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생태계’ 구현한 최강 ‘한국 엔터산업’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다층적 먹이그물과 환경 영향 설명하는 ‘복잡계 생태계’ 관점 한국 엔터산업 강점 설명할 수 있어 산업 강점, 오래 유지시킬 비법도
자연 생태계를 보는 세가지 관점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3가지로 구분이 된다. 첫째는 ‘수직 먹이 피라미드’로 바라보는 것으로, 1차원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고의 근원은 단순히 먹이 구조로만 생태계를 이해하면서 최상위 포식자 관점에서만 생태계를 바라보는 데서 비롯된다. 그런 시각이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한 것은 사실이다.
둘째로는 단순한 먹이 사슬에서 벗어나 에너지 흐름으로 보는 시각으로, ‘먹이 그물의 형태’로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2차원적인 사고라 할 수 있다. 최상위 포식자를 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빨아 올리면서 식물을 키워가는 것부터 최상위 포식자가 죽고 나서 다시 다른 생명체에 의해서 분해되고 땅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는 것이다. 생물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최상위 포식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먹이 경쟁의 관점으로 포식 생물 뿐만 아니라 피식 생물과 기생 생물, 그리고 분해 생물의 관점까지 포함하는 관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복잡계의 관점’에서 3차원적으로 자연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생물과 환경 간의 상호 작용과 그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시기부터 형성된 사고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해서 생명체 간의 영향을 조사하면서 자연 생태계가 먹이 그물보다는 더 복합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종 간의 관계는 먹이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자기 영역에서는 먹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환경 변화에 맞추어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에너지 최적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를 통칭하여 ‘복잡계 생태계’라고 이름을 붙이고 있다.
다른 개체가 ‘대체’할 수 있는 생태계
복잡계 생태계라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잡계부터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야 한다. 복잡계란 “구성 요소들 간의 비선형적 상호 작용의 체계”라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단순한 무질서와는 다르다. 사실 생태계내의 상황은 겉으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생물과 생물, 환경과 생물, 물리적 환경과 화학적 환경 등 다양한 비선형적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지만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젠 이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와 영양분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상호 관계, 즉 개체군 간의 관계 속에서 상호 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해석할 수 있게 되면서 복잡계 생태계라는 관점이 생겨난 것이다. 즉 생태계 자체가 ‘복잡계’라고 본 것이다.
개체군 즉 생물종은 복잡계로 마치 다층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 사실은 그만큼 진화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의 초기에는 한 두 종만 존재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 진화하면서 다양한 개체군이 형성됐다. 다양한 종들의 연결과 협력, 의존 등의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성숙한 생태계는 이런 진화를 통해서 안정화된다. 즉 복잡계로 발전해 가는 것이 생태계이고 이로써 생태계의 안정성이 증대된다. 이 얘기는 한 개체군에 문제가 생겨도 그 개체군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생명체들이 빠르게 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생태계는 그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태양광과 같은 물리적 에너지, 토양에 있는 영양분과 같은 화학적 에너지 등 질적 양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에너지를 최적화할 수 있는 생태계로 진화한 것이다. 먹이 생산, 소비 단계별로 또는 시간대별로 최적화할 수 있는 개체군들은 자신의 위치를 찾아 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종들은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도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분명한 포지션을 찾아낸 개체군과의 경쟁을 통해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이 복잡계로 진화하는 모습의 생태계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생태계도 ‘복잡계’
이런 복잡계의 모습과 같은 모습은 산업 생태계의 발달과정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산업 생태계도 초기에는 한 두 기업이 독점적으로 지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독점기업을 넘어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각 단계별로 등장한다. 그렇게 되면 그 생태계는 하나의 산업군으로 완성되며, 다양한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그 기업도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을 이겨내며 전문화된 자신만의 포지션을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진화도 이루어진다. 그 진화는 하나의 기업만 살아 남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복잡계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한 기업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그 기업을 대체하는 기업들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구조로 산업 생태계가 진화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그 성장의 패턴을 보면 어떻게 복잡계로 발전하는지 알 수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광복이후 TV방송을 통해 본격화됐다. 라디오 방송이 1927년 경성 방송국 창립으로 시작되고, TV프로그램이 1961년 송출되자,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태동했다. 초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배우와 가수는 독립 프리랜서 또는 방송국 소속직원으로, 공채로 뽑혔다. 1980년 12월 컬러TV 방송 시대가 열리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꽃피기 시작했다.
