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부채’ 유럽, 이스라엘 등 돌려?

유럽의 변심과 이스라엘의 선택

이란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이스라엘이 최악의 관계에 빠져들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이스라엘이 최악의 관계에 빠져들고 있다.
  • 서유럽의 변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이란 공격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인해, 그동안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서유럽의 태도가 냉담하게 변하고 있다.
  • 역사적 부채의식 청산? 유럽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부채의식보다 ‘국제 규범과 법치’를 우선시하며 이스라엘과 거리두기를 시작했으나, 안보 및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관계를 단칼에 끊어내지는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이스라엘의 최종선택 결국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지, 아니면 고립된 ‘악의 축’으로 전락할지는 과도한 무력 사용을 자제하고 태도를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할 것이다.

당혹스러운 서유럽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장대한 분노(Operation of Epic Fury)’ 작전은 유럽에게 당혹스러운 충격을 안기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수년 전부터 한몸으로 움직이며, 번번이 유럽을 소외시켜 왔는데,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또 한번 무시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 공습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 군사행동이었고 유럽은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서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역사적인 유례가 없을 정도로 차가웠고 심지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요청에 주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참여를 거부했고, 전쟁의 실질적 책임국으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부채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서유럽 국가들은 이제 이스라엘을 ‘중동의 평화’를 해치는 ‘악의 축’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미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도 하루아침에 막힌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내 민간시설. 출처= dw.de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내 민간시설. 출처= dw.de

‘미국의 맹목적 지지’가 낳은 비용

미국은 왜 중동에서 무조건적으로 ‘이스라엘 우선정책’을 취하는 것일까?

미국은 모든 중동정책을 이스라엘이라는 ‘프리즘’을 쓰고 본다. 1인당 명목 국민소득(2024년 기준)이 약 5만 4천~5만 5천 달러 수준인 이 나라에 지금도 막대한 군사원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최소 24조원 규모를 지원했고, 올해는 최근까지 11조원을 쏟아부었다. 이스라엘은 이 원조금을 바탕으로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구매한다.

미국이 친이스라엘이 된 것은, 양국의 군사안보적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948년 독립국가를 수립했을 때만 해도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그렇게 중요한 국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196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과 소련간 냉전구도가 심화되고, 특히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소련이 자국의 실질적인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이스라엘은 협력국을 미국으로 갈아탔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아랍의 반미주의가 확대되자 미국은 아랍민족주의가 휩쓸고 있는 중동의 ‘비책’으로 이스라엘을 끌어올렸다.

그 이후 미국의 이스라엘 우선주의는 거의 맹목적이 됐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및 총회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중동의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인 결의안을 제안할 때마다 항상 거부권 행사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까지 유엔안보리의 대(對) 이스라엘 결의안에 대해 45차례 이상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7월에는 더 경악스러운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유혈사태를 조사한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특별보고관이 이스라엘의 폭력을 “집단학살”로 평가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그리고 두 달 후인 9월, 미국은 가자지구 내 기아(飢餓) 확산 억제와 즉각적 휴전요구 등을 담은 안보리 결의안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무산시켰다.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유엔거부권 남용을 비판하는 이미지. 출처=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유엔거부권 남용을 비판하는 이미지. 출처=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이같은 미국의 ‘맹목적인 지지’ 아래 이스라엘은 국가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제타격 교리’(베긴 독트린)을 정당화하고 있다. 1981년 이라크 원전을 폭파한 것을 비롯해 2007년 시리아 원전, 2025년 이란의 핵시설을 차례로 폭격했다.

‘타도 이스라엘’을 외치는 아랍세력이 생존을 위협한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 ‘생사’를 건 제거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아랍의 주요인물을 암살하고 주요 군사시설 파괴나 핵무기 시설 타격에 대해 아무런 내적 갈등도 없이, ‘자위권 행사’로 간주할 뿐이다.

바로 2월말 발생한 미/이스라엘-이란 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무력충돌은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 전세계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안기고 있다.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 두나라만의 야합으로 이루어졌으나 그 피해는 전지구적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태일까? 국제분쟁을 일으킨 국가는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과연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세계가 당하고 있는 유가상승 및 그로 인한 추가비용발생에 대해 책임질 것인가?

