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꿈꾼다면...은행나무의 비법

[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공룡이 구해준 은행나무 멸종위기 어떻게 2억5천만년을 살 수 있었을까 특별한 비법, 기업 경영에 대입한다면 삼성전자와 다이소가 보이는 비결은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 있는 1400년 된 은행나무.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 있는 1400년 된 은행나무.

진화없이 2억5천만년 산 은행나무

생물의 종은 왜 다양화될까? 진화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다. 진화하면서 종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가장 효과적인 생존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진화하지 않고 단일종으로 남았다는 것은 환경에 강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는 뜻이 된다. 즉 진화를 하지 않은 종일수록 생태계 내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말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진화하지 않았는데도 생태계 내에 확실하게 자리잡은 종은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은행나무가 이에 해당한다. 은행나무의 계통 분류를 보면 아래와 같다. 은행나무는 종의 분화를 하지 않은 상태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

진화론상 은행나무 목은 은행나무과(Ginkgoaceae)를 비롯한 다섯개 과를 포함했다. 과거에 슈메이스네리아과(Schmeissneriaceae), 우말톨레피디아과(Umaltolepidiaceae), 이마이아과(Yimaiaceae), 카르케니아과(Karkeniaceae)도 있었으나 모두 멸종했다. 단, 가장 경쟁력이 높은 은행나무과만 살아남았고 이 은행나무과에서도 은행나무(Ginkgo biloba)라는 종만 생존에 성공했다.

은행나무는 지질학상 고생대 페름기(약 2억 9890만년전부터 2억 5190만년전)에 등장하기 시작해서 생물계의 96%를 날려버린 페름기 대멸종의 시기에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신생대에 들어와서 북반구에서만 남았고 신생대 플라이오세(533만년전~기258만년전 ) 말기에 동아시아에서 1종만 생존하게 됐다.

기후변화 탓도 있지만, 은행나무가 1종만 남게 된 것은 씨앗을 퍼뜨리던 매개동물이 멸종한 탓이 가장 크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매개동물 역할을 인간이 하면서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은행나무 생존의 특별한 비법 2가지

나무는 생존을 위해 자리 잡은 환경과 나무를 먹이로 삼는 동물에 의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살아있는 화석’인 은행나무가 오랜 시간 진화없이 생존에 성공한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원래 나무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생물은 곤충이나 곰팡이와 같은 균류들이다. 이들이 은행나무 공격에 성공했다면 은행나무는 생존을 위해 진화를 택하고 종이 분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해충이나 곤충이 접근할 수 없는 비법을 만들어냈다.

은행나무에는 강력한 살충살균 성분을 지닌 ‘플라보노이드’라는 물질이 있다. 이 물질은 벌레의 유충이나 식물에 기생하는 곰팡이,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생장을 억제한다. 아무리 식욕이 좋은 곤충도 은행잎은 먹지 않고, 어떤 해충도 은행나무에 알을 낳지 않는다. 자신을 먹이로 하는 동물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진화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은행나무 생존의 또 다른 비밀은 바로 노화 방지책이다. 은행나무 잎이나 줄기에는 물질 순환을 활발하게 해주는 “징코플라톤”라는 물질이 있다. 은행나무의 줄기와 잎 또는 은행 열매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 물질이 체내에서 물질 대사 작용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은행나무 잎으로 차도 만들어 마시고 한약재로도 사용했다. 그 효능을 발견한 독일에 의해서 세계 최초로 ‘혈액순환 개선제’ 신약으로 등록됐고, 한국에서는 징코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은행나무는 이런 물질들의 작용으로 수령이 1천년 이상이나 된다. 신라의 마지막 세자인 마의태자의 은행나무 지팡이가 자라서 아직도 생존하고 있다는 말은 근거없는 낭설이 아니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질소 산화물이나 먼지, 아황산가스, 중금속 등에 노출되어도 잘 견디고 환경 적응력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아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도 그만이어서 한국의 대표적인 가로수가 됐다.

은행나무는 한국과 중국에 주로 분포한다. 은행나무의 약효를 발견한 사람들이 약재용으로 기르기 시작했고 정원수로도 심었다. 사람의 손길에 의해 은행나무가 퍼진 것이다. 주로 꺾꽂이 방식으로 퍼져 나갔다. 은행나무는 사람이 없었으면 멸종 1순위의 위기종이었다. 다른 식물들은 분포와 번식을 위해 매개 곤충을 수정에 이용하는데, 은행나무는 곤충을 쫓아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은행나무에게는 어떤 매개 곤충도 없다.

반면 은행나무는 수나무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암나무의 암술까지 이동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정한다. 반경 4km 이내에 수나무가 있으면 암나무는 수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정했다 해도 은행 열매는 그저 나무 밑에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 이 은행 열매를 광범위하게 퍼트려야 번식을 되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곤충이나 생물도 없었다.

공룡이 대신해준 은행나무 번식

중생대에는 공룡이 그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은 은행나무의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트리는 대표적인 매개동물이었고 공룡의 활발한 움직임 덕에 은행나무도 그 때 가장 많은 번성을 했다고 한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고기 썩는 냄새가 난다. 아마도 공룡은 고기가 썩었다고 느끼고 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개동물 즉 공룡과 같은 동물을 끌어들이데는 은행나무 열매의 과육에 있는 뷰탄 산(Butanoic acid)과 헥산 산(Hexanoic acid)이 역할을 한다. Butanoic acid는 지방산으로 파마산 치즈나 썩은 냄새가 나는 버터, 구토물에 포함되어 있고 Hexanoic acid는 치즈 냄새가 나는 기름 액체나 동물 지방에 있다. 즉 죽은 시체 냄새다. 과육에서 죽은 시체 냄새가 풍겨 나오면 공룡은 동물의 시체를 먹듯 은행나무 열매를 먹은 후 이동하며 분비물로 씨앗을 배출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멸종으로 공룡이 사라지자, 은행나무도 멸종 위기종이 됐다. 현재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못하면 은행나무는 번식이 불가능하다. 진화상 가장 경쟁력이 있었던 요소, 즉 곤충을 이겨내는 능력이 지금은 수정이 불가능해진 치명적인 단점이 된 것이다. 인간과 공존하면서 은행나무는 다시 종의 번성을 이루고 있다.

