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죽음...크리스마스, 그 어원의 역설

[박만규의 ‘에티모버스’(Etymoverse)] X-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단어들의 어원 미사, 예수 탄생 어원의 역설 되새길만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연합뉴스
  • ‘에티모버스’는 어원을 뜻하는 étymology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를 저자가 합성한 말이다. 역사를 모르면 현재의 올바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말은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적용된다. 오늘날 무심코 쓰는 어휘들의 어원에는 개념이 처음 형성될 당시 사람들의 사유가 비유와 함께 담겨 있어 인류의 사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심오한 세계관을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는 이후 변화의 궤적 탐색을 통해 지금 우리 생각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해 주고, 이로써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알고 축복나누면 더 기쁜 성탄절

‘성탄절’(聖誕節)로 번역되는 ‘크리스마스’는 무슨 뜻일까? 영어의 christmas는 고대영어crīstes mæsse에서 온 말인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는 cristes에 미사를 뜻하는 mæsse가 합성하여 이루어진 어휘이다.

흔히 X-mas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X는 Christ의 그리스어 Christós, 즉 Χριστός의 머리글자이다. 이는 라틴어에서 Christus(크리스투스)로 표기되었고, 포르투갈어에서는 Christo(크리스토)로 표기되었는데 이것이 한국어 표기 ‘그리스도’의 기원이 되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민간에서 ‘성탄절’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정부의 공식 문서에서는 ‘기독탄신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독’은 무엇을 말하는가? 당연히 ‘그리스도’를 일컫는 것인데, 이는 ‘그리스도’의 중국어식 음역어인 ‘기리사독(基利斯督)’의 첫 글자와 끝 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17세기 카톨릭의 ‘파리외방전교회’(Mission Etrangère de Paris) 소속의 선교사 바세(J. Basset)가 작성한 문서에 처음으로 ‘기리사독’이 사용되었으며, 이후 중국어 성서에서 약칭인 ‘기독’을 사용하는데, 이를 차용하여 한국교회에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는 사실 나중에 붙여진 이름이고, 처음에는 ‘요셉의 아들 예수(Jesus son of Joseph)’ 혹은 ‘나사렛의 예수(Jesus of Nazareth)’라고 불렸다. 지금처럼 성(姓)이 없던 시대에 인류는 이름만으로는 동명이인을 구분하기 어려워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이름 뒤에 ‘누구의 아들’이라는 부칭(父稱, patronym)을 붙이거나, 출신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당시 유대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렇게 불렀던 것이다. 나사렛은 이스라엘 북부에 위치한 큰 도시로서 예수의 고향이다.

한편 부칭과 출신지명 외에 흔히 동원하던 방법이 있었는데, 이는 그 사람의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특징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예수 크리스트(Jesus the Christ)’이다. 앞서 Christ는 그리스어 Christós에서 온 말이라고 했는데, 이는 사실 히브리어 mashiah(마시아흐)에서 기원한 말로서, 후에 라틴어에서 messiah(메시아)가 되었다. 그러니까 Christós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Jesus the Anointed)’라는 뜻의 히브리어 mashiah(메시아)를 번역한 그리스어로서, ‘기름을 붓다’는 뜻의 그리스어 khriein의 과거분사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당시 유대인들은 속박받고 있는 자기 민족을 구원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 즉 구세주를 가리키는 칭호로 이 말을 썼다.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히 매우 값비싼 향유를 몸에 부어줄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승자에게 월계관을 씌워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Jesus Christ(예수 그리스도)는 구세주 예수(Jesus the Messiah)라는 뜻의 이름이 된다.

‘예수’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그렇다면 ‘예수’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이는 히브리어 Yeshua에서 기원하는데, ‘여호와’를 뜻하는 Yah와 ‘돕다’라는 뜻의 Iashia가 결합한 말로 분석된다. 곧 ‘신이 돕는다,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라는 뜻이다. 이것이 그리스어에서 Ἰησοῦς(예수스)가 된 후 라틴어 Jesus(예수스)에 이르렀다.

주지하다시피 서양인의 이름은 대개 기독교의 성인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예컨대 영어권의 John(존)과 프랑스어권 Jean(쟝)은 Johan(요한)에서 온 것이고, Paul(폴)은 ‘바울’에서, Matthew(매튜)는 ‘마태’에서, 영어권의 Mary(메리), 프랑스어권의 Marie(마리), 스페인어권의 María(마리아) 등은 성모 마리아에서 온 것이다. 그런데 Jesus(지서스)만큼은 영어권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다만 스페인어권에서는 Jesús(헤수스)가 흔한 남자의 이름으로 쓰인다.

로망스어권에서 확 바뀌는 크리스마스

한편 ‘크리스마스’는 영어권을 벗어나 로망스어권으로 가면 전혀 다른 단어가 된다. 이탈리아어에서는 Natale(나탈레), 포르투갈어에서는 Natal(나탈), 카탈로니아어에서는 Nadal(나달), 스페인어에서는 navidad(나비닷), 프랑스어에서는 Noël(노엘)이다. ‘즐거운 성탄’도 프랑스어 ‘Joyeux Noël’(주아외 노엘), 이탈리아어 ‘Buon Natale’(부온 나탈레), 스페인어 ‘Feliz Navidad’(펠리츠 나비닷)이다.

