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루 섬 ‘새똥’의 교훈...경제 생태계를 지켜라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하나의 자원에만 의존한 나라의 ‘비극’ ‘인적자원’만 있는 한국, 이대로 괜찮은가

나우루 섬에 집단 서식했던 바다새 알바트로스.
나우루 섬에 집단 서식했던 바다새 알바트로스.

나우루 공화국이라고 들어 본 적 있나요? 이 공화국에 대해서 처음 들은 것은 대학재학시절 생태학 수업 때였다. 생태학 수업에서 아주 깊게 다루는 사례였기에 필자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나우루는 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조그만 섬이다. 인구는 1만명내외. 그런데 이 섬이 한때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꼽히는 부자 나라였다.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새똥’ 때문이었다. 이 섬에는 수십 만년 동안 쌓여진 바다새(알바트로스)의 새똥이 있었다. 이 새똥을 ‘구아노’라고 부르는데 최고급 ‘인산 비료’로 팔렸다.

조용하면서 평화로왔던 이 섬은 1880년대에 독일이 식민지로 점령함으로써 역사적 분기점을 맞는다. 울릉도의 1/3 크기인 이 조그만 섬은 그때부터 세계의 역사에 등장한다. 독일이 이 섬을 점령하고 있을 때 영국의 한 회사가 ‘구아노’가 최고의 천연 비료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빼내 팔려고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근처에 있던 호주가 독일이 1차 대전에서 패하자 섬을 점령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연합 통치를 받던 이 공화국은 다시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됐다.

새똥 ‘구아노’로 세계 최고 부자나라 등극

1968년 독립한 나우루는 독자적으로 ‘구아노 새똥’으로 만들어진 천연 인광석 비료를 팔기 시작했다. 인광석은 화학비료의 주원료로 사용되거나 인산제조, 의약품, 반도체, 세라믹, 실크, 방충제, 설탕정련, 폭약 등에 사용되는 귀한 자원이었다. 인구 1만여명이 사는 나우루는 그 덕에 1975년에는 연간 25억달러를 벌어들여 세계 최고의 1인당 GDP를 기록했다. 당시 우리 돈으로 1년에 1억원 이상을 국민들에게 배당해주기도 했다. 나우루 국민들은 돈을 주체할 수 없어 섬 전체 20㎞도 안되는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 세계적인 명차를 살 정도로 흥청망청 지냈다.

하지만 최근인 2017년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로 추락했다. 더욱 문제는 국민들의 건강상태였다. 국민들 중 60% 이상이 과체중에 시달리고, 50% 넘는 사람들이 흡연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실업률은 90%대다. 국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구아노의 가치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래도 조용하고 작지만 행복한 나우루 섬이었는데, 지금은 ‘저주가 내린 땅’이 되어버렸다.

‘구아노’라는 자원에 의존하던 이 섬의 경제가 붕괴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모든 복지가 공짜였고 국민들이 하려는 것은 뭐든지 지원해주던 이 공화국은 서서히 인광석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과정은 이러했다. 나우루 섬에 돈이 많아지자 현대식 어획장비로 무장한 어민들이 정어리, 멸치를 남획하기 시작했다. 바다새들이 잡아먹을 물고기가 줄어들자 바다로 떨어지는 새똥의 양도 줄었고, 이 새똥의 유기물을 먹던 바다 플랑크톤이 감소하게 됐다. 플랑크톤을 잡아먹던 정어리, 멸치 떼도 자취를 감췄다. 결국 섬에는 구아노와 인광석이 줄어들고, 바다에서는 정어리, 멸치 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업으로 먹고 살아왔던 어촌 경제마저도 활기를 잃었다.

‘새똥’ 자원 유지 생계태가 붕괴되다

하나의 싸이클이 변하면 전체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나우루 공화국 이야기다. 생태학 교과서에도 사례로 나올 정도로 이 사례는 중요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우루 공화국의 앞바다를 배경으로 정어리와 멸치가 떼를 이루고 있었고, 이를 잡아먹기 위해서 모여든 바다새들이 섬에 잠시 쉬면서 싸놓은 새똥이 ‘구아노’로 바귀었고. 인광석으로 변했다. 이것이 전체 싸이클이다. 이것이 무너진 것이다.

