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월드컵 중계권,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

[박미숙의 플랫폼미디어 비평]

1일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경기장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초반 실점해 0-1로 졌다. 사진= 연합뉴스
1일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리아 빈의 에른스트 하펠 경기장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초반 실점해 0-1로 졌다. 사진= 연합뉴스
  • 공동체의 서사 파괴 월드컵은 온 국민이 공유하는 ‘공적 사건’이자 ‘사회적 의례’임에도, JTBC의 독점 중계는 이를 균등한 권리가 아닌 특정 조건을 갖춘 자만의 ‘선택적 소비’로 변질시킨다.
  • 정책 공백과 비대칭 정부는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명분만 호출할 뿐, 실제 막대한 중계권 이익이 사적으로만 귀속되는 구조를 방치하여 공공성과 시장성이 혼재된 제도적 모순을 야기했다.
  • 정밀한 설계의 필요성 모든 경기를 공공재로 묶기보다 핵심 경기(국전 등)를 공적 대상으로 지정하고, 중계 수익의 일부를 공공 기금으로 환류하는 등 OTT 환경에 맞는 ‘접근성 중심’의 제도 재설계가 시급하다.

‘집합적 경험’의 가치

JTBC의 월드컵 중계 독점은 단순한 사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 시청권’을 제도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정책 공백이 낳은 구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FIFA 월드컵은 국민 다수가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면을 공유하는 ‘공적 사건’이다. 이 사건의 핵심 가치는 ‘동시성’과 ‘집합적 경험’에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같은 시간대에 모든 국민이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이것이 ‘공동체의 서사’가 되고 공동체를 지키는 핵심가치로 자라게 된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인 JTBC가 중계권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이 경험이 균등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시청은 누구나 참여하는 권리가 아닌, 접근 조건을 충족한 사람만 가능한 소비 행위로 전환된다.

문제의 핵심은 독점 자체가 아니라, 그 독점을 ‘공공성의 범위’ 안에서 조정할 제도가 부재하다는 데 있다.

‘보편적 시청권’은 공적 과제로 인정되어 왔지만, 그 정당성은 자연적 권리가 아니라 특정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구성된 ‘제한적 법적 합의’에 가깝다. 특히 FIFA 월드컵 중계는 대표적으로 공공성이 강하게 주장되는 영역이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중계권은 글로벌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고, 광고와 스폰서십, 해설자 출연료까지 결합된 거대한 산업을 형성한다.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질문 - 이처럼 상업적 계산이 가능한 비즈니스에 왜 정부가 개입하는가-은 타당하며, 현재 제도의 핵심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가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울 근거

정부 개입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독점적 중계권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실패에 대한 대응이다. 특정 플랫폼이 중계권을 독점할 경우 가격 상승과 접근 제한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시청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둘째,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의례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이때 접근 제한은 개인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경험의 배제’ 문제로 전환된다.

셋째, 이러한 이벤트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불만을 정부가 정치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현재 구조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 공공성을 이유로 개입하면서도, 실제 수익은 공공이 아닌 방송사, 플랫폼, 그리고 일부 스타 인물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설자나 출연자의 고액 수익 가능성에 대한 발언이 화제가 되는 것은, 이 시장이 이미 완전히 상업화되어 있음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콘텐츠에 대해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공적 논리가 적용되는 것은, 공공성과 시장성이 분리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제도는 “공공성은 명분으로 호출되지만, 이익은 사적으로 귀속되는 구조”라는 비대칭을 낳는다.

JTBC가 2026년과 2030년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오른쪽은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사진출처=SBS
JTBC가 2026년과 2030년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오른쪽은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사진출처=SBS

정부 개입의 조건과 방식을 설계하자

문제의 핵심은 정부 개입 여부 자체가 아니라, 개입의 조건과 방식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보편적 시청권을 유지하려면 그 범위를 명확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경기를 공공재로 간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동시에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 따라서 개막전, 자국 대표팀 경기, 결승전 등 일부 핵심 경기만을 공적 접근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이는 공공성과 시장성을 분리하여 관리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동시에 공공성을 이유로 개입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환수 구조가 필요하다. 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하도록 하거나, 광고 수익 일부를 공공 콘텐츠 기금으로 환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공공성 개입이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재분배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장치다.

OTT 환경에서는 기준 자체의 재정의도 요구된다. 기존의 보편적 시청권은 ‘무료 시청’을 전제로 했지만, 현재는 접근 가능성의 층위가 다양해졌다. 완전 무료 공개가 아니더라도, 저가 단기 이용권, 일정 기간 무료 하이라이트 공개, 공공 플랫폼 동시 송출 등의 방식으로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다.

즉 공공성의 기준을 ‘무료 여부’에서 ‘접근 가능성의 수준’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개입하지 않더라도 규제는 도입하자

반대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보편적 시청권을 포기하는 대신, 시장 경쟁과 가격 투명성, 독점 규제 등 최소한의 규제만 유지하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일부 영역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시장 논리에 맡기는 선택적 개입 방식이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킨다.

보편적 시청권 논쟁은 공공성과 시장성의 충돌이 아니라, 그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월드컵 중계는 공적 경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동시에 고도로 상업화된 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개입의 당위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귀속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보편적 시청권은 권리라기보다 정책적 선택이며, 그 선택의 기준과 결과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현재 제도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시장 논리가 공공성 침해하지 않아야

이 문제를 단순히 방송사의 탐욕으로 환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계권 시장은 이미 글로벌 경쟁 구조 속에서 형성되어 있으며, 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를 확보한 사업자가 광고, 협찬, 유료 서비스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하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따라서 시장 논리 자체가 아니라, 그 시장 논리가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공적 사건을 시장에 맡길 때 반드시 설정되어야 할 최소 조건을 두어 접근권의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정부는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즉 “어디까지는 시장에 맡기고, 어디부터는 공공으로 보장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를 ‘보편적 시청권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고, 주요 경기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시장 효율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사건에 대한 최소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 기준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②편으로 이어짐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0 JTBC의 월드컵 독점 중계, 보편적 시청권 명목으로 정부가 나서야 하나?
글쓴이

박미숙 대중문화 독립연구가

박미숙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영국에서 한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동아시아학이며 세부 전공은 한국학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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