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팁(tip)은 잘 주세요?
[박만규의 에티모버스(Etymoverse)] 팁(tip)의 기원, 그 야사와 정사에 대해 1700년대에 처음 명사 ‘급행료’였는데 ‘소액의 돈을 주다’, ‘정보를 주다’는 동사로 이젠 종업원 인건비 일부? 교묘한 자본주의
- ‘에티모버스’(Etymoverse)’는 어원을 뜻하는 Etymology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를 필자가 합성한 말이다. 어원에는 옛사람들의 사고가 비유 속에 담겨 있어 세계에 대한 인류의 다양하고 심오한 사유를 알게 해준다. 이는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기계가 서비스하는데 왜 팁을 줘야 해?
요즘 많은 식당에서 손님이 자신의 자리에서 직접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로 주문과 계산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키오스크의 결제 마지막 단계에서 팁을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이다.
‘주문을 기계가 받고 서빙도 기계가 하는데 왜 종업원에게 팁을 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팁을 안 줄 경우 이것이 이후 서비스에 영향을 줄지 몰라 고민하게 된다. 또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 경우라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팁을 받고 싶어하는 종업원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팁은 줄지 않고 있고, 통계를 보면 경우에 따라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고용주가 종업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팁을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동양에서는 팁 문화가 없거나 별로 활성화되지 않아서 아직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팁 문화가 발달한 서양 사회에서는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여전히 팁을 주는 문화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이를 청구서에 포함하는 쪽으로 정리를 했기 때문에 별도의 팁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는 잔돈을 거를러 받지 않는 정도의 액수로 주면 되고, 안 주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팁을 주는 것이 관행화 되어 있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캐나다에서도 과거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물론 미국에서도 의무사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 산업에서 종업원들은 팁을 기대한다. 식당에서는 종업원에게 총 결제 금액의 15~20%를 팁으로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서비스가 마음에 들 경우 더 많은 팁을 주는 경우도 있다. 호텔, 택시, 미용실, 배달 서비스 등 다른 서비스 업종에서도 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팁에 의존하는 서비스 직원이 이를 자신의 수입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골치아픈 팁은 도대체 어쩌다가 생겨났을까?
팁은 어쩌다 생겼을까
해크우드(Frederick W. Hackwood)가 1909에 쓴 책 『올드 잉글랜드의 여관, 에일, 음주 관습』(Inns, Ales and Drinking Customs of Old England)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18세기 중반 영국의 선술집(tavern)에서 손님들이 술을 서로 먼저 달라고 하자 그릇을 매달아 놓고 거기에 돈을 넣는 사람에게 먼저 주겠다고 했는데, 그 용기에 ‘To insure promptitude’, 즉 ‘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하여’라고 썼다는 것이다. 그 머릿글자를 따서 TIP라고 부른 것이 오늘날 ‘팁’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내가 평소에 이 이야기를 하면 듣고 있던 사람 중에 어떤 이는 이야기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며 그 근거로 왜 ‘보장하다’가 ensure가 아니고 insure인가 하며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잠시 영어 공부를 해보자. 사실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상당한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15세기 중엽에 ‘보장하다, 확신을 갖게 하다’라는 뜻의 동사는 ensuren이었는데(고대 프랑스어 assuer에서 도입) 이의 변이형으로 insuren도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ensure뿐 아니라 insure도 쓰이게 되었는데, 그러다 18세기에 위험으로부터 보장을 해주는 보험업이 시작되면서 보험 관련 용어로는 insure(보장하다), insurance(보험) 쪽으로 기울었다(물론 나중에 영국에서는 이 외에도 프랑스어에서 온 assurance를 더 많이 쓰기 시작했지만).
아무튼 TIP은 일종의 급행료 개념으로 시작한 약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대해 많은 평론가들이 이를 근거없는 ‘민간어원설’이라고 비판하였다. 우선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제시한 시기인 18세기 중반은 실제 tip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시기보다 훨씬 더 늦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과 여러 어원사전에 따르면 ‘적은 돈을 주다’라는 의미는 1600년경에 시작되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팁을 주다’라는 의미는 1707년에 처음 나타났다. 이러한 의미의 명사는 1755년에 최초로 사용되었다.
