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티’ 먹는 법에 관한 특별한(?) 논쟁

[문기영의 홍차클래스] 데본 식, ‘클로티드 크림’ 먼저 바른다 콘웰 식, ‘딸기 잼’ 먼저 바른다...영국여왕의 선택은?

스콘에 크림과 잼을 듬뿍 발라야 맛있다. 사진=구글
스콘에 크림과 잼을 듬뿍 발라야 맛있다. 사진=구글

크림 티(Cream Tea)를 홍차에 크림 넣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홍차에 우유 넣은 것을 ‘밀크 티’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과거 영국에서 홍차에 크림 넣은 것을 실제로 ‘크림 티’라고 부르기도 했다.

애프터눈 티의 단출한 버전, 크림 티

하지만 오늘 날 크림 티는 전혀 다른 뜻으로 “스콘에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서 홍차와 같이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애프터눈 티의 풍성한 티 푸드에서 좀 축소된, 애프터눈 티의 단출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간단히 먹기에 적당해서인지 런던의 카페나, 관광지 근처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다.

크림 티는 “크림”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클로티드 크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젖소에서 짠 우유를 약한 불이나 중탕으로 온도를 높인 후, 깊이는 낮고 면적이 넓은 팬 같은 도구에서 천천히 식히면 유지방이 위로 떠오르면서 응고(Clotted)된다. 이것을 주성분으로 해서 만든 것이 클로티드 크림이다.

응고된 유지방, 이것을 걷어낸 것이 클로티드 크림이다. 사진=구글
응고된 유지방, 이것을 걷어낸 것이 클로티드 크림이다. 사진=구글

지방 함유량이 매우 높은 클로티드 크림

일반 크림은 지방 함유량이 18% 전후인데 반해 클로티드 크림이라 불리려면 최소 55% 이상이 되어야 한다.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이 영국 남서부 끝에 있는 콘웰(Cornwall)지방과 데본(Devon)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두 지방은 기후가 온화한 편이라 목초지가 잘 발달되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에는 특히 지방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크림 티는 처음에는 콘웰과 데본 지방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19세기 후반기 철도 교통이 발전하게 되면서 런던 사람들이 콘웰과 데본지방까지 여행하게 되고 현지에서 맛본 크림 티 맛을 잊지 못하면서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철도로 인해 운송이 용이해진 것도 물론 확산의 중요한 이유다.

영국 남서쪽 끝에 위치한 콘웰 주와 데본 주. 지도= 구글
영국 남서쪽 끝에 위치한 콘웰 주와 데본 주. 지도= 구글

애프터눈 티의 메인 티 푸드로

이러면서 애프터눈 티 메뉴에도 포함되었다. 지금은 스콘, 클로티드 크림, 잼 없는 애프터눈 티를 상상할 수 없지만 이들이 애프터눈 티 메뉴가 되기 시작한 한 것은 20세기 초 무렵이다. 다시 말하면 빅토리아 여왕이 주최한 애프터눈 티 파티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크림 티가 크림 넣은 홍차에서 지금의 뜻을 가지게 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930년대 혹은 1960년대 무렵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크림 티 먹을 때 스콘에 잼(주로는 딸기 잼)과 크림 중 어느 것을 먼저 바르느냐에 관해 상반된 주장이 있다.

스콘에 바르는 순서도 중요

데본 지방은 크림을 먼저 바르고 잼을 그 위에 얹는데, 갓 구워 따뜻한 스콘 속으로 크림이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이 방식을 자신들의 크림이 자신이 없어서 잼으로 덮어서 숨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콘웰 지방에서는 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크림을 얹는다.

콘웰 지방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런던을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잼을 먼저 바르고 크림을 나중에 얹는다. 버킹검 궁전의 가든파티에서 여왕도 크림을 나중에 바른다고 한다.

크림을 나중에 바르는 콘웰 식이 일반적이다. 사진= 구글
크림을 나중에 바르는 콘웰 식이 일반적이다. 사진= 구글

1998년에는 콘웰 지방에서 생산된 우유로 콘웰 지방에서 가공된 “코니쉬 클로티드 크림(Cornish clotted cream)”이 유럽연합지침에 의해 원산지보호제품(PDO - 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으로 지정 되었다. “데본 크림 티(Devon cream tea)” 도 현재 PDO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가장 유명한 클로티드 크림 브랜드는 로다스(Rodda’s)로 콘웰 지방에서 1890년에 세워졌다. 생산량도 영국에서 제일 많다.

크림과 잼을 듬뿍 발라야 맛있다

구수하고 달콤한 맛으로도 유명한 코니쉬 클로티드 크림은 아주 식감 있는 독특한 옅은 노란색 칼라가 특징인데, 젖소가 먹는 풀에 당근에 많이 들어있는 적황색 물질인 카로틴(Carotene)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티드 크림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평균 64%나 되는 높은 지방 함량으로 건강에는 나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에는 영국인들이 즐겨먹는 주요 120가지 음식 중에 가장 건강에 나쁜 것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로다스를 포함한 다양한 클로티드 크림이 수입되고 있다. 스콘에 잼과 크림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듬뿍 바르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한다.

글쓴이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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