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에 잘 보이려다 ‘멸종’...대처 총리의 실수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수컷 공작 화려한 깃털, 포식자에 표적돼 아일랜드 엘크 크고 무거운 뿔, 멸종 자초 산업생태계에는 ‘투자수익률’이 비슷한 예 영국, 금융산업 의존...산업생태계 망가져

크고 화려하고 수컷 공작새의 꼬리 깃털.
크고 화려하고 수컷 공작새의 꼬리 깃털.

화려한 공작의 핸디캡

공작은 넓고 화려하고, 긴 꼬리 깃털을 가지고 있다. 수컷이 그런 깃털을 가지고 있다. 즉 화려함에 따른 무언가 보상이 있기에 수컷 공작은 자신의 온갖 에너지를 거기에 쓴다. 수컷 공작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인가? 짝짓기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화려한 깃털을 만들어 암컷 공작을 유혹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만일 암컷이 화려한 깃털에는 관심이 없고, 몸무게나 아니면 키 높이에 더 관심이 많거나 잘 날아다니는 능력에 주목한다면 수컷의 노력은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수컷은 각고의 노력으로 깃털을 화려하게 펼쳐 암컷을 유혹하면 짝짓기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아진다. 화려하고 긴 꼬리 깃털을 가진 수컷 공작이 면역성도 높고, 그런 모습으로 개체 생존력도 높다는 점이 암컷에게는 매력포인트다. 그런 능력을 가진 수컷 공작 개체의 유전자는 암컷을 통해서 후대에 전해지는 반면, 화려한 깃털을 가지지 못한 개체의 유전자는 진화 과정 속에서 사라지고 만다. 화려한 공작의 깃털은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짝짓기를 바라는 수컷 공작은 경쟁자들보다 더 화려하고 긴 꼬리 깃털에 유혹하기 좋은 색으로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안된다. 한 세대의 의지가 아니다. 마치 자연선택의 과정처럼 매력적인 수컷 공작만이 짝짓기에 성공하고 유전자를 후대에 남긴다. 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수컷 공작은 이미 받은 부모의 형질 덕에 보다 효과적으로 암컷 공작을 유혹할 것이고, 동일한 수컷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개체끼리 경쟁도 할 것이다. 다음 세대에는 더 강력한 유혹 능력을 가진 깃털을 소유한 후대가 나타나고 이들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세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보다 더 강력한 유혹을 할 수 있는 깃털을 가지게 되는 법이다.

문제는 성(性)선택을 위한 수컷 공작의 진화가 실제 짝짓기를 제외한 시간에는 생존에 유리한가 하는 점이다. 실제 수컷 공작은 화려한 깃털 탓에 포식자의 타겟이 되기 쉽다. 발견될 가능성도 높지만 포식자가 나타날 경우 화려한 깃털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그러니 화려한 깃털은 짝짓기의 성공을 불러오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개체의 포식 확률도 높이는 역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화려한 깃털을 가진 수컷 공작이 남아 있는 것은, 짝짓기 성공률이 사냥감으로 포획되어 잡혀먹히는 확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짝짓기 경쟁이 강화되고 수컷 공작의 깃털이 더욱더 화려해 지면, 그때는 오히려 지나치게 화려한 깃털 때문에 수컷 공작의 개체 생존율이 짝짓기 성공률에 비해 낮아지는 현상으로 드러날 것이다. 결국은 수컷 공작이 줄어들고 결국은 공작이라는 종은 자연 생태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아일랜드 엘크의 멸종

이런 비슷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있었다. 19세기에는 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화석 수집가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화석 중에 아일랜드에서 발견한 거대한 사슴 뼈가 있었는데, 초기에 이름을 ‘아일랜드 엘크’라고 불렀다. 메갈로케로스(megaloceros, 거대한 사슴)로 다른 이름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아일랜드 엘크라고 불렀다. 이름처럼 몸 길이 3m에, 키 2m 정도가 되는 거대한 사슴이었다. 특히 뿔이 정말 컸는데 최대로 너비가 3~4m가 되었고 무게도 40~50㎏가 넘었다. 머리에 이 정도무게의 뿔을 항상 들고 다닌다는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만 할 것인데,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수컷 엘크끼리 싸우는데 필요한 도구였다는 점 뿐이다. 즉 수컷 엘크끼리 짝짓기 경쟁을 위해 서열을 정하려고 뿔을 부딪히며 싸운 것이다.

