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러시아를 대항할 수 있을까

[최수정의 유럽외교전] NATO에 안보 맡기려던 우크라이나 러시아, 에너지와 무력으로 숨통죄기 나서 주변국 중국化 꾀하는 중국에 우리의 자세는?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출처= www.globalriskinsights.com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출처= www.globalriskinsights.com

심각한 우크라이나 국경상황

유럽 안보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가 쓸데없는 기우가 아닌, 충분히 가능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접수한 이후, 그때부터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의 대척 상황에 ‘대리적 전쟁’ 성격의 내전을 겪고 있다. 올해 12월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에 집결한 러시아군의 수가 1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크림반도 점령 당시 서방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유가도 바닥을 쳤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세계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자리했을 정도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던 셈이다.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 전개

그러나 기후변화와 함께 유럽에 불어닥친 화석연료 사용제한 정책으로, 러시아가 유럽의 목줄을 쥘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얻었다. 유럽은 여러 갈래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가 보내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밸브를 잠그거나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린다 해도 대응할 만한 뾰족한 수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2월 21일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야말가스관이 잠겼다. 결국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유럽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 경기회복의 기대감으로 에너지소비가 늘어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5배까지 뛴 상태다. 러시아는 독일과 합작 투자한 노르트스트림2의 조속한 인허가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 유럽으로선 러시아의 ‘독 안에 든 쥐’가 따로 없는 형국이다. 석유와 가스를 유럽이 사주지 않으면 러시아도 경제적인 손해를 보겠지만, 유럽-러시아의 에너지 전쟁의 키는 전적으로 공급자인 러시아가 쥐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취했을 때도 유럽은 UN을 통한 제재 외 러시아에 제대로 된 매운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러시아는 1954년에 줬던 크림반도를 강제로 뺏을 때에 큰 피를 흘리지 않았기에 큰 고민없이 우크라이나의 동부전선에 다시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분할하겠다고 나서면 과연 누가 러시아를 막아세울 수 있을까?

‘NATO의 동진’이 유럽-러시아 갈등 자초

과거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벨라루스 등 동유럽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안보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NATO에 가입했다. 러시아는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주변국 동의사항에서 NATO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었다. 지금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벌어지는 긴장상황의 책임이 NATO군의 동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러시아 세력을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방어(self-defense) 차원에서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당연히 인정된다. 따라서 NATO의 동진 자제 약속은 본질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들의 NATO 가입을 이유로 동유럽 국가들에게 개입한다면 그것이 바로 전형적인 ‘내정간섭’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NATO가입이 현실화되면 서방전선이 러시아 바로 코 앞에까지 확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국토규모(60만3600km²)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나라가 NATO 회원국이 되면 더 이상 서유럽과 완충지대(Buffer Zone)가 없어지는 상황에 노출된다. 이미 확보한 크림반도를 통한 흑해 함대의 유지와 안전을 고려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중립지대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 입장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동부국경에 집결한 12만 러시아군. 사진= www.dw.de
우크라이나 동부국경에 집결한 12만 러시아군. 사진= www.dw.de

문제는 이미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NATO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약속해주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NATO에 가입하는 것이 유일한 안전보장 장치라고 봤다. 이 역시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로써 관계국 모두 진퇴양난이 따로없는 형국이 되어버린 셈이다.

러시아, 여러차례 실력행사 보였다

NATO의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이미 전례가 있다. 1999년 체코, 헝가리, 폴란드의 NATO 가입 이후, 2004년 발트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NATO에 가입했을 때 러시아가 강력 반발한 바 있다. 그 때도 전운이 감돌았다. 그리고 2008년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대한 NATO 가입 약속이 발표되자 러시아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그 해 8월 러시아는 남(南)오세티야를 넘어 조지아 영토 절반을 점령한 바 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조지아를 방어해주지 않았고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그 때도 경제 제재는 있었지만 누구도 군사를 투입해 우크라이나를 대신 방어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방어를 천명한 NATO군. 사진= www.dw.de
우크라이나 방어를 천명한 NATO군. 사진= www.dw.de

지금 이 시국에 서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가 그 책임을 다할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NATO가 실질적인 ‘안보우산’을 주변국들에게 제공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은 지난 12월 8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군을 파병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상태다. 파병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가지고올 혼란은 비군사적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를 남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 앞에 촛불인 동유럽국가들이 느낄 불안감은, 결국 스스로 자국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답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럽의 안일한 에너지안보정책

아무리 NATO군이 이번에야말로 러시아의 횡포에 실력 대응할 것이라고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생각한다면 계산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혼란한 유럽상황을 한 발 떨어져 보면 유럽은 러시아에게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41%, 석유 38%를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노르트스트림 2가 개통되면 그 의존도는 더욱 심된다. 러시아가 바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노르트스트림2를 아예 포기해버리겠다고 한다면 그건 독일에게 치명적인 정치경제적 치명타가 된다. 반면 러시아는 다른 곳에 천연가스를 팔면 그만이다.

유럽이 집단안보체제를 동유럽 국가들에게도 제공하고자 했다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었어야 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인 NATO 가입을 남발하지 말았어야 했다. 무엇보다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의 안보를 외부세력에 의존하고자 하는 계획 대신에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각성했어야 했다.

과거 동유럽땅은 러시아 영토였고, 지금도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치주를 형성하며 살고 있는 지역중에는 차라리 독립해 다시 러시아로 복귀하고 싶어하는 지역까지 있다. 러시아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명분이 충분한가!

한국도 자주국방 잊지 말아야

동유럽에서 러시아 영향력 행사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횡포와 다를 바 없다. 러시아와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은 주변 지역을 중국화하고 있다. 거기다 대한민국은 중국만 맞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분단국가의 한계 속에 북핵까지 직면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체제가 지역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안보는 가장 먼저 자주국방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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