시기가 안 맞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버전이 등장했다. 이 버전은 앞의 것보다 스케일이 크다. 나중에 보험업의 창시자로 일컬어지게 된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가 1688년 런던의 타워가(Tower Street)에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이곳에는 선장들이 단골로 드나들었는데, 한쪽 구석에는 아예 이들을 위한 자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대항해시대였던 당시 이들은 선박을 이용한 무역으로 큰 돈을 벌고 있었는데, 풍랑을 만나거나 해적을 만나면 빈털털이가 되어 손해를 배상해야 했기 때문에 그 위험을 해결하는 문제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때 역시 이 집을 단골로 드나들던 부유한 사람들이 계약을 체결하여 선박과 화물이 사고를 당했을 때 지불을 보장해 주는 일을 해 주고는 했는데 이런 일들로부터 보험업이 탄생했다. 이 커피숍에 웨이터에게 줄 동전을 넣을 수 있는 놋쇠 그릇을 설치해 놓았는데 여기에 ‘To Insure Promptness’라고 써놓았다는 것이다.
이 설은 시기가 많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까 선술집 이야기보다는 신빙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선술집이건 커피하우스건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두문자어(acronym)설이 신뢰를 얻으려면 관련한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뒷받침해 주는 기록이 사실 전혀 없다. 결국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겠다. 재미는 있지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믿어서는 안된다.

간단한 정보를 하나 드릴까요?
그렇다면 학술적 근거가 있는 설은 없는가?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오늘날과 같은 소액의 돈을 준다는 의미로 처음 문헌에 나타난 것은 1707년이고 명사로서 처음 사용된 예는 1755년이다. 이는 당시 ‘주다’, ‘건네다’라는 뜻을 가진 도둑들의 은어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다, 건네다’라는 뜻으로부터 ‘(공짜로) 주거나 건네는 돈’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또 우리가 오늘날 흔히 쓰는 ‘(개인적으로 주는) 유용한 정보’라는 뜻, 그러니까 “제가 오늘 특별히 팁을 하나 드리겠습니다.”라고 할 때의 tip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 용법은 1845년부터 기록에 나오고, 동사로는 1883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요컨대 ‘주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공짜로 주는 돈’을 뜻하는 명사와 ‘개인적으로 주는 정보’라는 명사가 파생된 것이다. 그렇다면 ‘주다, 건네다’라는 뜻의 은어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것에 관해서는 확립되어 있는 이론이 없으나 대체로 tip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인 ‘치다, 건드리다’에서 전이된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손가락으로) 콕 찌르다, 혹은 (손으로) 가볍게 툭 치다’라는 뜻의 저지 독일어(Low German) 단어 tippen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tippen은 다시 ‘끝’이라는 뜻의 중기 저지 독일어(Middle Low German) 단어인 tip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단어는 영어에 들어와서 역시 ‘끝, 가장자리’의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현재도 쓰이고 있다. 아무래도 어떤 대상의 ‘끝’은 우리가 건드리기 쉽고, 또는 (팔꿈치나 손, 혹은 손가락 등의) ‘끝’으로 치거나 찌르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의미가 쉽게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건드리다’라는 뜻 역시도 영어 단어 tip에도 여전히 살아남아서 쓰이고 있는 점을 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인데, 종합하면 이렇게 된다. ‘끝’이라는 명사에서 동사 ‘건드리다, 가볍게 치다, 콕 찌르다’라는 동사가 파생되었고, 여기에서 (가볍게 툭 치면서 물건을 건네니까) ‘건네다, 주다’라는 뜻의 은어가 생겨났는데, 이로부터 ‘(공짜로) 주는 돈’과 ‘(개인적으로) 주는 정보’라는 명사가 파생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이 둘의 동사형(‘팁을 주다’)도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종업원의 인건비를 보충하려는 자본주의
팁은 처음에는 귀족들이 하인에게 일을 잘 것에 대한 격려금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산업혁명 이후 술집이나 커피하우스에서는 급행료로 이용되었다. 이후 자본주의가 정착한 현대사회에 와서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은 좀 씁쓸하다. 글 앞머리에서 이야기했지만, 응당 지급해야 할 종업원의 인건비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형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인센티브이다. 만족도가 높으면 더 내고 만족도가 낮으면 덜 내거나 안 내도 종업원이 항의할 수 없는 구조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아쉽다. 급행료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인건비라면 반드시 내야 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팁은 사실상 인건비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유럽에서는 대체로 식대에 미리 포함시켜서 해결하는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당 같은 곳에서 종업원들이 팁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는 종업원에게 팁을 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보거나 오히려 모욕을 받은 얼굴을 하는 종업원들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주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가 그만큼 서구화된 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화된 것일까?
그것은 잘 모르겠는데, 분명한 것은, 한국이 유럽보다 더 자본주의화된 것 같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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