커다란 뿔을 쳐들고 서로를 향해 두 마리의 수컷 아일랜드 엘크가 달려와서 부딪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런 모습은 종종 다른 사슴 종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느 한쪽이 물러날 때까지 이렇게 뿔치기를 하는 것이다. 뿔치기에서 밀려나는 아일랜드 엘크는 서열이 낮아지고, 모두 이긴 수컷 엘크는 그 무리를 지배하며 짝짓기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됐다.

이렇게 뿔치기를 하며 서열을 정하고 가장 강한 수컷 엘크를 중심으로 강한 유전자가 후대에 유전되었다. 암컷 엘크의 입장에서는 강한 유전자가 더 오랫동안 생존을 하는 것이기에 강한 유전자를 찾기를 원한다. 아일랜드 엘크는 단지 그 강한 유전자라는 표시를 뿔치기를 통해서 할 뿐이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효과적인 뿔치기를 위해서 더 크고 더 강한 뿔을 지니도록 수컷 엘크는 진화했다. 거대한 뿔을 지니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수컷 엘크가 암컷 엘크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일랜드 엘크.
아일랜드 엘크.

그런데 아일랜드 엘크는 40만 년전에 출현했지만 1만 년전에 갑자기 멸종했다. 진화의 입장에서 거대한 뿔을 가진 엘크는 달리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숲속에서는 장애물을 벗어나기 힘들게 했을 것이다. 즉 성선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더 강한 뿔을 지니게 된 엘크는 생존에는 뿔의 장애를 받은 것이다. 이를 ‘성선택의 핸디캡’이라고 하는데, 성선택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낭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성선택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 개체 생존력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화하게 되면 어느 순간 한계에 달하게 된다. 암컷 엘크는 더 크고 강한 뿔을 가진 수컷만 찾게 되고 수컷 엘크는 선택을 받기 위해서 더 큰 뿔을 가진 엘크로 진화했다. 문제는 어느 순간 그 뿔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 그때는 급속히 수컷들의 생존력에 문제를 일으켰다. 어느 한계 이상으로 진화하여 생존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선택들이 없어진 것이다.

뿔의 무게가 10㎏이상이 되면 생존에 급격한 위협이 된다고 할 때 진화의 초기에는 평균이 그 정도로 시작하지만 어느 단계가 되면 최소 뿔의 무게가 10kg을 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때는 모든 수컷이 생존에 문제가 생기고 어느 한 계기를 통해서 수컷 전체가 사라지게 된다. 아일랜드 엘크는 그렇게 멸종했다.

진화에서 ‘폭주 선택’ 이론

유전자는 유전자의 유지와 확산을 위해서 작동을 하는 것일 뿐, 개체의 생존과는 상관이 없이 진화한다. 10㎏이상 무게의 뿔을 모든 수컷이 가지게 되면 아일랜드 엘크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생존력이 떨어진 수컷 엘크는 사라지게 됐다.

암컷 엘크는 생존을 위해서 뿔이 작은 수컷을 택할 수 있었을까. 성선택의 매력도는 뿔의 크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수십 대에 걸쳐서 이루어진 진화의 방향을 한번의 환경 변화에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성선택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종의 멸종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성선택의 진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것이고, 환경 변화에 맞추어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은 멸종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일랜드 엘크다.