이 당시 언론방송통폐합 조치는 기폭제가 됐다. 지상파 방송이었던 KBS, TBC, MBC가 통합이 돼 KBS와 MBC만 남게 됐고 정부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 뉴스는 줄어든 대신,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대거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5공 정권의 ‘우민화 정책’으로 TV 보급이 확대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이때 붐을 맞았다. 소규모 연예 기획사들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SM엔터테인먼트’라는 최강자 탄생이후
본격적인 기업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1989년에 창립된 SM기획, 즉 SM엔터테인먼트가 효시다. 그 이전 기업을 소규모 가게라면, SM기획의 규모는 중견 기업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경험한 이수만 대표가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1990년대에 SM은 아이돌그룹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그리고 2000년 싸이더스가 설립되자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다시 한번 도약한다. 로커스홀딩스의 김형순 대표가 각종 기획사, 영화사, 제작사 등을 인수하면서 싸이더스를 설립했다. 싸이더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영역을 대중 가요 중심에서 가요와 드라마 2대축으로 확대했다. 산업의 무게 중심도 아이돌 중심의 가요에서 드라마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싸이더스는 오래 가지 못한 채 내분으로 쪼개졌고,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드라마와 가요 영역에서 우후죽순 설립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에는 방송·통신기술 환경의 변화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깔리기 시작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즉 기존의 공중파, 위성방송, 케이블TV보다 더 강력한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방송에 비해 초고속 인터넷망은 일방향적인 시청을 넘어 쌍방향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세상을 선보였다. 보다 다양하고, 시청자들의 욕구를 보다 잘 파악하게 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세분화·전문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시장도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넘보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공간 확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경도, 문화도 다른 나라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시기,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멀티플렉스 형태의 극장을 앞세운 CGV와 롯데시네마가 등장했다. 또 자금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투자와 M&A를 단행했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이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수익성이 있는 사업으로 바꾸어 나갔다. ‘히트하면 대박, 실패를 하면 쪽박’나는, 마치 도박과 같았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평균 수익율을 보장하는 포트폴리오 구성 등 다양한 시도도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콘텐츠의 다양성도 일궈냈다.

다양성 생긴 생태계, 치열한 경쟁으로
이 결과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기반을 만들었고 전세계에서 관객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이에 불을 붙인 것이 바로 ‘넷플렉스의 한국 투자’다. <옥자>에 대한 투자를 필두로,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마케팅의 힘, 그리고 이미 구축된 넷플렉스의 강력한 채널은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화로 이끌었다. 이어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등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및 OTT 업체들이 한국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됐고, 결국은 <오징어 게임>같은 세계적인 대작도 탄생했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아직 제대로 시장을 열지 못한 중국도 있고 이제 개방을 하려는 인도도 있다. 다양한 국가에 다양한 형태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머지 않은 장래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진화와 확장을 보면 마치 단순한 생태계 즉 한두 개의 기업에서 시작해 복잡계 생태계 즉 대규모 자본과 다양한 단계별 전문가 채널, 그리고 관객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를 거듭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진화가 잘된 산업일수록 다양성은 강화되고, 전문 영역의 기업들이 등장한다. 산업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들의 유기적 관계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이 SM만의 분석으로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하고도 남는다. 이는 1차원적으로 ‘먹이 피라미드’를 연상하는 사고이다. 하지만 싸이더스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CJ엔터테인먼트와 여러 업체들을 포함하면 2차원적인 사고, 즉 ‘먹이 그물망’이라는 경쟁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채널의 변화, 즉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유튜브, 넷플렉스 같은 OTT 사업자를 포함하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즉 3차원적인 관점인 ‘복잡계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이 산업의 진화 방향과 변화의 키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어느 특정 기업이나 방송 채널이 독점을 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전문화·세분화되어 협력과 경쟁을 하는 단계, 즉 복잡계로 근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계속 최강자로 남으려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복잡계 생태계’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산업 분석을 할 수 있으며, 비로소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국 역사에서 최고 수준의 글로벌 영향력을 보여주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높이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천장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때부터 내리막길이 될 수 있다. 어떤 산업이든 최고의 순간을 지나면 바로 내리막길로 떨어진다. 그 속에서 최적화된 수익률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내리막길은 시작된다. 생태계에서 환경 변화에 의해 물리·화학적 에너지가 줄어들거나 바닥을 보일 때 드러나는 현상이다. 즉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
산업의 진화가 멈추는 순간에는 어떠한 변화의 요인이 있다. 이것을 모르고 방관하면 그 산업은 서서히 붕괴하지만, 그 저해 요인을 제거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으면 산업 생태계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해가 지지 않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산업 생태계를 복잡계로 바라보고 산업 전략을 짠다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들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 후손들에게 중요한 먹거리 산업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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