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왜 변심했을까

[공동락의 중앙은행 엿보기] 당분간 물가보다 임금상승률 지켜봐야할 이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연합뉴스

‘파월의 피벗(pivot)’으로 불린 지난 12월 FOMC에서 미 연준(Fed)은 기존에 보여줬던 행보에 비해 한층 더 타이트한 통화정책 일정을 제시했다. 11월부터 개시했던 테이퍼링 일정을 불과 1개월 만에 가속화할 것을 선언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도표를 제시했고, 추후 공개된 의사록을 통해 밝혀진 내용이지만 보유 중인 자산을 매각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12월 ‘매파’로 급변한 Fed

이른바 긴축 3종 세트를 동시에 제시했던 만큼 당연히 성명서 문구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그간 연준이 줄기차게 고수했던 물가 상승이 ‘일시적(transitory)’이란 문구를 삭제했다는 사실에 크게 주목한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항상 꼬리표와 같은 물가에 대해 기존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식의 전환이 표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처럼 통화당국의 입장이 극적으로 변했던 원인을 물가로만 한정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전히 연준은 물가에 대한 전망을 놓고 2022년 1분기가 정점이 될 가능성을 고수하고 있고, 실제 지난해 역(逆)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올해 2분기 이후인 것을 감안하면 물가가 피크를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이전에도, 지금도 올해 1분기라는 결론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 이전까지 보여줬던 것처럼 몇 달만 더 버티면 물가는 상승률이 낮아지는 것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굳이 물가에 대한 진단을 바꿨다면 단순히 물가의 숫자 문제가 아닌 물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격 변화를 캐치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필자 나름대로의 의심인 것이다.

‘물가’ 탓이 아닐수 있다는 의심

더구나 현재 연준을 비롯한 상당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총수요 관리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이유 만으로 통화당국이 대응에 나선다는 것은 자칫 코로나로 인해 완전하지 못한 수요를 위축시킨다는 비난이나 공격을 받을 여지가 상당하다. 즉 물가와 관련한 어휘나 문구 변화를 꾀할 정도라면 사전에 확인될 사안들이 비단 물가 숫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필자는 연준의 변심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들을 대조한 결과 노동시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특히나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들과 달리 물가 안정과 함께 완전 고용도 동시에 추구할 만큼 고용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이와 같은 사실 역시도 일종의 단서로 작용했다.

이처럼 고용 여건이 연준의 최근 급격한 변심을 이끈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가정 하에 필자가 주목할 수 있는 미국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물가 보다 임금이 크게 올랐다

첫째, 임금 상승률이 2021년 상반기 안정세를 벗어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물가와 유사한 궤적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직후 물가는 원자재가격 급락 등의 여파로 하락한 반면 임금상승률은 위축된 고용 여건에도 불구하고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해 극심한 배송지연, 인력 조달 등의 문제로 낮아진 물가와 달리 실제 고용된 인력들의 임금은 큰 폭으로 올랐다.

이후 2021년 상반기까지 물가는 차츰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임금상승률은 높았던 기저로 인해 상승률이 주춤해졌다. 물가는 상승하나 임금 상승률은 안정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1년 하반기 들어 임금과 물가는 동시에 오르는 연쇄적인 상승(spiral)을 나타냈다.

둘째, 고용시장에서 구직자 숫자에 비해 구인건수가 더 많아진 인력에 대한 초과 수요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기저에는 자발적인 퇴직 급증(Great Resignation), 경제활동 참여 지연 등 구조적인 변화로 간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손꼽힐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몸값인 임금이 상승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고용시장에서 물가(임금)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임금이 상승한 원인을 공급측 요인이 아닌 수요측 요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또한 코로나 초기 혼란했던 상황이 경제 정상화 과정을 통해 진정되면서 가격을 의미하는 `물가`와 사람의 몸값을 의미하는 `임금`이 모두 오르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경로를 통한 물가 문제에 대한 개입은 기본적으로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면 공급 측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초기 물가와 임금이 서로 엇갈리는 동향을 통해서는 일시적인 상승으로 간주할 수 있었지만, 두 지표가 모두 상승했을 때는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던 것이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에서 나타난 특징들은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숫자가 회복되고도 상당 기간에 걸쳐 임금상승률이 확대되지 못했던 상황과 뚜렷하게 대비된다(당시 연준을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확대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유휴인력(slack)이 많았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12 월 FOMC 의사록에서도 대차대조표(B/S) 정상화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제반 여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할 때 현재 경기 전망은 더 양호할 뿐만 아니라 고용시장도 더 회복된(tighter) 상태라고 진단했다.

물가가 안정돼도 임금이 계속 오른다면?

결국 11월부터 12월 FOMC까지 약 6주에 걸친 시간을 통해 연준은 종전까지 고수했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라는 진단을 철회하고,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정책 기조를 선회한 셈이다.

우리는 이처럼 연준의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변화 시사는 물가에 대해 진심일 수 밖에 없는 통화당국의 현실 인식이 기저에 자리한 가운데, 그 증거나 논거를 고용을 통해 찾는 과정이 병행됐다고 풀이한다.

물가는 올해 1분기를 정점으로 2분기 이후 하향세를 나타낼 확률이 높다. 당연히 금융시장에서의 물가에 대한 관심 역시 차츰 약화될 여지가 커 보인다. 반면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구인자>구직자)에서 높은 수준의 임금 상승률은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연준이 급격하게 변심을 보인 그 기저에 물가만큼이나 임금 상승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률의 안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고용시장, 특히 임금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에 걸쳐 더욱 예의주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글쓴이

공동락 이코노미스트

공동락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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