다른 동물들의 성선택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컷 공작은 화려한 깃털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어느 순간 멸종의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슴의 거대한 뿔도 그 뿔로 인해서 포식자의 먹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성선택은 일종의 매력도에 따른 결과이다. 분명한 두 가지 사실은 성선택의 성공률을 높이려 할수록 그만큼 핸디캡을 가진다는 점과 성선택의 성공률을 높이려는 진화는 마치 폭주 열차가 달려가는 것처럼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로널드 피셔가 제기한 ‘폭주 선택(runaway selection)’이론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 생태계에서도 나타난다. 성선택의 매력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산업 생태계에서는 ‘투자수익률’이다. 산업 생태계는 투자수익률이 높은 산업으로 이동을 한다. 그래서 글로벌 산업의 흐름을 보면 저부가가치 산업은 후진이나 개발 도상국으로 이전되고 고부가가치의 산업은 끊임없이 개발되어 경제적 선진국에서 꽃을 피운다. 이 과정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선진국에서는 투자수익률이 높은 산업을 남기고, 나머지 산업을 다른 나라로 이전시킨다. 마치 ‘폭주 선택(runaway selection)’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의 몰락, 금융산업

영국이 집중한 산업은 금융산업이다.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강한 나라는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이 있는데,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금융산업이 강한 나라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산업 생태계가 몰락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금융산업이 중요한 나라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그 나라는 도시국가이다. 즉 소규모 국가이기 때문에 금융산업에 집중함으로써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홍콩은 중국이라는 기반을 가지고 있고, 싱가포르는 동남아라는 지역적 기반 하에 금융산업이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인접 국가의 산업생태계와 연결되어 자신의 특별한 역할으로서 금융산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금융산업이 강하긴 하지만 식품산업이나 의료산업, 시계와 같은 명품 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단순히 금융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회사인 네슬레 본사가 스위스에 있는 것도 그렇고, 로슈나 노바티스 같은 세계적인 의약기업들도 스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명품 시계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그만큼 핵심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다.

미국은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빅테크산업 그리고 방위산업 및 우주항공산업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단순히 금융이 강하다고 해 금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은 다르다. 대처리즘에 의해 실행된 신자유주의 기치아래 영국병을 치료하기는 했지만, 효율성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면서 장기적인 산업생태계 구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무너뜨렸다. 그 결과 EU내에서도 모든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고 결국 브렉시트(Brexit) 과정을 통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보면 투자수익률 중심의 산업 구조개혁을 하면서 결국은 산업 기반을 잃어버리게 되고, 폭주선택의 결과처럼 산업생태계를 재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없애버린 것이다.

폭주하게 하는 ‘투자수익률’

성선택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일랜드 엘크가 뿔을 키우고, 수컷 공작이 깃털을 키운 것과 같이, 투자수익률 중심으로 모든 산업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이 오늘날의 산업 현장이다. 아일랜드 엘크가 멸종하듯이 금융산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증거가 바로 2008년 금융위기라 할 수 있다. 기반 없는 금융은 오래가지 못한다. 영국도 기반없이 금융산업만 키웠기에 나라 전체로보면 평균적으로 가난해졌고, 극단적인 부자들이 등장한 양극화 국가가 되었다. 복지 때문에 발생했던 영국병이 치료되었지만 금융산업으로 인해 발생한 새로운 신자유주의 영국병은 치료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만일 영국이 도시국가로 유럽 내에서 금융 산업을 전담하는 국가였다면 달랐을 수 있다. 아일랜드 엘크처럼 영국도 같은 운명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라고 해 다르지 않다. 투자수익률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 투자수익률이 낮은 산업이나 기업은 서서히 몰락할 것이고, 그 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도태가 될 것이다. 한번 도태된 산업이나 종사자들이 다시 그 산업을 회복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산업 경쟁력은 단순히 투자수익률로만 판단할 수 없다.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은 보다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그 기준으로 산업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도 투자수익률이 높은 금융산업으로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도시국가 아닌 이상 금융산업만으로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 금융산업도 산업 생태계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왔다고 본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