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금리 수수께끼’,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 높다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2000년대중반 그린스펀 의장 시절과 유사성 “정책금리 올렸는데, 왜 시장금리는 그대로지?”
미국 연준(Fed)이 테이퍼링(tapering) 속도를 기존의 2배로 가속화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내년도 기준금리 인상의 개시 시점은 앞당겨지고 인상 횟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높은 물가 상황에 기인한다. 연준은 그간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통해 지금의 고(高) 물가는 코로나19와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연말까지도 계속된 높은 물가를 더 이상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파월의 피벗(pivot)으로 불리는 이번 통화정책 가속화는 외견 상으로는 당연히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양적완화(QE)를 통해 연준이 자처했던 채권 매수자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기준금리 인상 역시 종전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과 동시에 인상 횟수 역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인상 예고에 시장금리 변화없는 이유는?
그러나 문제는 시장금리가 상승보다는 횡보 또는 하락에 가까운 동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2월 FOMC 이후에도 미국 시장금리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안정적인 동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일제히 지난 2000년대 중반 그린스펀 의장 재임 당시의 ‘금리 수수께끼(conundrum)’를 소환하고 있다.
금리 수수께끼는 전임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이 2000년대 중반 재임 당시 정책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는 제한적인 상승에 그치거나 하락했던 상황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곤혹스럽다는 견해를 밝혔던 상황을 일컫는다.
당시 수수께끼의 원인에 대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축적된 경상수지 흑자를 외환보유액의 형태로 운용하면서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한 것이 정설로 인식되고 있다. 아울러 그린스펀 의장은 ‘수수께끼’라는 표현을 통해 통화정책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면서도, 달라진 수급 여건으로 인해 금리 상승이 제한됐던 상황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수수께끼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결론부터 밝힌다면 필자는 그린스펀 재임 당시와 유사한 채권시장의 수급 여건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 상승이 제한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견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미국 경제는 상품 위주의 소비 확대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 과정에서 수지 불균형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채권시장의 수급 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반면 최근 데이터를 통해서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 매입은 아직 뚜렷하게 수치 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필자는 QE를 통해 연준이 적극적으로 미국 국채시장에 큰 매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 온 만큼 테이퍼링이 종료된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 여부를 추후에 점검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주목할 지역은 바로 유로존이다. 유로존은 지난 수년 간에 걸쳐 꾸준하게 미국 국채 매수를 확대한 지역으로 종전까지 중국과 일본으로 양분됐던 미국 국채 매수 국가들의 판도에 적잖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던 미국 국채 매수를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재개하고 있다.
유로존 지역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보유를 꾸준히 늘린 것은 역시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미국 금리가 높았다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 2015년 이후 독일 금리는 0%대에서 마이너스(-)로 낮아진 반면 미국 금리는 상당한 격차를 두고 독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유럽에 있는 영국 역시 미국 국채를 꾸준히 매수한 국가다. 일본,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가장 컸던 대만과 비교할 때 2015년 이후 영국은 대만을 압도했고, 코로나 19 이후 격차를 벌렸다.
필자는 현재 미국 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 변화가 본격화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시장금리 동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처럼 채권시장의 수급 측면에서 수수께끼와 같은 경로가 작동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연준이 테이퍼링 개시 선언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테이퍼링 가속화를 매우 빠르게 선언한 배경 역시 해외 부문의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 확대와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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