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눈 티’ 즐겨왔는데, ‘하이 티’는 또 뭐지?
[문기영의 홍차클래스] 한국서도 확산되는 다양한 차 음용문화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홍차와 함께 무엇인가를 먹는다. 필자는 하루에 여러 번 홍차를 우려 마신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차만 마신다. 차에 곁들여 무엇인가를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가끔씩은 케이크나 빵, 과일 등을 먹어야 할 경우도 있긴 하다. 이 때는 보통 섬세한 차를 우리지 않는다. 어차피 차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국인들은 차만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적어도 가벼운 쿠키 같은 것이라도, 함께 먹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국 홍차문화에서는 차 못지않게 함께하는 ‘음식(Tea Food)’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애프터눈 티>, <하이 티> 같은 홍차와 관련된 명칭들도 언제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음식과 함께 마시는지에 따라 구별한 것이다. 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다.
귀족 문화로 시작한 애프터눈 티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이 애프터눈 티다.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는 1840년대 무렵부터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한 것으로 “오후에 가벼운 티 푸드(Tea Food)과 함께 여유롭게 차 마시는 관습”이다. 비싼 홍차를 구입할 수 있고 오후에 한가한 시간이 있는 부유한 귀족들로부터 시작된 문화임으로 그럴 여유가 없던 일반 서민들은 부러워할 뿐 즐길 수는 없었다. 1890년대 무렵, 홍차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전 국민이 즐기는 문화가 되었다.
1800년대 특히 후반기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로 불리면서 세계를 주름잡던 대영제국(大英帝國)의 황금기였다. 이 시기를 통해 영국의 홍차음용문화 역시 전 세계에 확산되었다. 그때부터 영국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은 많은 나라에서 홍차를 멋지게 즐기는 방법의 하나로 애프터눈 티가 유행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끼 식사로도 발전
애프터눈 티에 곁들여지는 티 푸드는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 케이크, 얇은 빵과 버터, 버터 바른 스콘 정도로 원래는 아주 간단했다. 점심과 저녁사이에 가볍게 허기를 때우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전후 영국에서 애프터눈 티가 부활하면서는 한 끼 식사를 대신하는 경향도 있어 티 푸드가 다소 풍성해졌다. 최근에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서 사진으로 보여지는 것도 중요해져 티 푸드 종류도 비주얼도 화려해지고 있다.
서민들의 저녁 식사, 하이 티
애프터눈 티가 오후 4시~ 5시 전후에 있는 홍차 중심의 우아한 찻 자리였다면 ‘하이 티(High Tea)’는 비록 티(Tea) 라는 단어가 들어있긴 하지만 차 보다는 음식 즉 식사 중심이었다. 노동자 계층이나 서민 계층은 상류층과 달리 오후에 차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광산이나 공장 등의 일터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노동자들은 허기가 졌고 푸짐한 저녁이 필요했다. 빵과 야채, 치즈 때때로는 고기까지 포함된 식사와 함께 머그에 가득채운 홍차를 마셨다. 이것이 하이 티로 원래는 “오후 6시 전후로 차와 함께 하는 노동자 가족들의 저녁 식사”를 의미했다.
하이 티라는 명칭도 부엌에 있는 이들이 식사하는 ‘키가 높은 식탁’에서 나온 말이다. 반면에 낮고 편안한 의자나 소파에서 마신 애프터눈 티를 로우 티(Low Tea)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애프터눈 티가 서민층으로 확산되었듯이 하이 티 역시 상류층의 간단한 저녁 식사로 받아들여지면서 영국 전체의 관습이 되었다.

하이 티에서 애프터눈 티로
특이한 점은 영국 이외 국가에서는 영국에서의 “애프터눈 티”가 “하이 티”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런던의 일부 호텔들에서는 이들을 의식해 애프터눈 티 대신 하이 티라고 이름 붙인 곳이 꽤 있었다. 이 경우에도 명칭만 다를 뿐 애프터눈 티와 하이 티의 메뉴 구성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일부 장소에서는 하이 티 메뉴가 애프터눈 티 보다 조금 더 풍성한 경우가 있긴 하다. 우리나라 호텔 중에도 “하이 티”라고 판매하는 곳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런던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점차로 하이 티라는 말 보다는 애프터눈 티라고 부르는 추세다. 구글에서 하이 티 라고 검색하면 대부분 애프터눈 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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