶ 남부군 사령부의 주최로 거리가 가까운 전남, 전북, 경남 등 3도 유격대의 씨름 선수를 초빙하여 씨름대회를 열었다. ≪이병주 지리산≫

뜻풀이에서 보듯이, ‘등’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주장하듯이 「1」의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의미만을 갖고 있는 단의어(單義語)가 아니라, 「2』의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는 다의어(多義語)이다. 요컨대 해당 법 조항은 「1」(예시적 용법)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부패범죄, 경제범죄’외에 다른 범죄들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2』(한정적 용법)에 따라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한정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법 조항에서 예시적 용법으로의 해석이 타당함을 보이기 위해 형사소송 법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 12조 제 5항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사람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 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 87조에 이를 반영할 때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의 범위에 변호인을 포함시킴으로써, ‘가족 등’에서 가족은 예시적으로 열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처럼 ‘가족’ 이외에도 이에 준하는 사람들 즉, 피의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 친족, 형제자매와 호주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울 때에는 가족 ‘등’과 같이 표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므로 이처럼 예시적 용법으로 쓰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겠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민법 제 10조 4항(‘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 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 형법 제 4조(‘국외에 있는 내국선박 등’에서 외국인이 범한 죄), 형법 제48조 3항(‘문서, 도화 전자기록(圖畵 電磁記錄) 등’ 특수매체기록)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당시의 상황에서 해당하는 대상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법조문이 항상 예시적 해석의 가능성에 노출되게 되며, 이로 인해 자칫 법조문의 기술이 무력화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입법 취지를 고려한 법 해석은 이용하려 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용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중의적이라면 법조문 취지를 살펴야

아무튼 만일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하여 해석하는 문리해석의 차원에서 이 조항이 중의적(重義的)이고 그 자체로는 어느 해석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면, 당연히 체계적 해석, 즉 법조문 전체의 취지를 살펴서 그 해석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개정의 취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개정 이전의 텍스트와 이 텍스트를 비교하면 될 것이다.

제 4조 (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

[개정 전] 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개정 후] 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

개정 전후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는 명백한 차이다. 그러므로 법 개정의 취지를 이같은 네 가지 범죄를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개정한 내용의 변화가 너무나 뚜렷하므로 이 경우 ‘등’은 한정적인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개정의 범위를 명백하게 제시하는 것은 그 적용 대상을 모두 한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상들의 일부를 예시하는 데 그치는 것과는 논리적으로 양립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논거는 사회· 맥락적 해석이다. 이는 법령 해석 방법론 가운데 역사적 해석에 해당한다.

2019년 가을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연일 개최됐던 '검찰 개혁' 촛불시위는 개정 검찰청법 조항을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사진= 연합뉴스
2019년 가을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연일 개최됐던 ‘검찰 개혁’ 촛불시위는 개정 검찰청법 조항을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사진= 연합뉴스

사회맥락적 해석 통해서도 법조문 읽으라

주지하다시피 이 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과 갈등의 국면을 보였다. 당시 여당과 야당은 이 법안에 대해 각각 통과와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고, 이러한 상황이 당시의 모든 언론에 생생하게 보도되었다. 특히 개정안의 입법 취지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를 두 개로 한정하는 것이었음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바였다. 바로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 같은 법안의 취지를 근거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특히 검사 출신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령으로 확대하려 하더라도, 경제· 부패 범죄가 아닌 경우엔 법원이 위법임을 명백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검사들 자신들도 이 검찰청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했던 것이다.

법조문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특정한 공동체 내에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주체들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 맥락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등’이라는 단어 하나의 의미에 대해서만 기술적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그것마저도 이미 서로 다른 두 가지 의미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상의 논거를 감안하면 ‘등’이 가지는 중의적 해석 가운데 「1」의 예시적 해석보다 「2」의 한정적 해석을 선택하는 것이 더 논리적인 태도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글쓴이

박만규 아주대 교수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는 언어에 관한 다양한 주제, 특히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언어, 어원과 인간의 사유, 한국어와 영어/프랑스에 나타난 세계관의 차이, 현대 프랑스 문화의 기원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사전학회와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프랑스정부 학술공로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설득언어’와 ‘빛나는 당신이 있다면 촛불을 켤 필요가 없다’등이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