이들 언어의 크리스마스는 모두 ‘탄생’을 뜻하는 라틴어 형용사 natalis(나탈리스)로부터 파생된 어휘들이다. 여기서 ‘탄생’이란 다름아닌 ‘예수의 탄생’을 의미한다. 프랑스어로 ‘탄생’은 naissance(네상스)인데, ‘재탄생’은 여기에 ‘re-’를 붙여 renaissance (르네상스)가 된다. ‘순진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naive(나이브)도 라틴어 natalis에서 기원한 프랑스어 naïf(나이프)의 여성형에서 왔는데, 이는 갓 태어났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몰라서 순진하다는 뜻을 의미한다.

흔한 여자 이름 Natalia(나탈리아), Natalie(나탈리), Noelle(노엘) 등은 모두 예수의 탄생을 뜻한다.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은 스페인 마요르카(Mallorca) 섬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이 카탈로니아어를 쓰는 지역이라 예수의 탄생을 뜻하는 Nadal을 성(姓)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Lionel Messi)의 성 Messi도 구세주 Mesías(메시아스)에서 온 말이다. 메시나 나달이나 성이 모두 구세주 예수라는 뜻이다. 맞다. 스포츠 분야에서 그들이 그 국민들의 구세주이니까.

여기서 잠시 독일어를 살펴보면, 독일어의 ‘성탄절’도 예수의 탄생 개념에서 나왔다. 독일어 Weihnachten (바이나흐텐)은 ‘ze wîhen nachten’에서 온 말로 영어로 하면 ‘in the holy nights’, 즉 ‘거룩한 밤’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wîhennachten을 거쳐 Weihnachten이 된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앞에 놓인 성탄 구유. 사진=연합뉴스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 앞에 놓인 성탄 구유. 사진=연합뉴스

‘미사’가 예배가 되기까지 재밌는 역설

지금까지 그리스도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Christmas의 뒷 부분인 mas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앞에서 이 말은 ‘미사’를 뜻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사’는 결코 처음부터 ‘예배’를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missa는 본래 ‘(사람을) 보내다, (모임을) 해산시키다’를 뜻하는 동사 mittere의 여성형 과거분사이다. 그런데 예배를 위한 모임이 끝날 때마다 신부님이 라틴어로 ‘ite, missa est’(이테 미사 에스트, ‘가세요, 해산되었어요’라는 뜻)라고 했기 때문에, 모임의 끝 단계인 ‘해산’을 뜻하는 missa(미사)를 모임 자체, 즉 ‘예배’를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된 것이다.

이처럼 끝 단계의 행위를 전체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는 예가 종종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화장실’(toilet)이다. 용변을 보는 행위를 마치면 손을 씻고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화장을 고치는데, 이처럼 용변을 보는 장소를 마지막 단계의 행위(화장)를 하는 장소로 명명한 것이다.

한편 ‘mittere(보내다)’로부터 명사형 missionem(보냄, 파견)이 파생되었는데, 이로부터 프랑스어와 영어의 mission이 생겨났다. mission은 처음에는 파견 가운데 특히 외국으로 가서 하는 ‘전도’나 ‘포교 활동’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뜻하는 말로 주로 쓰였다. 이는 곧 외국으로 파견된 포교단이나 (외교적 목적의) 사절단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외국으로 파견되는 사람에게 맡겨지는 것’, 즉 ‘임무’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보면 mittere는 과거분사인 missa(미사)를 통해 행위의 끝인 ‘해산’으로 행위 전체인 ‘예배’를 가리키게 되었지만, 명사형 mission(미션)은 행위의 시작인 ‘파견’으로 행위 전체인 ‘임무’를 가리키게 된 역설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면 우선 ‘보내다’를 뜻하는 동사의 과거분사 ‘미사’가 예배가 끝난 뒤 사람들을 보내야 하다 보니 해산을 뜻하는 말로 쓰였는데, 이로부터 모임 자체, 즉 ‘예배’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한편 ‘보내다’의 명사형 ‘파견’은 외국에서의 ‘포교’를 거쳐 선교단과 외교 분야의 사절단을 가리키게 되었고 결국 종교적, 외교적 영역에서 벗어나 단지 ‘맡겨진 임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죽음으로 구원한 구세주, 우리는 그 탄생을 축하

앞에서 우리는, 성탄절을 영어에서는 죽음을 통해 세상을 구원한 ‘구세주’(그리스도)의 의미로 표현하지만,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의 로망스어에서는 예수의 ‘탄생’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 또한 한쪽에서는 죽음으로, 한쪽에서는 탄생으로 의미를 서로 다르게 구현한다는 점에서 역설이다. 마치 ‘미사’와 ‘미션’에서의 역설처럼.

그리고 이렇게 해서 크리스마스의 어원을 설명하는 나의 ‘미션’은 끝났다. 이제 ‘미사’(해산)이다!

글쓴이

박만규 아주대 교수

박만규 아주대 불문과 교수는 언어에 관한 다양한 주제, 특히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언어, 어원과 인간의 사유, 한국어와 영어/프랑스에 나타난 세계관의 차이, 현대 프랑스 문화의 기원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사전학회와 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프랑스정부 학술공로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설득언어’(베가북스)와 ‘빛나는 당신이 있다면 촛불을 켤 필요가 없다’(씨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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