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월드컵 중계 독점, JTBC는 괜찮을까

[박미숙의 플랫폼미디어 비평] 수익성과 공공성 함께 지킬 대안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강인 선수와 손흥민 선수. 사진=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이강인 선수와 손흥민 선수. 사진= 연합뉴스
  • 독점의 부메랑, 적자 구조 월드컵 중계권료의 가파른 상승폭을 국내 광고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JTBC의 단독 중계는 수익이 아닌 ‘리스크의 독점’이 되어 필연적인 적자 구조를 낳는다.
  • 악순환의 고리 적자를 피하려는 방송사의 유료화 전략은 시청자 접근성을 낮추고, 이는 다시 광고 효과 감소와 보편적 시청권 훼손으로 이어지는 ‘이중의 실패’를 초래하고 있다.
  • 상생을 위한 구조 재설계 이 늪에서 벗어나려면 단일 사업자의 독점 대신 ‘공동 구매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핵심 경기는 무료로 개방하되 콘텐츠 재판매를 허용하는 등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제도적 재설계가 시급하다.

①에 이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 않는 구조

JTBC의 월드컵 중계 독점(중계권료 1900억 원)은 공공성의 훼손이라는 규범적 문제를 넘어, 결국 방송사 스스로에게도 적자 구조를 안기는 비효율적 선택이다.

FIFA 월드컵은 국민 다수가 동시에 경험하는 공적 사건이며, 그 핵심 가치는 ‘동시에 함께 본다’는 집합적 경험에 있다. 그러나 특정 사업자인 JTBC가 이를 독점중계하는 순간, 이 경험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독점 자체가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지 않은 구조를 만든다.

다시 말해, 이 독점은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수익성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이중의 실패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서울시청 길거리 응원 모습.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서울시청 길거리 응원 모습.

월드컵 경기, 돈버는 콘텐츠 아냐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중계권 가격과 시장 규모 사이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월드컵 중계권은 글로벌 입찰 경쟁 속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고, 점점 더 거대 플랫폼이나 자본력이 있는 사업자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한국의 광고 시장 규모와 방송 수익 구조는 이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과거 지상파 3사가 분산 중계를 하던 시기에는 비용을 나눠 부담했고, 각 방송사는 일정 수준의 손익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사업자가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이 균형이 깨진다.

비용은 한 곳에 집중되고, 수익은 제한된 시장 안에서 회수되는 수 밖에 없다. 이때부터 독점은 기회가 아니라 ‘리스크’로 전환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월드컵 중계가 ‘시청률은 높지만 반드시 돈이 되는 콘텐츠는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 시청률은 급등하고 광고 단가도 상승하지만, 광고 시장 전체의 파이가 갑자기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광고주들이 지불할 수 있는 총액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중계권 비용의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한다. 공중파, 종편 방송의 광고수주 규모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결국 방송사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수익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늘어난 제작비, 중계 인력, 기술 투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손익 구조는 더욱 악화된다.

수익성과 공공성, 피할 수 없는 길항관계

시청 행태의 변화 역시 이 문제를 심화시킨다. 과거처럼 온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실시간 중계를 보는 구조는 이미 약화되었다.

모바일 시청, 클립 영상 소비, 하이라이트 중심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실시간 중계의 광고 효과는 분산되었다. 시청자는 여전히 많지만, 그 시청이 만들어내는 수익은 과거보다 불확실해진 것이다.

이는 독점 사업자가 기대했던 ‘대형 이벤트 = 안정적 수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독점 사업자는 필연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선택한다. 유료 서비스 결합, 특정 플랫폼으로의 이용자 유도, 프리미엄 콘텐츠 판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다시 보편적 시청권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즉 적자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 공공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요구는 다시 수익 구조를 압박하는 ‘이중의 딜레마’가 형성된다.

더 나아가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전체 시청자 기반이 줄어들고, 이는 광고 효과 감소로 이어져 다시 수익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결국 독점중계는 ‘수익의 독점’이 아니라 ‘리스크의 독점’이 되어버린다. 비용은 집중되지만 수익은 분산되고 불확실하다. 특히 월드컵과 같은 이벤트는 장기적으로 반복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단발성 콘텐츠이기 때문에, 투자 비용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 구조에서는 적자는 예외가 아니라,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다. 따라서 JTBC의 독점은 단순한 전략적 선택이라기보다, 현재 중계권 시장 구조가 방송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업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자의 판단을 넘어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첫 번째 대안은 ‘공동 구매 모델’이다. 지상파, 종편, OTT 등 다양한 채널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계권을 공동으로 확보하면, 비용을 분산시키고 과열된 입찰 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이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재무적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며, 시청자 입장에서는 접근 경로를 다양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중요한 것은 경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 시청권을 전제로 한 ‘조건부 독점’이다. 독점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일정한 공적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경기와 결승전은 반드시 무료로 제공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경기는 비가입 상태에서도 접근 가능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조건이 설정되면 사업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공공성의 핵심을 훼손하지 않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규제가 존재하면, 사업자가 중계권 확보를 위해 과도한 금액을 지불할 유인도 줄어들어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한다.

세 번째는 ‘중계권 공유 및 재판매 구조’다. 독점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하이라이트나 일부 콘텐츠를 다른 방송사와 공유하도록 하면 수익 회수 경로가 다양화된다.

이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자에게도 추가적인 수익 기회를 제공한다. 즉 공공성과 수익성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설계를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공영방송의 역할 강화’다. 공영방송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니라 공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최소한 핵심 경기 중계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다섯 번째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무료 접근 경로 확보’다. 일정 비율의 경기를 로그인이나 결제 없이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하면,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도 보편적 시청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모든 대안을 관통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월드컵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지 않되, 시장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균형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JTBC가 월드컵 중계를 독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독점이 아무런 공적 조건 없이 허용된 구조에 있다. 이 구조에서는 공공성은 약화되고, 동시에 사업자는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적자 위험에 노출된다. 즉 현재의 방식은 어느 누구에게도 안정적인 결과를 제공하지 못한다.

결국 이 문제는 다음 질문으로 수렴된다. 월드컵시청을 ‘비싼 콘텐츠를 산 사업자의 상품’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함께 경험해야 할 공적 사건’으로 볼 것인가.

전자로 접근하면 독점과 적자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후자로 접근하면, 최소한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 설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그 설계는 시장이 아니라 정책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방송사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중계권 구조 전체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공동 구매, 조건부 독점, 중계권 공유, 공영방송 참여, 디지털 무료 접근과 같은 장치들은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월드컵은 점점 더 일부만 온전히 경험하는 이벤트로 축소될 것이며, 동시에 방송사에게는 반복적인 적자 구조를 강요하는 사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2 월드컵 독점 중계로 ‘수익 독점’이 아니라 ‘리스크 독점’이 된 JTBC! 왜?
글쓴이

박미숙 대중문화 독립연구가

박미숙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영국에서 한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동아시아학이며 세부 전공은 한국학이었다. 현재 제주도에서 강아지 다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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