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아듀’라 할까, ‘굿바이’라 할까?
[박만규의 ‘에티모버스’(Etymoverse)]
- 에티모버스’는 어원을 뜻하는 étymology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를 저자가 합성한 말이다. 역사를 모르면 현재의 올바른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말은 우리가 쓰는 언어에도 적용된다. 오늘날 무심코 쓰는 어휘들의 어원에는 개념이 처음 형성될 당시 사람들의 사유가 비유와 함께 담겨 있어 인류의 사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심오한 세계관을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는 이후 변화의 궤적 탐색을 통해 지금 우리 생각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해 주고, 이로써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아듀’의 의미와 기원에 대해
해가 바뀔 때마다 작별을 고하는 의미로 쓰는 외래어가 있다. ‘2021년이여, 아듀!’ 할 때의 ‘아듀’이다. 이는 프랑스어 Adieu(아디외)를 발음하기 쉽게 바꾼 말인데, 이는 ‘à Dieu’(아 디외)에서 온 말이다. 영어로 하면 ‘To God’, 즉 ‘신(神)에게’라는 뜻인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에게 당신을 맡긴다’는 고대 프랑스어 ‘a Dieu vos comant’에서 온 말이다.
한편 스페인어 작별인사 ‘아디오스’(Adiós)도 마찬가지 의미 구성이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Adios도 ‘a Dios’(신에게)에서 온 말이다. 스페인어의 Dios를 쉽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 모 회사의 냉장고 이름 ‘디오스’가 Dios이기 때문이다. 아마 냉장고 계의 ‘신’(神)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명명하였으리라.
그런데 이 Dios는 라틴어 데우스(Deus)에서 기원한 말이다. 혹시 ‘데우스’를 모르는 사람은 몇 해 전에 공전의 히트를 친 베스트셀러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떠올리면 된다. 여기서 ‘호모’(homo)는 ‘인간’, ‘데우스’(Deus)는 ‘신’(神)을 뜻하는 것이다. 즉 신으로서의 인간, 신이 되기를 원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망스어, 즉 라틴어에서 기원한 다른 여러 언어들에서도 ‘데우스’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포르투갈어에서는 라틴어와 동일하게 ‘데우스’(Deus)이고, 이탈리아어에서는 ‘디오’(Dio)이다. 그리고 라틴어 ‘데우스’(Deus)는 고전 그리스어에서는 ‘제우스’(Zeus)이다. 신들 중의 신 ‘제우스’도 데우스와 어원을 공유한다.
그리고 이 언어들의 작별인사도 ‘아듀’, ‘아디오스’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신을 뜻하는 말 앞에 to에 해당하는 전치사 A를 붙인 구성이다. 포르투갈어 Adeus (아데우스), 이탈리아어 Addio (아디오)가 그러하고 언어계통이 다른 스웨덴어 Adjö (아이외)도 동일한 것이 특이하다.
이상 여러 언어의 작별 표현들은 헤어질 때 신에게 당신의 안위를 맡기겠다는 뜻으로, 다시 말해 작별 후 귀가할 때까지 신의 가호(加護)를 비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이다.
반면에 만물을 주관하는 유일신(神)을 믿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은 헤어질 때 신에게 부탁하지 않고 우리가 직접 상대에게 안전 귀가와 안녕을 기원했다. “잘 가”, “안녕히 가세요”라고.
가까운 시일내 만날 예정이면 ‘아듀’ 안돼
그런데 ‘아듀’를 쓸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일부 지역(아키텐느, 옥시탄느, 사부아 등과 같은 지역과 스위스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이 ‘아듀’(Adieu)가 뜻이 변해서 영원한 작별, 혹은 상당한 기간 보지 못하는 경우의 작별을 할 때만 쓰인다는 점이다. 즉 죽은 친구를 눈물로 보내거나 먼 곳으로 이민을 떠나는 친구한테나 쓰는 것이 되었다.
그러니까 단순히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할 일반적인 상황에서 썼다가는 ‘나는 당신을 더 볼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되어 상대로부터 큰 오해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올해 사업이 너무 잘 되어서 계약 한 건을 가볍게 파기하고 싶다면 딱 좋은 표현이다. 혹은 거래처가 너무 많아 관리하기 힘드니 하나 정도 정리하고 싶다면 이보다 좋은 표현이 없다. ‘아듀 xx 통상’, ‘아듀 xx건설’과 같은 식으로 쓰면 될 것이다.
영어에서도 이러한 경우 격식체이기는 하지만 ‘I bid you adieu.’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프랑스어에서 도입한 adieu를 그대로 쓰는데 발음은 ‘어듀’이다.
포르투갈어에서도 Adeus는 프랑스어와 비슷하게 오랫동안 못 보게 되는 상황에서 쓰인다. 일상적인 헤어짐, 즉 단순히 ‘안녕히 가세요’라고 할 때는 ‘차우’(Tchau)라고 한다. 이탈리아어 Addio(아디오)도 토스카니 지역을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오랜 작별을 할 경우에만 쓰지만, 기타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헤어짐의 인사로 쓰인다.
‘굿바이’의 굿도 God에서 나와
그렇다면 영어에서는 작별인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ood bye’(굿바이)는 ‘God be with ye’, 즉 신이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표현에서 기원한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의 ye는 you의 고어형이다. 1570년대의 문헌에 Godbwye가 나타나는데, 뒷부분은 ‘be with ye’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그리고 본래는 God(神)이었는데, 이후 관용적으로 쓰이면서 본래의 의미가 약화되고 ‘Good-day’나 ‘Good evening’과 같은 표현에 영향을 받아서 Good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See you (again)!’와 달리, ‘Good bye!’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잘 가’라는 흔한 작별인사로 쓰이다 보니 그 기원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무튼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서양어의 대부분은 신에게 당신을 맏긴다는, 돌아가는 길에 신의 가호를 빈다는 의미에서 온 것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제 2021년을 떠나보내야 한다. ‘아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굿바이’라고 해야 할까?
2021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우리와는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잠시의 헤어짐을 위해 사용되는 ‘굿바이’가 아니라 ‘아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 한해,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1년은 오직 신(神)에게 맡기자!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2022년은 우리가 직접 맞이하자! 두 팔 안에 희망을 가득 담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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