은행나무는 어떻게 2억5천만년 동안 유전적 변화없이, 즉 종의 다양화를 통한 진화없이 번성할 수 있었을까. 이는 간단히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바로 항균 항충이 가능한 물질을 만들고 이를 유전적으로 계승해온 점이다. 일종의 ‘킬러 어플리케이션’을 갖춘 것이다. 둘째는 물질 대사 순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물질을 식물체 내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오래 살 수 있게 변신했기에 종의 번식에 자원을 투자하지 않았다. 만일 오래 살 수 없었다면 은행나무는 매개 곤충을 받아들였을 것이고, 이것이 종의 분화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기업도 오랫동안 강할 수 있을까

산업 생태계 내에서 기업이라면 누구든 오랜 기간 경쟁력을 갖고 번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될 진정한 역량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은행나무의 플로보노이드처럼 기업에게는 ‘원가 경쟁력’이 킬러 어플리케이션이다. 절대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춘다면 어디에서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세계 생산의 50%나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원동력도 바로 원가 경쟁력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확실하게 시장을 장악하자 경쟁국의 산업들이 무너졌다. 그때 서서히 가격을 올리면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공산주의 체제 탓에 인건비나 원가를 무시하고 수출 중심으로 산업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의 플로보노이드 같은 킬러 어플리케이션은 원가 경쟁력이다.

또 하나 은행나무가 가지고 있는 절대역량이 물질 대사 기능이었듯, 기업은 관리역량이라는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은 관리력에서 나온다. 관리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면, 그 기업은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이 원가 경쟁력으로 시장을 장악했지만, 원가만 중요하게 보고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은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품질관리, 브랜드 신뢰도 관리, 연구&개발 관리 등 다양한 요소들의 관리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앞서 초토화됐던 나라들 중에 자신의 이점을 잃지 않고 경쟁력을 되찾은 나라들에 의해서 중국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최적화한 기업으로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먼저 원가 경쟁력에서 삼성은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단일 품목을 대량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생산품목이 단순하면 집중적으로 수율을 높이고 불량을 줄일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원가를 낮추는 힘이 된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원가 대비 성능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게 만든 핵심 경쟁력이었다.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시장 변화를 주도했기에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삼성과 다이소, 그 특별한 경쟁력

다이소는 일본의 저성장 시기에 등장한 ‘100엔샵’의 모델을 봤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장은 열릴 것이라 판단하고 꾸준히 시장을 넓혀왔다. 특히 반복적인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초기에 다이소의 품질 수준은 낮았고 디자인력도 떨어졌지만, 철저하게 기본 기능을 중심으로 최대한 싸게 만들자 소비자들은 한번 쓰고 버린다는 개념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후 대량생산과 함께 반복적으로 품질을 개선하다 보니 이제는 품질과 가격을 동시 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제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수준을 벗어났음은 물론이고, 생활용품 시장에서 가장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관리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삼성의 핵심 관리 포인트는 바로 ‘돈’과 ‘인재’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반도체 같은 산업의 주도권을 계속 쥐기 위해서는 인재의 탁월한 역량 발휘가 대단히 중요하다. 인재들이 그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삼성의 관리력이다. “믿을 수 없으면 뽑지 말고, 뽑았으면 믿고 맡겨라”는 원칙은 삼성 인재관리의 핵심 포인트다.

또한 삼성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돈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시기에 어느 정도 투자할 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고 준비하며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삼성전자가 있을 수 있었다. 그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삼성생명과 같은 채널도 만들어 두었다.

한편 다이소는 끊임없는 디자인 혁신과 품목 확대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관리력을 보여준다. 다이소 매장을 가보면 분기별로 새로운 디자인과 품목들이 항상 보인다. 초기에는 싼 가격이 무기였다면 이제는 단순히 싸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의 품질과 디자인을 갖추고 있어서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삶을 원하는 솔로 세대에게 딱 맞는 컨셉트의 제품이다. 다이소의 품목들은 단순히 주방이나 생활용품을 넘어 간편복이나 화장품, 아웃도어 용품으로 확장됐고 고성능이나 높은 브랜드력이 필요 없는 ‘기본 기능 제품’ 시장을 공략했다.

애초에 기본 기능 시장은 전체 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이 시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을 해 들어가는 기업이 다이소다. 다이소가 시장을 확장하면 할수록 위협받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다. 다이소가 관리력을 무기로 공격해 들어가면 견딜 수 있는 기업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은행나무 같은 생존 비법을 기업이 제대로 갖추고 그 수준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면, 그 기업은 오랫동안 성장 발전할 수 있다. 산업마다 그리고 기업마다 원가경쟁력과 관리력은 차이가 있다. 삼성과 다이소는 다른 각각 다른 형태의 원가경쟁력과 관리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기업이든 자신이 속한 산업에 맞는 원가경쟁력과 관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분명 발전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켜내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다.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고 하는 것도, 그 기업을 세운 사람이 자신의 핵심 가치를 지키지 못한 결과이다.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 경영자가 경쟁력의 원천을 지켜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경영자라면 은행나무의 교훈을 새길 만하다.

글쓴이

하영균 에너지11 기술 대표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