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은 왜 인기가 없어졌을까

[최수정의 유럽 외교전] 23% 오르던 녹색당 지지율 올들어 급감 ‘신호등연정’ 약화...독일내 보수화 강해져 경제침체+전쟁, “녹색성장은 환상” 실망감

독일 녹색당의 선거운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독일 녹색당의 선거운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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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에서 자국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녹색당”에게 실망감을 표시한다. 이것이 마치 유행가처럼 돼 ‘다음에는 절대로 녹색당을 찍지 않을거야’하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이다. 2021년이나 2022년까지만 해도 독일 녹색당이 그렇게 ‘밥맛’이라거나 ‘동네북’이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올해부터 독일 녹색당의 지지율 하락

2021년 11월 24일 독일 총선 이후 사민당(SPD, 사회민주당)이 최고 득표를 받았으나 다수표를 획득하지 못한 결과, 새로운 연정인 ‘신호등연정’(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꾸려졌다. 그 때만 해도 녹색당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로 높아 2022년 8월에는 23% 정도의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었다.

2015년 창당 이래로 2021년까지 녹색당의 당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그 정점이 2022년이었다. 그러나 2023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지속적으로 녹색당의 지지율은 떨어졌고 당을 지지하는 당원수조차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심지어 한달 전인 10월 11일 헤센주(주도는 비스바덴) 지방선거 결과, 기민당(CDU, 기독민주당)과의 연정에서도 외면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것은 유사한 연정을 취하고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주도는 뒤셀도르프)와 연방정부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11월 14일자 여론조사 자료에 의하면 녹색당은 14%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은 CDU(기민당) 30%, AfD(독일대안당) 21%, SPD(사민당) 14%를 각각 보이고 있다. 그 외에 FDP(자유민주당)가 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신호등연정’의 연합체의 지지율은 고작 33%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4월 30일 열렸던 반자본주의 시위에 참석했던 참여자가 반녹색당 풍선을 들고 있다. 출처= www.zeit.de
올해 4월 30일 열렸던 반자본주의 시위에 참석했던 참여자가 반녹색당 풍선을 들고 있다. 출처= www.zeit.de

녹색당 이미지는 ‘엘리트주의적 코스모폴리탄’

독일에서 녹색당에 대한 이미지를 살펴보자. 영국 언론인인 데이비드 굿하트(David Goodhart)는 “녹색당의 지지자들은 다문화 사회를 지지하고, 어디에서나 어울릴 수 있는, 고등교육을 받은 코스모폴리탄”이라고 했다. 이렇듯 이주정책, 코로나, 인권, 기후위기 정책에 있어서 그들은 ‘도덕적 우월성’으로 무장한 엘리트주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치를 휩쓸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주의)’과 일맥상통하는 정치적 태도다. 미국의 PC주의는 기본적인 가치 및 의도와는 달리 진보-보수진영간 진영공격 논리로 확장되면서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맞물려 사회적 갈등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PC주의와 많이 닮은 독일 녹색당을 보는 시선이 최근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종식과 함께 찾아온 인플레와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과 난민 폭증,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세계 정세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면서 녹색당의 지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을 파산 상태로 몰아넣는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더딘 경기회복, 난민에 대한 지속적인 경제부담 등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 시민들은 뉴스를 켤 때마다 나오는 부정적인 사회이슈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기후변화대응과 경제성장은 동반할 수 있다?

녹색당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정책실현이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시종일관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 동조적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녹색성장은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지겐(Siegen)대학의 경제학자인 니코 페히(Niko Paech) 교수는 “성장 우선주의에서 벗어난 경제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독일 연방의회를 통과한 건물에너지법에 따라 2024년부터 신규건물에 적용되는 열펌프 설치의 장밋빛 미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열펌프설치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활성화시키고, 동시에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열펌프가 자원, 제조, 운송, 생산에 따른 토지 이용 등 모든 면에도 새로운 환경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인 재화의 사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친환경은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내에서 소비를 지속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녹색정책이 가능할까 하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출처= www.taz.de
독일 내에서 소비를 지속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녹색정책이 가능할까 하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출처= www.taz.de

야심찬 기후대응 정책 먹히지 않는 시국

무엇보다 녹색당의 주장이 지금의 독일 정치경제 상황에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당장 기후대응 정책은 국가안보 강화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경제적 효율성과 가격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독일의 제조산업에도 단기적 혜택을 가져오지 못한다. 비싼 재생에너지 사용과 친환경 난방시설로의 강제는 어느 때보다 힘들어진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런 까닭에 구동독지역에서의 녹색당 인기는 어느 때보다 저조하다. 심지어 이 지역 사람들 중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푸념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독일이나 유럽이 발빠르게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해도 이미 정해진 ‘기후 격변의 시간’을 변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은 몇 년 전부터 유럽 정치권을 떠도는 평가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이면서 친환경정책에 있어 더디게 움직이는 나라들이 있는 한, 유럽의 노력은 성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녹색당의 위축, 독일 정치의 위기가 될 수도

현재 독일 정치 구도에서 녹색당의 위축은 독일의 앞날을 더욱 미궁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녹색당의 미래를 위한 지치지 않는 전진은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다음 선거에서 ‘신호등연정’의 파탄을 예견하게 하는 것이다. 사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 등 누구도 과거와 같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 반사이익은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기존 정치세력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독일의 우경화를 또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녹색당의 인기하락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독일은 기후위기대응 정책을 지금의 속도로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 전쟁이 옆의 나라에서 몇 년 째 벌어지고 있고, 난민과 뒤섞인 불법이민이 끊임없이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물밀듯 들어와 독일 복지기금을 고갈시키고 있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세계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그들의 최대고객이었던 중국은 독일 기술을 모방해 빠르게 자국 자동차 시장을 자국산 전기차시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무역으로 살던 독일의 전성시대도 저물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독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라, 친환경경제정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문제는 분명 다른 나라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계속 쏟아내는 것은 “생일날 잘 먹자고 이레 굶으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독일 녹색당의 위기는 모든 산업국가들의 고민을 웅변하는 듯하다.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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