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날카롭게, 차는 편안하게 우릴 깨우네
[문기영의 홍차 클래스] 카페인은 커피에 훨씬 많아 차엔 카페인과 함께 ‘테아닌’까지
커피보다 차 음용량이 더 많아
커피와 차는 대표적인 카페인 음료다. 그리고 이 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음용되는 기호음료이기도 하다. 음용잔 수 기준 소비량으로 보면 차가 커피보다 많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에서 차가 훨씬 더 많이 음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란, 이집트, 터키 등을 포함한 중동국가들과 파키스탄, 러시아, 모로코 등도 차를 더 많이 마시는 나라다. 중국만 예외로 하면 대부분 홍차를 마신다.
선진국 중에는 영국과 일본
커피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더 많이 음용되는데 차를 더 많이 마시는 나라는 영국과 일본이다. 영국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홍차의 나라다. 선진국중 유일하게 커피보다 차 음용량이 더 많다. 유럽전체 소비량의 절반 이상이 영국에서 음용된다.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부터 전 세계에 홍차 음용을 확산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의 녹차 음용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다도(茶道)라는 독특한 차 문화를 발전시켰다. 근대화 되면서 커피 음용이 일반화 되었지만 여전히 녹차를 많이 마시는 편이다. 정확히는 커피를 더 많이 음용하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녹차 음용량도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진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차(대부분 녹차)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차 생산량 세계 10위권이다.

고려시대 차 문화, 조선 들어와서 명맥만
우리나라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지난 10년간 차 음용량이 많이 늘었지만 커피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통일신라 시대부터 차를 마셨고 고려시대는 수준 높은 차 문화를 향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시대는 차 생산도 차음용도 극히 일부 계층에만 한정되어 차음용과 차 문화가 명맥만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우리 차 문화를 잠시 부흥시켰다고 평가받는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년), 초의선사(艸衣禪師, 1786~ 1866) 시대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차음용과 차 문화는 겨우 이어져 오던 명맥마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하에서 해방과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밀려온 서구문화 특히 미국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자 우리나라는 서서히 커피 음용국으로 변하게 된다.
각성효과 면에서는 커피가 우위
차는 영양 측면에서 볼 때 가성비가 떨어진다. 에너지를 내게 하는 성분은 거의 없다. 이 점에서는 커피도 비슷하다(물론 둘 다 건강에 좋은 성분은 갖고 있다). 하지만 커피는 카페인성분으로 인해 정신을 각성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각성효과 면에서는 차 카페인은 커피 카페인을 못 따라간다. 따라서 어차피 배는 고프고 정신이라도 차려서 일해야 할 때는 차보다는 커피가 낫다.
오랫동안 영국인에게 홍차는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었다. 강하게 우린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듬뿍 넣어 영양과 에너지 공급원 역할까지 했다. 강하게 우렸으니 카페인도 많아 각성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홍차 음용국 대부분에서는 설탕과 우유 혹은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넣는 편이다. 인도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여기에 향신료까지 더한다. 차를 통해 어느 정도는 영양섭취도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선 믹스커피가 영국 홍차처럼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는 커피크림과 설탕을 넣은 커피가 이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3가지를 잘 조화시켜 맛있고 편리하게 만든 ‘믹스커피’가 나오면서 우리나라 커피 음용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그리고 잘 살기 위해 정신 차려서 일해야 할 때는 이 한국식 ‘믹스커피’가 적합했을 수도 있다.
홍차에 설탕과 우유, 그리고 커피에 설탕과 커피크림을 넣는 영국인과 우리나라 사람에게 오랫동안 홍차 자체의 맛, 커피 자체의 맛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홍차나 어떤 커피도 설탕과 우유(크림)가 더해지면 달콤하고 부드러워지면서 맛있어 졌기 때문이다.

홍차 · 커피, 각자의 맛을 향해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선진국으로의 해외여행이 빈번해지면서 10여 년 전부터 두 가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매일 마시는, 혹은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고 싶어하는 흐름과 건강에 대한 우려로 설탕과 크림을 넣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이유는 다를지 몰라도 결과는 같았다. 설탕과 크림을 넣지 않아도 맛있는 고품질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이 지난 10여 년간 한국커피의 발전 혹은 변화 트렌드다.
이 점에서는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홍차음용방식 변화추세도 아주 동일하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이유로 이들 국가에서는 고품질 홍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녹차 음용방식 영향으로 홍차를 마실 때도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따라서 소비량은 적지만 이미 고품질 홍차를 마셔온 편이다.

긴장이완과 맑은 정신엔 ‘차’가 적합
그런데 커피와 홍차(모든 차가 마찬가지다)의 카페인 역할이 조금 다르다. 앞에서 커피 카페인이 각성효과 측면에서만 보면 차 카페인 보다 더 낫다고 했다. 커피와 차 속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99% 동일하다. 따라서 성분과 효능도 같다. 다만 차 속에는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게 들어있다(평균적인 한 잔의 커피와 차 기준으로).
게다가 차에는 카데킨, 테아닌 같이 커피 속에 없는 성분이 들어있어 이들이 카페인의 인체 내 흡수를 줄여준다. 따라서 같은 한잔을 마셔도 차를 마셨을 때 흡수하는 카페인 양이 최종적으로 더 적다.
또 하나는 테아닌(Theanine)의 영향이다. 아미노산성분 중 하나인 테아닌은 지구상에 있는 그 어떤 식물보다 찻잎(따라서 완성된 차에도)에 많이 들어있다.
테아닌은 신경전달물질이며 인지능력향상, 집중력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긴장완화를 통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준다고도 한다. 따라서 차는 적은 양의 카페인이 주는 약한 긴장감과 테아닌이 주는 긴장완화 효과가 알맞게 조화되어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를 준다.
커피는 날카롭게 정신을 깨우고, 차는 편안하게 정신을 맑게 한다고 보면 된다. 21세기의 2022년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일까, 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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