1980년대 2만달러가 넘는 1인당 GDP를 자랑하던 나라가, 20여년 만에 2500달러 내외의 빈국으로 몰락했다. 비극은 그 뒤에도 간간히 이어졌다. 인광석 부족으로 수출 길이 막히자, 살아 남기 위해서 테러리스트의 자금 세탁을 돕다가가 9.11이후 미국 경제 봉쇄조치의 희생양이 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장 부유한 국가에서 가장 가난하고 아무 대책없는 국가로 몰락했을까? 사람들은 돈이 무한정으로 들어올 것처럼 착각해 너무나 방만하게 국가를 경영한 것이 오히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린 주요 배경이라고 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근본 원인을 생태계의 관점에서 찾아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생태계는 태양을 근거로 한 에너지로부터 시작한다. 한 지역에서 식물이 자라고 초식동물, 육식동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의 시체를 미생물과 곤충이 처리하는 식으로 생태계가 돌아간다. 그리고 그 잔여물이 쌓여서 유기물 자원을 남긴다. 그게 석유이고, 석탄이며, 때로는 ‘구아노’ 같은 것이다. 어느 싸이클이든 과도한 사용이나 소비, 또는 과다번식이 이루어지면,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 사슬이 끊어진다. 붕괴된 생태계가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우루도 생태계가 붕괴된 것이다. 인광석, 즉 구아노 수출로 무지막지한 돈이 굴러 들어온 결과, 기존의 수천년동안 이루어진 나우루의 경제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반마저 잃어버렸다. 어업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은 가까운 바다로 나가서는 물고기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인광석에 의존하던 경제는 이미 붕괴됐고, 어업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잡을 물고기가 없다. 바다새가 돌아오지 않는 이 생태계에 구아노가 다시 쌓일 리 없다.

나우루 공화국의 열대 해변. 그 많던 바다새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나우루 공화국의 열대 해변. 그 많던 바다새는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한가지 자원에만 의존하는 나라의 비극

비극은 어디나 있을 수 있다. 특히 하늘이 준 선물을 남용한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나우루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한 나라가 바로 베네수엘라다. 어느 나라보다도 석유를 많이 가진 나라가 이 석유로 인해서 몰락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빈곤률은 94%가 넘는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중 하나지만, 석유의 수출길이 막히고 정유공장 가동을 못해 주민들에게 휘발유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에다 차베스 정권 때 실시했던 모든 사회보장 제도 탓에 국가 재정이 파탄났다. 석유로 얻은 국가 수입을 부정 부패로 써버렸고, 결국 경제를 거덜냈다.

나우루의 비극에서 보듯 하나의 자원에 의존하고 경제를 움직인다면 어느 순간에든 자원고갈이 발생하면 경제는 파탄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깨닫고, 그 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자원으로 부국이 되었더라도 이를 관리할 국가재정 관리 능력이 없다면 나우루의 비극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생태계 파괴후 복원의 어려움도 깊이 고찰해야한다. 생턔계는 스스로 유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가 만들어낸 먹이 순환 사슬, 즉 에너지 순환 사슬이 파괴되면 회복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연 생태계 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한번 파괴된 산업 생태계는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적극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하지 못하면 그 산업 생태계도 사라지고 만다.

한국도 유일한 ‘인적 자원’ 생태계 붕괴중

한국에서 이미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산업 생태계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 산업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경공업이 사라졌고,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서 유지되던 3D 업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산업의 피라미드에서 하부에 위치하던 산업들이 부지불식중에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면, 나중에 위기를 감지해 복원하려고 해도 복원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나우루 공화국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의 진정한 자원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자. 지금 껏 딱 하나 대한민국이 풍부했던 자원은 ‘교육된 인적 자원’이다. 그 자원이 이제 어쩔 수 없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출산율 최저 국가가 됐다. 한국이 가진 단 하나 풍부했던 자원인 인적 자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20년 후가 되면 한국이 어떤 상황을 맞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도 ‘교육된 인적 자원’을 제대로 관리 못하면 나우루 공화국 꼴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인적 자원’을 지키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온 국민이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교육을 제대로 시킨 인적 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인적자원이 제대로 교육받고 육성되는 순환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다. 현대에도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교육과 인구문제를 경제 생태계 차원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처방을 구해야 한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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