소외된 유럽의 딜레마와 경제적 충격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은 전격적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 중동 평화를 위해 이란 핵협상에 참여해 온 영국, 프랑스, 독일 중 어느 나라도 직접적인 사전에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 작전 직전에야 이스라엘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들은 공습 직후 이스라엘에 대해 ‘최대한의 자제’만 언급했다. 나아가, 독일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협조 주문에도 불구하고, 나토 회원국 중 동의를 표시한 나라가 없는 상황이다. 나토의 운영 구조상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NO)”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극히 미온적이다.

이번에는 스페인을 비롯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 등 아무도 미국의 전쟁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번 무력침략은 역내 방어를 위한 나토의 집단안보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대해 ‘국제법적 불법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서유럽의 이스라엘에 대한 부채의식과 변심

사실 독일을 중심으로 서유럽국가들은 오랫동안 이스라엘에 부채의식을 느껴왔다. 독일의 경우, 과거 2차대전에서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에 대해 끊임없이 사과해야 하는 ‘도덕적 부채’를 직접적으로 짊어진 나라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적 비난은 ‘반유대주의’로 이해될 것을 우려해 입밖으로 내는 것조차 조심하는 나라다.

독일은 전쟁이 끝난 후 1952년부터 현재까지 약 850억 유로(현재 가치로 150조원 가량)의 홀로코스트 배상금을 지불해왔다. 또 이스라엘 전체 무기수입도 지원하고 있다. 미국처럼 유럽에서 어떠한 상황이라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우선적으로 지지해온 나라였다.

프랑스도 비슷하다. 유럽에서 유대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 또한 2차대전 당시 비시정권 하에 자발적으로 유대인을 색출해 수용소로 보냈다. 이에 대한 반성을 끊임없이 표시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런 사죄의 표시로 이스라엘 핵개발 사업을 지원한 나라도 프랑스였다.

영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을 뿌린 나라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관련 중동문제에서는 늘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이란전쟁에서 서유럽의 입장이 예전같지 않다. 이제껏 보여준 이스라엘 부채의식이 사라진 것처럼 유럽은 대응하고 있다. ‘법치주의(Rule of Law)에 기반한 국제규범질서’에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서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스라엘은 ‘자위권’이라는 미명하에 국제규범 위에 또아리를 튼 예측불가능한 폭탄과 같아 보이는 것이다. 사실상의 거리두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태도변화 절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절대로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 믿음이 중동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자위권 의식과 결합되면서, 국가안위에 위협이 되는 것들은 미리 공격하고, 미리 제거하는 행동을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 자위권 행사의 근간에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는 그들만의 의지도 투영되어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그들이 행하는 과도한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것도 한계가 온 것이다.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관련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집단학살”혐의로 제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재판에는 스페인, 네덜란드를 포함한 18개국이 재판참여의사를 밝히며 남아공의 조치를 지지했다. 물론 미국이나 독일은 해당 기소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내에서도 고위직을 역임한 헤럴드 고를 비롯한 국제법 전문가 170여명이 공동서한을 통해 이 전쟁은 “유엔헌장 제2조 4항(무력사용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전쟁이 길어지며 유럽국가들 내 전쟁의 불법성에 대한 입장도 명확해지고 있다. 서유럽은 이란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행한 대대적인 군사시설 파괴와 이란 주요인사 암살, 더 나아가 민간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과도한 무력사용은 용인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그간 미국과 함께 중동정책에 있어 이스라엘에 가장 큰 힘을 실어주었던 유럽이 볼 때 유럽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스라엘을 포기하는 것은 유럽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유럽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친구로 남기를 바란다면 이스라엘 스스로 국제사회 기대에 부응하는 국가로 되돌아와야 한다.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중동의 “악의 축”이라는 비난을 받을지는 이스라엘의 선택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9 중동의 민주국가?? 이스라엘은 어쩌다 '악의 축'으로 전락했나?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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